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고 적었다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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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애란이 새 책과 함께 여름 인사를 건넨다. 최근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2024)과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2025)를 펴내며 허구의 세계 안에서 지금 한국사회의 풍경을 세밀하게 그리는 데 집중해온 작가가 이번에 새 이야기를 담아낸 그릇은 소설이 아니라 산문이다.

소설 속 화자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려퍼지는 바로 그 장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해온 작품을 써낸 작가 김애란의 생생한 다면(多面)과 만난다. 그 면면은 생활인이자 창작자, 사회인의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활인으로서 김애란은 제주도의 너른 쉼터를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바라보며 대도시에서와 다른 초록의 풍경을 눈에 담기도 하고, 오랜 시간 오해했던 누군가의 면모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창작자로서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의 등장을 지켜보며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성찰하기도 하고, 사회인으로서 우리 모두가 함께 겪은 코로나 시기를 돌아보며 진정한 자립과 타인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한다. 이 면면은 엄밀히 구분되기보다 서로 섞이고 간섭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몸과 마음의 한계를 지닌 사람으로서의 스스로를 인정하는 겸허하고 유연한 태도가 깔려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긴 시간, 나는 나였다가, 또 나였다가, 충분히 나였다가, 혹은 나인 줄 알았다가 ‘내가 되지 않는 꿈’을 꾼다. 자연인으로서도 창작자로서도 그렇다. ‘진정한’ 내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얼마나 안심이 되나. 얼마나 해방적인가.아마 나는 불교에서 서말하는 무아에는 영영 다다르지 못할 테지만, 세상 어딘가 그렇게 쳐다볼 경지, 바라볼 자리가 있다는데 위안받는다. p20

앞서 잡지 『쿨룰라』에 실은 수상 소감에 저는 최인호 선생님과 그 친구불들을 떠올리며 "비장함도 쾌활함도 모두 귀했을 어두운 시대에 제 선배 창작자들이 나눴을 고민과 대화, 농담까지 헤아려보는 요즘"이라 적었습니다. 어떤 고민과 두려움 앞에서 농담하는 인간의 마음, 진담하는 인간의 심정을 아는 인간의 눈으로 앞으로도 세상을 공들여 바라보고, 서툴고 오류 많은 문장들을 계속 적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93

작가 또한 여느 창작자처럼 ‘창작자 자아’와 ‘생활인 자아’가 있고, 대체로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 살아가지만, 글을 쓸 때 이따금 나는 예술과도 상관없고 생활과도 상관없는 진실한 상태, 순수한 상태로 고양된다. 나를 위대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아도 맑게 만들어주는 고양감, 주체가 된 느낌과 마주한다. 그리고 어쩌면 바로 그 순간 때문에 많은 창작자들이 시간 대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작업에 그토록 몰두하는지도 모른다. p131

만일 성인이 된 이후의 삶이 허무나 권태에 익숙해지는 걸 의미한다면 그걸 관리하는 기술이랄까 도구를 나는 문학을 통해 얻었다. 그리고 갈수록 문학에 대한 어떠한 환상이나 숭배 없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의미나 태도에 도취되기보다 다만 기술을 연마하다보니 절로 익히게 된 삶의 자세가 있다. 구호나 당위 이전에 한 인물의 삶을 통해 그 인물의 욕망과 좌절, 유예와 꾸물거림, 실패를 총체적으로, 육체적으로 함께 경험하며 닿은 이해가 있다. 문학이 그걸 독점했다는 뜻이 아니라 오랜 시간 그쪽으로 특화되어왔다는 얘기다. p142

마흔 아혼에 나는 옷값을 줄이고 의료비를 늘렸다. 소설이며 영화로 익힌 그 모든 예습에도 불구하고 삶의 많은 것이 예상과 달라 당황했고, 그런 내 몸과 화해하느라 바빴다. 그럼에도 그런 마음을 다스리며 적응하려 했고, 함께 늙어가는 친구들을 종종 만나 서로의 고독에 시치미를 떼며 웃다 헤어졌다.

그리고 여기 다 적지 못한, 여러 비밀을 포함한 무수한 날들. 그런 것이 이내게 있었다. 그 일들과 함께 살아오며 나는 전과 또 다른 내가 됐고, 여전히 그렇게 '내가 되어가는 중'이다. P160

처서가 지난거 맞는거지?!...

엄청 더웠다가도 입추지나고 처서까지 지나면 좀 시원해졌던것 같은데

어제 저녁도 엄청 더워서 저녁 준비해 먹고 나니

완전 방전되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덕분에 오늘 아침은 눈이 일찍 떠져 커피 한 잔 내려

김애란 작가의 신작 산문집 '그랬다고 적었다'를 읽었다.

'잊기 좋은 이름'도 좋았고 지난해 나왔던 '안녕이라 그랬어'도

재미있게 잘 읽었기에 기대가 더 컷을찌도...

읽는 내내 오래전 좋아했던 신경숙작가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정작 내 눈물샘을 자극한 건 의외의 문장이다.

아버지는 그때껏 병상을 지컨 아내의 머리카락을 보고도 마치 그날 처음 본 양 놀라며

"왜 이렇게 할매가 됐어?"라 물었다.

그러곤 안타가운듯 두 손으로 계속 엄마 얼굴을 쓰다듬었다. P43

수술후 마주한 아버지가 딸과 아내를 바라보며

나누던 장면중에 하나인데

난 왜 이 한구절을 읽으며 눈물이 났을까?!... ㅠ.ㅠ

아마도 3년전 그날,

두시간이면 끝난다는 수술이 열시간 가까이 걸린 탓에

식사도 못하고 긴장하며 자리를 지켰을 김씨의 수척한 얼굴이

떠올라서였을 것이다.

'모든 예습에도 불구하고 삶의 많은 것이 예상과 달라 당황했고,

그런 내 몸과 화해하느라 바빴다. '

나또한 그랬던 것 같다.

수많은 책들과 영화를 통한 인생의 예습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라 당황하고 힘들었던 삶.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앞으로 남은 시간을 생각해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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