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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우주 - 당신의 집은 어디입니까?
최준석 지음 / 아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십수 년간 ‘나만의 집’을 꿈꾸는 건축주들을 만나 단독주택을 설계해온 건축가 최준석이 여덟 채의 집을 짓는 과정에서 마주한 고민과 생각을 담은 책이다. 집의 형태와 구조, 자재와 공간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과 그것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집에 대해 고찰한다.
저자는 “나만의 집을 짓는다는 건 나만의 시간과 감각을 되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결국 집을 짓는 일은 공간 하나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묻고 그에 맞는 생활의 방식을 구체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덟 가구가 각자의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집의 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삶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덟 개의 우주』는 그렇게 집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좋은 집, 그리고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흔히 건축가를 두고 구조와 공간을 계획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하지 쉽지만, 사실 '풍경'을 포착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미 대지 주변에 존재하는 자연조건을 집과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지요. 공간을 풍요롭게 게하는 실체는 창밖으로 보이는 빛, 하늘, 나무, 날씨 같은 환경적 요소들이니까요. p15~16
설계는 의뢰인의 생각에서부터 실재하는 집을 만들기 위한 도면을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의 조율자 역할을 건축가가 맡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건축가는 어떤 면에서는 무색무취의 물 같은 마음으로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뜻 흐르지 않는 듯한 물도 자세히 보면 아주 작은 방향성을 갖고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느리지만 어떤 방향으로 흐른다는 감각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미묘한 범위 안에서 설계의 방향이 조정될 때 좋은 집이 만들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p21
우리에게 집은 뭘까요? 누군가에게는 지친 육체를 쉬게 하는 단순한 숙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나와 함께 가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기도 합니다. 집을 유기체로 느끼는 누군가에게는 복도 한구석에 놓인 오래된 의자가, 또는 비 오는 날 처마 밑 작은 테라스에 앉아 듣는 빗소리가 그런 요소가 될 수 있겠지요.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각자 ‘나만의 규칙’으로 집 곳곳에 채워질 때 의미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p37
주택에서 벽과 담의 의미를 탐색하다보면,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심리를 반영하는 반사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벽을 세울 것인가, 어떤 담을 쌓을 것인가 하는 선택에도 각자의 성향과 삶의 태도가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완전히 닫힌 벽을 선호하는 사람은 안정감과 고독감 사이에서 고민하고, 열린 담을 선호하는 사람은 관계와 소통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가변적인 벽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정된 생활을 따분해하고 변화 있는 삶을 선호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벽을 좋아하는 사람은 예측 가능성을 선호하고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실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물론 벽 하나로 사람 심리를 다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요. p72~73
집에 개성을 부여하는 요소는 거주자의 취향과 건축가의 의도입니다. 그 둘이 잘 결합만 하면 그 집만의 특징적 공간이 탄생하게 되죠. 아파트가 효율을 위해 방 크기와 위치를 규격화한다면 단독주택은 거주자가 집 안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소리를 듣고, 어떤 기분을 느낄지에 집중합니다. p144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주인공 승민은 대학 시절 친구 서연의 제주도 고향집 리모델링을 맡아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영화 속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과 가족의 역사, 기억과 회환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그려지지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합니다. 낡고 오래된 된서연의 집은 세월 속에 변화하고 쇠퇴했습니다. 하지만 그 집에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과과 감정이 남아 있었지요. 건축은 물리적 관점에서는 차가운 구조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그곳에 살았던 사람에게는 지나온 추억을 기록해 놓은 다이어리 입니다. p187
류원공사가 끝나고 아름씨 가족이 입주안 지 두어 달쯤 흘렀을까요. 류원 가족 인스타에 사진 한 장이 올아왔습니다. 세차게 비 내리는 날의 오후였는데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창밖 풍경이 참 근사하더군요. 저는 류원의 세식구가 가훗날 어떤 감각으로 사진 속 풍경을 기억하게 될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마 제가 그랬듯 그들도 시간이 한참 흘러 다른 곳에서 우연처럼 스르륵, 비오는 그날의 풍경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요.
말을 통해 집에 대한 감정을 정서적으로 이해시키는 노력은 늘 쉽지 않습니다. 건축가의 역할은 단지 거주자의 오감과 최대한 접촉할 수 있는 잘 짜인 감각의 여백을 만드는 것이죠. 다양한 집을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과 만나 함께 설계하다보면 집도 집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정을 담아 집을 아끼고 바라봐주면 집은 점점 빛이 납니다. 반대로 애를 써서 잘 지어놓은 집이라도 정 없이 살며 보듬어주지 않으면 금방 빛이 바래고 볼품없게 되죠. p271~272
와아~ 오늘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결이 다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가을...
지난 여름이 너무 길고 무더워 가을이 오긴 오나 싶었는데
백로인 오늘은 가을다운(?) 가을이 오는것 같아 살짝 설레였다.
내 집을 짓는다는 것의 의미,
좋은 집, 좋은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건축 에세이!
여덟개의 우주
이번 주말에 읽은 책은 건축에세이 여덟개의 우주다.
내 비록 재건축을 바라보는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꿈이 하나 있는데 비오는 날 비구경하며 책읽기 좋은
창넓은 거실과 서재, 중정도 있으면 좋겠고
정원엔 그네의자를 두고 추억의 영화에서 봤던
멋진 가로등을 설치하는 나만의 집에 대한 꿈이다.
그래서 즐겨보는 프로그램중에 하나인 '구해줘 홈즈'에
주인장의 정서가 담긴 집들을 구경하는 걸 좋아했는데
책에 실린 각기 다른 여덟채의 집을 보며 이제는 제법 구체적인 꿈을 꾸게 되었다.
특히나 비좋아하는 아줌마에게 비오는 창가에 대한 이야기는 말해뭐해~
가족구성원들의 니즈에 맞게 또 외부 환경과 건축가의 고민이 더해져
아름답게 세상에 나온 집들이 비록 직접 가보진 못했을찌라도
그 매력과 사람사는 온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듯 했다.
추석이 다가오니 더 답답하고 맘에 들지 않는
집주인 잘 못 만나 고생중인 우리집.
언젠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