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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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이를 먹으면 키가 쑥쑥 크듯이 나의 내면도 성장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이제는 아무도 학생이라고 부를지 않을 때가 되서야 알았다.
나이를 먹어도 내면은 생각만큼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에게는 아직도 유년기의, 어리숙한 소년이 남아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지는건 슬픔과 고독에 익숙해지는 것 뿐이라는걸...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괜찮아> 중에서 -

몇 개의 이야기 12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原石)과 같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 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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