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해부학 - 완전한 질서 너머 삶의 의미를 찾아서
가브리엘 웨스턴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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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때야말로 우리가 나 자신으로부터 가장 멀어지는 시간이자 가장 나다워지는 시간이다.” 수십 년 동안 수술실에서 흑색종을 비롯한 피부암부터 쌍둥이 제왕절개 수술, 생존기증자 간 이식수술 등을 관찰하고 진료실과 병원 밖에서 질병의 그림자를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외과의사가 인체의 장기들을 통해 삶, 죽음,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뼈에서부터 자궁까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장기들의 해부학적 사실들을 따라가는 이 여정은, 단순한 의학 지식을 넘어 저자 자신의 내밀한 삶과 환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들로 빼곡하다.

우리는 몸이야말로 내 뜻대로 할 수 있으며, 완전한 우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몸마저 무너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살면서 언젠가 몸의 변화로 삶이 흔들릴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말한다. 우리가 상처받고 늙어가며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결국 ‘몸’ 안에 있듯, 그 답도 그 안에 있다고.

<인터넷 알라딘 제공>

친구의 아버지가 외과학 교과서를 꺼내오겠다고 했다. 그분이 가장 좋아하는 수술사진이 가득한 책이었다. 나는 그날 밤늦도록 부엌 식탁에 앉아 반들반들한 광택지의 사진들을 들여다봤다. 벗겨낸 피부 아래로 근육과 뼈, 종양, 혈관이 드러나 있었다. 내가 해부학을 처음 접한 순간이었고, 나는 그 아름다움에 말문이 막혔다. P17~18

우리는 뼈를 생각할 때뿐 아니라 신체 전체도 마치 죽은 대상을 바라보듯 건조하게 생각한다. 갑자기 생각이 분명하게 정리된다. 죽은 해부학은 거짓 해부학이다. P37

그러다 어느 시점에 그가 내 증상에 대해,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유일한 치료법이 진경제가 도움이 되는지 묻는다. 하지만 그의 질문 중에 내 의학적 불편함에 초점을 맞춘 것은 몇 개밖에 없다. 그는 오히려 다른 방향의 질문을 던진다. 당시에는 대체 왜 이럴까 싶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이해한다. "새로운 걱정거리라도 있나요? 잠은 잘 주무시나요? 하루에 몇 번이나 웃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나요?"그는 내게 행복한지 묻는다. P127

허파는 숨 쉬는 공기를 통해 가장 기본적인 원자의 수준에서 우리를 연결한다. 만약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의도만을 요구한다면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의사들에게는 환자들이 묘사하는 견디기 힘든 삶, 그들이 반드시 되돌아가야 할 삶을 목격해야 할 의무뿐 아니라 정부가 어떤 시민은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면서, 어떤 시민은 쇠락하게 내버려둔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의무도 있다. 호흡곤란 같은 심각한 문제라면 우리는 모든 해결책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해결책에 도달할 방법은 틀을 벗어나서 생각하는 것밖에 없다. P179~180

담당의가 시간이 다 되어 이 복잡한 케이스는 다음 주에 다시 다뤄여겠다고 말하자, 나는 손에 든 목록을 내려다본다. 종이는 탄탄하며 현상학적인 존재로 느껴진다. 나는 손톱을 종이 모서리의 스테이플심에 건다. 햇빛에 비춰진 종이의 결이 만져진다. 왼쪽에는 인쇄된 이름과 나이, 병원 등록 번호, 필수 인적 사항 등이 하얀 종이를 배경 삼아 견고한 검은색으로 찍혀 있다. 때로는 최고 의술로도 사람을 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다시 삶을 시작해야 할까? P333

완전한

질서 넘어

삶의 의미를 찾아서

'인생의 해부학'

병원에 가는 건 끔찍히 싫어하지만

의학드라마는 좋아하는 편이라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던가

'중증외상센터' 등을 재미있게 시청했던 경험.

이번 리뷰를 진행하기까지 큰 맘(?)을 먹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궁금했다.

드디어 책이 도착했고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책이 술술 읽힌다.

문득 어린시절의 한 장면이 소환된다.

엄마의 의학서적의 그림(?)을 보고 있던 나....

어느핸가 아빠가 천장까지 놓은 책장을 짜서 벽한편에 책을 가득 채워주셨다.

그림책, 동화책은 이미 다 읽은 상태고

좋아하는 책이 있으면 학교도서관이나 친구네 집까지 쫓아가는

순순하게 책을 좋아했던 시절...

할아버지에 이어 가업을 잇고자 했던 아빠는

입학한 의과대학에서 첫 해부학 실습시간에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아들 대신 의사며느리를 얻고자 하신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엄마와 결혼을 하셨는데 엄마 또한 해부학 시간이 가장 힘들었으며

한발짝 떨어져 적극적으로 그 시간을 임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뼈는 1년마다 10퍼센트씩 교체되고

간은 3분의 2를 잘라도 다시 자라며

표피는 약 50일마다 통째로 바뀐다'

저자가 여성인 까닭에 더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던 책이었는데

골절을 제외하면 뼈에서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대부분

뼈의 역동성 때문이라고 한다.

가장 흔한 사례로 완경기 전후의 여성에게서 뼈가 얇아지면

생기는 뼈감소증을 예로 들었다.

얼마전 골다공증 검사에 나또한 같은 진단을 받았기에

더 관심있게 보았던 섹션으로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면서

새로 교체되는 것보다 손실되는 뼈의 양이 10년마다 10퍼센트씩 감소하며,

결국에는 골다공증에 이르게 된다고.... ㅠ.ㅠ

이외에도 아이를 키우면서 들었던 감정들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인형처럼 작고 예쁜 아이들이 이젠 성인이 되어

"이젠 제가 다 알아서 할께요."한다.

빨리 자라서 내게 평화를 달라던 시간이 분명 있었는데

한편으론 더 이상 한 치도 자라지 말라고 바라던 시간도

이젠 그리움이 되었다.

몇해전,

장기기증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수술대 위에 누은 나도 잠깐 상상해 본다.

시트를 제치고 나면 바로 이 할머니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사람이라는 걸

바로 알아채겠지?!...

아직 간이 문제를 일으킨적은 없는데...

콩팥도...

언제일찌 모를 그날을 위해

내몸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돌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제부턴 좀 걸어보는걸로...

몸 안에서 의미를 이루기 전에는

그 과정에 몸이 함께하기 전에는

그 무엇도 의미를 이루지 못한다.

_제이슨 앨런페이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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