벙어리 삼룡이.물레방아 외 하서명작선 16
나도향 지음 / (주)하서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물레방아>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문학을 다시 읽는 느낌이 새롭다. 현대적인 현란한 문체를 뒤로하고 질그릇처럼 투박하고 퉁명스럽기만 한 문학에 이질감이 느껴질법도 하건만 무슨 이유인지 정겹다. 내가 지금 구사하고 표현하고 있는  글이 아니지만 흑백 텔레비전을 앞에 두고  알아듣지 못할듯 이어지는 낱말들의 향연의 내음새를 맡아본다. 표준어를 구사하는 내게도 어려운 말 투성인데 아이들은 제 나름대로 줄맞추어 앞으로 나란히 나아가듯 잘 읽어내려가기에 그 모습이 어여뻐 동참해본다. 

물레방아는 언제부터 타락의 대명사로 꼽히게 되었을까...커다란 원형의 틀에 톱니바퀴처럼 서로 물려 돌아가며 시원하고 고즈넉한 물줄기가 이어지는 풍경은 분명 서정적이고 한국적인 정서를 한가득 담고있는 한폭의 풍경화가 연상되는데  언제부터인가 물레방아는 애욕과 색욕의 본능을 대변하는 대명사처럼 느껴진다. 

<나도향의 물레방아>는 분명 물레방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탐욕과 색욕의 구렁텅이로 묘사되고 있지만 이보다 앞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물레방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람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추악하고 어두운 본능의 탐색이 읽혀진다. 인간의 본질, 가난과 신분의 굴레,애증과 육욕의 향연으로 세사람의 주인공을 이끌어가지만 결국 비참한 죽음으로 끝을  맺을 수 밖에 없는 방원과 그의 아내에게서  인간 본능의 처연함이 느껴져 두개의 상반된 마음이 서로  충돌한다. 

물레방아 속으로 - 다른 사람의 부인이었던 여자를 데리고 다른 마을의 최고 부자인 신치규의 집에서 막실살이를 시작한다. 비록 잘못된 애정으로 시작되었지만 방원과 그의 처는 금슬 좋은 부부로 지내지만   예나 지금이나 궁핍한 생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그러던 어느날  바람기 다분한 눈매와 살랑대는 아내의 행실은 신치규의 표적이 되고 그는 재물로 그녀를 유혹하기에 이른다. 방원이 그녀에게 했던 그 약속 그대로..... 한번의 신의를 어긴 사람에게 또다른 신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그녀에게 궁핍하고 서러웠던 사연이야 존재하겠지만 부부지정으로 맺은 신의를 지키는 것이 올곧은 마음일텐데 그녀에게서는 신의보다 앞선 것이 재물의 탐욕이었다. 궁핍한 지금의 모습에 악다구니를 퍼붓는 아내를 향해 방원은 폭력을 휘두르고 집을 나가 술이 거나하게 취한 채 아내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돌아왔지만 아내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물레방앗간에서 아내를 찾았지만 그녀의 곁에는 신치규가 함께였고 방원은 질투심에 못견뎌 그에게 폭력으로 되갚지만 그 결과로 방원은 감옥행이 결정된다. 출소후 아내를 찾아갔지만 그녀는 신치규의 집에서 호의호식하며 잘 살고 있음에 방원은 질투심에 휩싸여 함께 도망치기를 애걸하지만 그녀는 이미 재물의 노예가 되어 방원을 매몰차게 뿌리치고 방원의 칼에 찔려 숨을 거둔다. 사랑에 목마르고 질투에 눈이 멀어버린 그는 그녀의 몸 위로 쓰려저 함께 숨을 거둔다. 아내의 사랑에 목마르고 질투에 눈이 먼 한 남자의 이야기는 손쉬운 가십거리로 전락할 수 있지만 그들을 통해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애증과 타락, 본성이 느껴져 마음 한가득 씁쓸함을 머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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