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억 광년의 고독 대산세계문학총서 81
다니카와 슈운타로 지음, 김응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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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트 62

세계가 나를 사랑해주기에
(잔혹한 방법으로 때로는 상냥한 방법으로)
나는 언제까지나 혼자일 수 있다

내게 처음 한 사람이 주어졌을 때에도
나는 그저 세계의 소리만을 듣고 있었다
내게는 단순한 슬픔과 기쁨만이 분명하다
나는 언제나 세계의 것이니까

하늘에게 나무에게 사람에게
나는 스스로를 내던진다
마침내 세계의 풍요로움 그 자체가 되기 위해

...... 나는 사람을 부른다
그러자 세계가 뒤돌아본다
그리고 내가 사라진다

9월의 노래

당신께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슬픔이 아니지
바람에 흔들리는 맨드라미를
말없이 바라본다

당신 곁에서 울 수 있다면
그건 슬픔이 아니지
파도 소리 반복되는 저 파도 소리는
내 마음 늙어가는 소리

슬픔은 언제나
낯설다
당신 탓이 아니다
내 탓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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