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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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첫 문장들, 그 첫 문장들은 평생에 걸쳐서 고쳐지게 될 것이다. 그들이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서. 그 역시 자신의 이야기가 "아마도 이런 날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그는 오래 전부터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그러니까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시간에 늦는다고 말하며 그 교차로를 지나가던 그 순간부터"라는 문장으로 시작되지 않으리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됐다. 그로부터 인생은, 쉬지 않고 바뀌게 된다. 우리가 완벽한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이야기는 계속 고쳐질 것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서 첫 문장은 달라질 것이다. 그는 어둠 속 첫 문장들 속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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