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북중국을 자신의 경제세력권 안에 편입시키기 위해 세운 화북교통주식회사! 화북교통주식회사는 중일전쟁 발발 직후 세워졌으며 표면상으로는 중화민국 임시정부(일제 괴뢰정권)와 일본 정부의 공동출자를 통한 합작회사 형태를 취했지만 중화민국 임시정부가 일제의 경제적 지원 하에서 유지되고 있는 정권임을 감안할 때, 사실상 일본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회사나 다름없었다회사가 세워진 목적을 감안하면 만철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일제가 확고히 자신의 세력권에 편입한 만주와 달리 북중국은 항일 게릴라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등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곳이었다 게다가 표면상으로는 중화민국 임시정부에게도 상당 부분 지분이 있는 회사가 아닌가! 결국 화북교통주식회사는 만철과 비슷하면서도 상당부분 다른 운영 행태를 보여주는데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만철보다 더 대대적으로 중국인을 고용, 활용했다는 점이다 북중국 내 중국인들의 친일합작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운 회사였으므로 직원 복지, 교육 등에서 만철보다 상당부분 신경을 쓴 모습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중국인을 고용한 이유는 일제의 경제적 침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일 뿐 결코 북중국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일본인 직원과 중국인 직원 간의 3배에 가까운 임금격차와 각종 차별대우를 통해 일제의 모순적인 통치 정책(그들은 중일전쟁을 중국인을 압제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한 전쟁이라고 선전했다)을 엿볼수 있다태평양 전쟁 이후 전황이 점점 일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일제는 연합군이 제해권을 갖고 있는 해운수송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육상수송을 통해 자원을 수송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항일게릴라의 활동, 미군의 공습 등으로 수많은 재산적 피해를 입은 화북교통주식회사가 태평양 전쟁 이전의 수송력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그들은 자원 검약과 수송체제 혁신 등을 통해 태평양 전쟁 전쟁 이전의 수송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였고 그 시도는 놀랍게도 상당부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2차대전 이후 국공내전을 거치면서 화북철도망은 만주철도와 함께 중국 공산정권의 손에 넘어갔고 일제의 대륙침략이 아닌 중국의 산업 발전을 위한 물적기반으로서 그 역할을 바꾸게 되었다저자는 이 책을 쓰기 전 머리말에서 겉모습만 볼 때는 매우 평화로워 보이는, 철도를 통한 일본 자본의 침략이 어떻게 폭력적인 전쟁을 야기했으며 또 철도가 그 전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생각할 때 그 침략과정의 치밀함에 놀랐다고 말한다 나는 저자의 이 말이 정말로 와 닿는다흔히들 침략전쟁하면 그 나라가 패권 야욕에 이끌려 군사적으로 침략하는 것을 상상하지만 ˝침략˝이라는 역사적 현상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 안에는 복잡한 정치적, 경제적 메커니즘이 내재되어 있으며 그 메커니즘은 끊임없는 연구와 고찰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그런 점을 감안할 때, 이 책은 중일전쟁에 내재된 그러한 메커니즘들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