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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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를 잃어버린 다음 날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
슬픔을 표현하는 솔직하고 간결한 문장들, 하지만 슬픔을 표현하는데 화려한 문학적 비유들은 모두 거짓되고 쓸데없는 겉치레 일 뿐...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문장들이 오히려 마망에 대한 사랑을, 그리고 그녀를 잃어버린 후의 상실감을 여과없이 전해준다. 슬픔은 시간도 지워주지 못한다. 우리는 그저 그 슬픔을 숙명처럼 짊어지며 살아갈 뿐이다.

애도: 그건 (어떤 빛 같은 것이) 꺼져 있는 상태. 그 어떤 ‘충만’이 막혀 있는 그런 상태가 아니다. 애도는 고통스러운 마음의 대기 상태다: 지금 나는 극도로 긴장한 채, 잔뜩 웅크린 채, 그 어떤 ‘살아가는 의미’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말이 있다. (마담 팡제라가 내게 하는 말):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차츰 나아지지요 - 아니, 시간은 아무것도 사라지게 만들지 못한다: 시간은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만을 차츰 사라지게 할 뿐이다.

얼마 전에 어머니를 잃어버린 조르주 드 로리스에게 보내는 프루스트의 편지

"제가 지금 당신에게 해드릴 수 있는 말은 한 가지 뿐입니다. 아직은 불가능하지만 이제 당신은 행복한 순간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어머니가 아직 당신 곁에 있었을 때, 당신은 그녀가 존재하지 않게 될 오늘과 같은 시간만을 생각했겠죠. 그리고 지금 당신은 그녀가 여전히 곁에 있었던 지난날만을 생각하고 있겠죠. 그런데 과거 속으로 내던져져 있는 일은 참으로 잔인하지만, 그 일에 서서히 습관이 되면, 당신은 차츰 감지하게 될 겁니다. 당신의 어머니가 아주 부드럽게 새로운 삶으로 깨어나 당신에게로 되돌아와서, 그 분이 머물렀던 그 자리에, 당신의 곁에, 그 어떤 빈 곳도 남기지 않고 다시 존재하게 될 거라는 말이죠.
물론 지금은 그런 일이 아직 불가능합니다. 침착하세요. 그리고 기다리세요, 그러면서 당신을 어느 정도 바로 설 수 있도록 만드는, 저 수수께끼 같은 힘이 찾아올 때까지. 제가 여기서 ‘어느 정도’라고 말하는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잃어버린) 좌절감은 전부 사라지지 않은 채로 여전히 남아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당신도 이제 알게 될 겁니다. 결코 위안 같은 건 찾을 수 없으리라는걸. 날이 갈수록 더 많이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걸, 이 사실을 깨닫는 일이 다름 아닌 위안이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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