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속 한길그레이트북스 30
M.엘리아데 지음, 이은봉 옮김 / 한길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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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종교적 인간들에게 있어서 종교와 신화는 그들의 세계관을 구성하고, 그들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신화 속 도시를 모범으로 삼아 도시를 건설하였고, 신화 속 이야기를 축제에서 재현하였다. 그들은 공간과 시간을 성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엄연히 구분하였다. 성스러운 공간에 있을 때, 그들은 신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느꼈으며, 성스러운 시간에 있을 때, 그들은 역사적 시간이 아닌 신화적 시간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성스러운 시간은 일회적인 시간이 아니었으며, 매번 의례를 통해 반복되었다. 또한 종교적 인간들은 통과의례를 중요시 여겼는데, 이 통과 의례를 통해 그들은 원래 있던 집단에서 벗어나 새로운 다른 집단에 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의례도 역시 마찬가지로 신화 속 상징이 널리 사용되었다. 신화 속 상징을 통해 죽음과 탄생을 표현하였는데, 이를 통해 의례를 받는 이는 의례를 받기 전의 그가 아닌, 새롭게 태어난 그가 된다.

하지만 르네상스 기에 접어들면서, 비종교적 인간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비종교적 인간은 앞에서 설명한 신성성들을 거부한다. 그들은 신과 종교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 스스로 세계를 해석하고자 한다. 하지만 엘리아데는 “순수한 상태로서의 비정교적 인간”은 가장 탈신성화된 근대 사회에서조차 드물다고 말하는데, 근대인들도 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보존하고 있는 의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집들이, 새해 맞이, 결혼, 출산, 취업, 승진에 따르는 잔치 등)

엘리아데의 이 책은 단순히 종교학적 고찰을 넘어 전근대인들의 사고(思考)에서 얼마나 종교와 신화가 큰 비중을 차지했고, 어떤 방식의 행위로 표출되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종교학을 공부하는 이 뿐만 아니라 인류학, 사회학, 역사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한 필독서이다.

우리에게는 종교적 인간이란 가능한 한 세계의 중심에 가까이 살고자 하는 염원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의 나라가 대지의 중앙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그는 자신들의 도시가 우주의 배꼽을 구성한다는 것, 더욱이 신전이나 궁전이 진정한 세계의 중심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또한 자기 자신의 집이 중심에 존재하고 세계의 모상이 되기를 원한다.

(중략)

전통 사회의 인간은 위로 열려져 있는 공간, 즉 상징적으로 지평의 단절이 보증된, 따라서 다른 세계, 초월적 세계와의 접촉이 의례를 통해 가능한 공간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이다.

고대 문화의 종교적 인간에게 있어서 세계는 매년 갱신된다. 다른 말로 하면, 세계는 새로운 해가 될 때마다 원초의 신성성을 회복한다. 즉 창조주의 손에서 나왔을 때의 신성성을 갖는 것이다. 이 상징은 성전의 건축 기술적 구조에서 명료하게 표현되었다. 사원은 가장 뛰어난 성소이자 세계의 모상이므로 우주 전체를 성화하고 동시에 우주의 생명을 성화한다. 이 우주적 생명은 원형 궤도의 형태로 상상되고 해(year)와 동일시되었다. 해는 닫혀진 원이었다. 그것은 처음과 끝을 갖고 있지만 새로운 해의 형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신년이 올 때마다 하나의 ‘새로운’, ‘순수한’, ‘신성한’ - 아직 소모되지 않았기 때문에 - 시간이 존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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