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부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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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라는 나이에 일본 문예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연이어 휩쓸며 일본 문학계를 뒤흔든 최고령 신인이 있다. 어릴 적부터 소설가가 꿈이었지만, 사회적 역할을 해내느라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사람. 50대가 되어 끝도 없는 절망을 마주하고서야 비로소 “쓰지 않고는 죽을 수 없을 것 같은 이야기”를 길어 올린 와카타케 치사코의 이야기다.

와카타케 치사코의 첫 에세이집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는 자기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가다 축제 같은 순간을 만나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자 여러분, 이제 나갑시다. 그리고 노년을 즐깁시다” 호쾌하게 외치는 인생 선배의 목소리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 이루지 못한 꿈을 품고 있는 당신, 나이 들어가는 몸과 아직 화해하지 못한 당신, 삶의 속도가 버겁다고 느끼는 당신에게”(이금희 방송인) 이 책을 권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혼자인 덕분에 부엌에서 국을 끓이고, 된장을 풀고, 밥을 짓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줄어든 시간만큼 글을 쓴다. 네 명의 손주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사회의 부조리와 맞설 준비를 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나답게 산다'고 선언한다. 앞으로는 자신만을 위해 살 것을 다짐하며, 자신의 팔다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는다. 삶이란 어쩌면 다시 시작하기 위해 모든 것을 잃은 일이기도 하다. 와커타케 치사코의 문장은 그 사실을 부드럽게, 그러나 큰 언니처럼 단호하게 일러 준다. p15

나는 이미 제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고 있다. 세상은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권하지만 내 생활은 그와 정반대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며,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만큼만 먹는다. 부끄럽지만 그게 내 생활 방식이다. 제멋대로 사는 할망구. 앞으로 남은 내 미래가 손가락으로 셀 만큼일지, 아니면 발가락까지 세어야 할지, 괜히 셈을 해 보곤 한다. 어느 쪽이든 남은 인생을 기분 좋게 보내고 싶다. p21

나의 앞날은, 말하자면 이제 막 계약에서 풀려난 나이 든 기생이 다시 빚을 지고, 겨우 다 갚았다고 안도하는 순간 또 새로운 빚이 생겨나는 그 무한 반복의 삶. 그것이 어쩌면 내가 두려워하는 하강 기류의 실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몸이 떨린다. 각오는 되어 있나. 괜찮은가, 나여. 잠시 침묵 끝에 그래도 좋다, 해 보고 싶다, 하는 소리가 내 안에서 울린다. 과연 어디까지 갈까. p31

이런 시대에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은 어쩐지 불리하달까, 짐짝 취급을 받는 듯해 씁쓸합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민감하게 느낀 탓인지, 자식들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 50대나 60대에 이른 폐점을 하듯 주변 정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것이 꼭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어딘가 의기소침해져서 뒤로 물러서는 듯한 느낌입니다. 나이 든다는 게 그렇게 초라하고 쓸쓸한 일일까요. p63

세월은 가차 없지만 동시에 다정하고 따뜻한 것이네요. 이제 나는 한없이 자유롭습니다. 혼자 사는 일에도 익숙해졌습니다. 밤늦게 소리 내어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고, 가끔은 춤을 추기도 합니다. 음악은 그때그때 다릅니다. 재즈일 때도 있고, 쇼팽일 때도 있지요. 누가 보면 뚱뚱한 아줌마가 몸을 흔드는 모습쯤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물론 친구들과 밥을 먹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때로는 편집자와 열띤 논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나의 일상입니다.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시간이지요. p128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것은 결국 인생이 지닌 색깔 같은 것이다. 그 바탕에 흐르는 강물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이제는 그걸 알고 싶을 뿐이다. 해야 할 몫들을 하나둘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온전한 나를 만날 수 있었고, 이제야 정말 나답게 살아가고 있구나 싶다. 타고난 얼굴이야 어쩔 수 없지만,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나름의 멋과 맛이 배어날 수는 있다. 나도 그런 얼굴을 향해 가고 싶다. p151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도 이제 '항머니'. 젊음이라는 자원도 서서히 바닥나고, 인생에서 맡았던 역할들도 하나둘 끝나갑니다. 이제는 다 우려내고 찌거기만 남은걸까요.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가볍습니다. 체면 따위 굳이 신경 쓰지 않고, 이제는 하고 싶은대로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쿠마가 아니라, 오타미처럼 사는 것입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삶은 새롭게 빚을 수 있습니다. p180

벚꽃엔딩...

비가 내린다.

덕분에 꽃비가 내리고 아쉽지만 벚꽃과는 이별을 한다.

드물게 보이는 홍매화가 빗물을 머금고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이러한 거리풍경을 뒤로 하고 지금은 김씨와 병원에 와있다.

오래전 허리통증으로 신경성형술을 받았던 병원인데

이번엔 김씨의 목디스크 치료차 보호자로 따라왔다.

그때만해도 수술은 커녕 시술도 처음이라 수술대에 처음 누워보는 나는

꼬맹이와 수술실에 들어가기전부터 눈물바람을 했드랬다.

그 모습을 보고 옆침상의 할머님께서 물으셨다.

"그쪽은 무슨 수술을 하슈?~"

"아! 저는 수술이 아니라 시술이예요...." ^^;

김씨의 집에 가라는 성화에 병원 한구석에 있는 카페로 내려와

카페인 충전을 하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집에 다녀오긴 그렇고 책이나 읽다가 올라가야지.

50대에 펜을 들고,

63세에 일본 문학계를 뒤흔든

최고령 신인의 첫 에세이집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

벚꽃지는걸 보고 있노라면

내게 몇 번의 봄이 남아 있을찌 서글퍼지곤 했었는데

비슷한 연배의 일본 할머니가 혼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책으로 나마 만나고 나니

이쯤의 힘듦이야 또 이겨낼 수 있을꺼란 생각이 든다.

다 잘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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