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 후기 시집 문예 세계 시 선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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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후기 작품들은 모아둔 책.
릴케의 후기 작품들은 초기 작품들에 비해서 감정이 절제되어 있는 것이 느껴진다. 장년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청년기처럼 감정을 분출하는 것은 점잖지 않다고 생각한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시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건 아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자신만의 시적 언어로 옮기고 있으며, 오히려 이러한 그의 후기 작품들은 원숙미(圓熟美)가 느껴진다.
초기 작품들에 비해서 큰 차이점이 있다면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작품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아파트와 도시에 익숙한 현대인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시집은 아파트 안의, 갑갑한 방 안에서 읽기 보다는 조금이나마 자연과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읽어야 더 시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추위가 떠나가고 날씨가 많이 따뜻해지고 있다. 아직은 코로나 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때이지만, 코로나 19가 종식된다면 화창한 봄날에 이 시집을 가지고 가까운 공원에 산책 가는건 어떨까...

시간을 낭비한다는 말은

시간을 낭비한다는 말은 참 이상한 말이다.
시간을 붙들어두는 것, 그것이 문제이거늘.
왜냐하면, 누가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지속은 어디에 있고, 마지막 존재는 세상 어디에 있는지를 -

보아라, 땅거미가 깔리는 공간으로 서서히 날이 저물고
그것이 밤으로 녹아든다.
일어서는 것이 정지가 되고, 정지가 눕는 것이 되고,
그리하여 기꺼이 드러누운 것이 사라져간다-

반짝이는 별을 상공에 두고 산들은 잠들어있다-
그러나 그 산들 속에도 시간은 반짝거리고 있다.
아, 나의 황량한 마음 속에, 지붕도 없이
멸하지 아니하는 것이 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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