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고독으로부터 찾는 해답 서양문학의 향기 10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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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에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고 노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를 쓰는 작업은 인생을 살아가는 일과 닮았다. 어쩌면 인생이란 한 편의, 긴 서사시 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즐거워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며, 그러면서도 절망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서사시... 그 서사시를 쓰는 작업 또한 다른 시를 쓰는 작업과 마찬가지로 간단하지 않다.
릴케는 좋은 시를 쓰고 싶어 고민하는, 젊은 시인 카우프에게 편지를 보내며 조언을 한다. 평범하고 흔한 시를 쓰지 말고 자신만의 시를 쓰라고, 그대가 느끼는 감정, 경험을 있는 배척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그 감정이 부정적인 것일지라도 그것 또한 그대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이 책을 좀 더 일찍 만났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서사시의 도입부도 제대로 쓰지 못한, 대학교 신입생 때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이 서사시는 매우 길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결말이 올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서사시의 전개부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서사시의 도입부도 완전히 못 쓰고 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다.
인생이라는 서사시를 쓰고 있는, 모든 젊은 시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당신에게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당신의 가슴 속에 풀리지 않은 채로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인내심을 갖고 대하라는 것과 그 문제들 자체를 굳게 닫힌 방이나 지극히 낯선 말로 적힌 책처럼 사랑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당장 해답을 구하려 들지 마십시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그 해답을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아직 그 해답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의 궁금한 문제들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십시오. 그러면 먼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해답 속에 들어와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아니면 당신은 당신의 가슴 속에 삶을 특별히 행복하고 순수하게 짓고 만들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쪽을 향해 매진하십시오. 그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커다란 신뢰로 맞아들이도록 하세요. 그것들이 당신의 의지에서 나올 때, 즉 당신의 내면의 어떤 욕구에서 나올 때에는 그것들을 미워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십시오.

왜 당신은 당신의 삶에서 그 무엇이든 동요와 고통과 우울을 배척하려 하십니까? 이러한 상태들이 당신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는지 당신은 정말로 모르시나요? 당신은 왜 그 모든 것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히는건가요? 당신은 지금 당신이 변화 과정 중에 있으며, 그 무엇보다도 스스로 당신의 모든 것이 변하기를 바랐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이 겪는 과정들 중에 병적인 것이 있다면, 병이라는 것은 유기체가 이질적인 것으로부터 자체를 해방시키는 수단임을 명심하십시오. 그러므로 유기체가 병에 걸리도록, 완전한 병을 갖도록 그리하여 그 병을 낑낑대고 충분히 앓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유기체로서는 이것이 발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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