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43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이건수 옮김 / 민음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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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시에서는 바다가 느껴진다.
잔잔하며 고요하지만 끊임없이 물결 치는 바다를 떠오르게 한다. 바다는 매번 볼 때마다 새롭다. 그 물결은 너무나 변화무쌍하기에 나를 지루하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물결을 파도를 이루어 부딪혀 부서지는 순간을 보다보면 우리들의 삶이 마치 지극히 사소한 문제인 것처럼 느끼게 해주고 슬픔을 잊을 수 있게 위로해준다.
프로스트의 시는 그런 바다와 같은 시이다. 그의 시에는 이별과 실연의, 아픔이 담겨 있기도 하지만, 이에 우울하고 절망하기 보다는 사랑했을 때의 황홀함을 기억하려는 시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시를 읽으며 잔잔한 파도와 같은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바다가 우리의 상상력을 새롭게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잊게 하기 때문이다. 바다는 인간의 마음처럼 무한하지만 무력한 열망이고, 끊임없이 추락하는 도약이며, 달콤한 한탄이기에 우리를 흥겹게 한다. 바다는 음악처럼 매혹적이다. 인간의 말과는 달리 음악은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사람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지만, 우리네 마음의 움직임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심정(心情)은 영혼의 움직임이라는 파도와 함께 솟아올랐다가 급격히 떨어지고는 하는데, 바다와의 내밀한 조화 속에서 위로를 받으며 자기 자신의 슬픔을 잊을 수 있다. 이렇듯 세상만사의 운명과 함께 뒤섞여 있는 바다.

인생이란 상상 속의 애인과 같은 것. 우리는 그녀를 꿈꾸고, 그녀를 꿈꾸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그녀를 실제로 체험하려 애쓰지 말 것. 이는 이야기 속의 소년처럼 갑자기는 아니지만 어리석음 속으로 몸을 던지는 꼴인데, 인생에 있어 모든 것은 눈치챌 수 없는 뉘앙스에 의해 서서히 망가지기 때문이다. 10년 후에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의 꿈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부인하고, 소처럼 그 순간 뜯어먹을 풀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죽음과 결합해야만 비로소 우리가 의식할 수 있는 불멸성이 생겨날 수 있음을 그 누가 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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