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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감촉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은희경이 장편소설로는 『빛의 과거』(문학과지성사, 2019) 이후 7년 만에 반가운 신작 『시간의 감촉』을 펴낸다. 은희경은 누구인가?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로 누적 발행 100쇄를 돌파하는 신화를 이룩해낸, 삼십여 년간 소설집 일곱 권과 장편소설 여덟 권을 선보이며 한시도 소설쓰기를 멈추지 않은 현역.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그 내면들로 얽힌 사회의 모습을 감상성 없는 냉철한 시선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사유, 치밀하게 벼린 문장으로 풀어헤치며 뭇 독자마다 애정하는 작품이 하나같이 다른 작가. 발표하는 작품이 곧 사건이고 언제나 새로움을 선사하는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거장.
그런 작가가 계간 『문학동네』 2024년 가을호부터 2025년 가을호까지 연재를 마친 후 숙고의 시간을 거쳐 다듬어 펴내는 『시간의 감촉』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몸’이라는 조건하에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안나와 경선이라는 자매의 모습을 통해 진진하게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작가는 『시간의 감촉』의 ‘작가의 말’에서 “한 사람의 몸에 담긴 시간과 공간과 사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밝힌다. “발견과 성장의 여정”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장편이 “『새의 선물』과 『빛의 과거』”를 잇는 “‘시간 3부작’”의 대미라고도 말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일단 하루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일과라는게 있다. 그 과정을 수행하는 것은 몸이다. 몸을 통해 자신의 바깥과 소통하고 변화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유기체의 숙명이다. 생명이 있는 한 계속되어야 한다. 몸의 조건 또한 제각각이다. 외부의 조건이 몸을 조율하기도 한다. 몸의 조건 또한 제각각이다. 외부의 조건이 몸을 조율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어떤 식으로든 그 몸을 통해 시간이 흐르고 있다. p13
죽음은 소멸이고,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죽음의 실제는 잠든 뒤 영원히 깨어나지 않은 상태로 상상될 뿐이다. 살아 있는 존재가 상상 할 수 있는 소멸과 그 너머의 무. 그 미지는 두려움으로 감각 될 수 밖에 없고 고통으로 이어진다. 모두가 겪는 일이라고 해서 두려움이 덜어지는 건 아니다. 무의 세계에 동행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혹시 태어남과 함께 몸에 새겨진 생존의 본능이 있듯이, 필멸자로서 죽음에 연착륙하는 본능의 장치가 인간에게 내장돼 있는 건 아닐까. 어디에서 그걸 찾아야 하는 걸까. p64~65
'내 말이 그 말이야. 그래서 난 귀여운 할머니 같은 말도 싫어. 늙으면 수동적이고 퇴행적인 것 말고는 매력을 부여할 방법이 없다는 거야. p105
여행은 장소뿐 아니라 시간의 이동인것 같다고, 처음 와보는 장소인데 언젠가 살았던 것처럼 느껴지는 풍겨오가 마주치던 그 순간 시간의 회로와 교한된다고. 그리고 이런말도 했다. 때로 전생까지 거슬러 상상해보게 되는 그 데쟈부의 전율이 현생에서 도망친 데서 오는 해방감인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자신의 지난 생이 상영되는 극장 안에 한 발 들어선 설렘이었다고 말이다. p203
우리 모두는 고통을 겪고 또 해결하면서 현실을 살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변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했던 순간은 어딘가에서 왕국을 건설하고 사계절을 보내고 있다. 내가 생각한 진실과 사랑이 그런 방식으로 지켜져서 훗날의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그들이 그걸 믿는다면 죽음 또한 소멸이 아닌 시간의 계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286
‘첫’은 ‘가장 오래된’이다. 안나와 경선의 ‘첫’은 점점 ‘가장 오래된’으로 수렴해간다. 경선의 말처럼 그 모든 게 다 사라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시간들은 매 순간이 ‘첫’이다. 안나와 경선에게도 첫 순간은 수없이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경선이 틀렸다. ‘우리의 첫’에 대한 기억은 의미가 있다. 그것은 ‘가장 오래된’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최근’과 ‘우리의 다음’이 되기도 한다. p357
마침내 늙은 광대의 새로운 춤이 시작되고 그것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그 이야기가 떠오르자 경선은 불현듯 중얼거린다. 춤춰본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 그리고 다음 순간 두 팔을 벌려 길게 뻗어서 앞으로 모아본다. 고개를 한쪽 어깨 너머로 젖혀 먼 허공을 바라보는데 조금쯤 위로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몸이 여기에 있고 낯설지 않다. p376
얼마전, 재미있게 읽은 공지영 작가의 신간에 이어
동시대를 풍미했던 은희경 작가의 신작 소설
'시간의 감촉'이 도착했다.
'새의선물', '빛의 과거'에 이은 완결편이기도 하다는
이번 책은 안나와 경선 연년생의 두 자매가 내 나이와 비슷한 탓에
여동생만 둘인 내가 더 공감하며 읽고 있다.
간간히 등장하는 다니엘은 친구 정이의 조카 같고,
내가 경험하고 견뎌왔던 시간들과
어디선가 만나거나 들어봤을 이야기들이 작가에 의해
감칠 맛 나게 그려진다.
작가는 “한 사람의 몸에 담긴 시간과 공간과 사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가 경험했던 수많은 장소와 시간을 함께 추억하며
노화 그리고 건강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