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하는 인간의 탄생 - 인종주의는 역사를 어떻게 해석했는가
나인호 지음 / 역사비평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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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는 계몽주의의 사생아로서 탄생하였다.
이전에도 다른 민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였으나 주로 종교, 문화에 근거한 차별이었다. 계몽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성과 과학이 중요시되기 시작하였고, 근대적 인종 개념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인종” 개념을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흔히 인종주의하면 그저 자기민족의 우월성만을 주장하는 사상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인종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인종주의가 존재하였다.

18세기에 활동했던 독일의 마이너스, 19세기 초에 활동했던 프랑스의 고비노 등으로 대표되는 초창기 인종주의자들은 인종 개념을 통해 역사를 해석하는데 관심을 두었다. 특히 고비노는 계급과 인종을 동일시하였는데, 그는 역사를 분석한 결과 귀족은 ‘정복민 혈통’을, 제3신분은 ‘피정복민 혈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정복민 혈통’을 가진 귀족들이 ‘피정복민 혈통’을 가진 제3신분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여 귀족에 의한 엘리트 통치를 지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종주의를 활용하였다.
하지만 19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골턴의 ‘우생학’ 개념이 탄생하고, 과학을 이용해 인종주의를 주장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특히 두개골 등을 측정하여 인종의 우월성을 증명할려는 움직임이 자주 나타났는데, 프랑스의 인종주의자 바세르 드 라푸즈는 두개지수를 이용해 장두인(아리아 인종)과 단두인(비 아리아 인종)으로 나누기도 하였다. 하지만 역사를 분석해 인종주의를 주장하려는 움직임도 계속 되었는데 굼플로비치, 볼트만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19세기 말에 접어들어서는 민족종교를 내세워 인종주의를 주장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인종주의는 나치 정권의 몰락과 함께 유럽에서는 주류세력에서 퇴출된다. 하지만 아직도 네오나치, 스킨헤드 등 인종주의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있는걸 보면 인종주의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것 같다.

이 책은 나치 정권의 등장 이전의 인종주의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는데, 한국어 서적 중에 이렇게 인종주의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 책은 보기 드문 것 같아 일독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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