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가는 마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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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숙한 시선과 따듯한 유머가 섞인 필치로 삶의 희로애락을 그리는 윤성희의 일곱번째 소설집. 웃음을 끌어내는 엉뚱한 발상과 재치, 문장과 문장 사이에 응집된 복잡한 삶의 얼굴을 행간에 부려놓는 솜씨는 독특한 개성으로 자리매김한 윤성희 소설의 인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장기가 돌올하게 드러나는 여덟편의 단편소설을 묶어낸 이번 소설집에서는 ‘생일’이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한다. ‘죽음’과 ‘태어난 날’이라는 극명한 대치를 통해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맞이하게 될 시간을 절묘하게 겹쳐놓는 수작들을 모았다.

아무리 작은 비중을 가진 등장인물이더라도 그를 둘러싼 작은 서사가 오르락내리락 이어지는 윤성희표 소설에는 기쁨과 슬픔, 슬픔을 어르는 농담,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사고 등 마치 실제 우리의 인생사처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물 흐르듯 유연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선의를 믿고 싶게 만드는 작가의 다감하고도 부드러운 필치가 담겨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인생이 자꾸 꼬여서, 그렇게 꼬인 것은 팔고 싶지 않아.' 꽈배기를 싫어하면서 스크류바를 좋아하는 건 뭔가 모순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내 말에 이모가 고개를 저었다. '스크류바는 녹잖아. 녹으니 꼬인 게 사라지는 거지.' 그 말을 들은 후로 이모의 음식을 먹을 때면 내 안에 있던 모난 것들이 조금은 사라지는 것 같았다. p112

엄마와 나는 즐거울 때는 같이 웃었지만 슬플 때는 서로 모른 척했다. 위로를 해주지 않는 엄마에게 가끔 상처를 받기도 했다. 엄마도 나에게 상처를 받았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엄마의 슬픔을 알아차린 적이 거의 없었다. 엄마는 들키지 않았으니까. 나는 엄마가 실컷 울 수 있도록 가게 밖으로 나왔다. 어렸을 때 나는 눈물샘이 자주 막혔다. 슬픈 일이 생기면 그때의 내 사진을 보았다. 눈이 붓고 눈곱이 낀 아기.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아기. 다시 눈물샘이 막힌 아기가 된 기분이었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흐르지 않는 아기. 나는 계단에 앉아서 눈을 맞았다. 내 몸을 그대로 통과하는 눈을. 눈이 펑펑 내렸다. 쌓인 눈을 보자 내가 죽은 게 어제 일처럼 느껴졌다. p122~123

할머니는 쪼그려 앉아 돌멩이에 그려진 눈 코 입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웃는 돌멩이, 우는 돌멩이, 화내는 돌멩이, 시무룩한 돌멩이. 할머니는 그중에서 가장 예쁘게 웃는 돌을 골라 고쟁이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다시 길을 걷는데 고쟁이 속에서 달드락달그락 소리가 들렸다. p145

아이들의 말을 듣자 갑자기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내가 중학생 때였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봤는데 맞은편 옥상에서 빨래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 빨래는 전날에도 있었고 전전날에도 있었다. 사흘이나 걷어가지 않은 빨래라니. 갑자기 슬퍼졌다. 온몸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조금만 움직이면 눈물이 쏟아져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용기를 내 엄마한테 말했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말할 수 없다고. 나조차도 설명할 수 없다고. 그랬더니 엄마가 말했다. “괜찮아. 그런 날이 있지.” 그때 그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길가에 쪼그려 앉아 울었다.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p164


세상이 1.5배 속도로 재생될 때

내 마음으 속도는 0.25배로 흘러가도록

'느리게 가는 마음'

어젯밤,

김씨가 오늘 회사에서 건강검진이 있다고

출근할때 아침상 안차려도 되니 그냥 푹 자라고 한다.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네...

안그래도 요즘 이런저런 생각에 밤에 잠을 잘 못자서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들었는데 그렇다면 새벽에 울리는 알람을 끄고

늦은 아침까지 늦잠을 자보리라....했으나

습관이라는게 무서워서 결국 일찍 눈을 뜨고 말았다.


늘그렇듯 대충 집안정리를 마치고

책한권과 태블릿을 챙겨 별다방에 왔다.

월요일 아침의 별다방은 유난히 조용하다.

근간에 이렇게 조용할때가 있었나 싶게...

그래서인지 읽는 책의 진도가 빠르다.

소설책 한권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으니...

제목에 이끌려 구입한 소설 '느리게 가는 마음'은

윤성희 작가의 책으로 얼마전 재미있게 읽은 '음악소설집'에서

처음 만나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신간소식에 구매를 결정했다.

이번책에선 생일이야기가 유난히 많이 나온다.

생일이 얼마남지 않아서인지 엄마생각이 부쩍 나곤하는데

순간 울컥하는 장면이 많았다.

엄마의 부재가 가장 큰 날이 생일날이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미역국은 먹었니?"라며 전화기 넘어의 엄마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는게

한동안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이번 생일엔 이르게 가족, 친구들과 지인들의 선물이

일찌감치 이어졌다.

친구랑 홍대나들이 했다가 이미커피에서 꽂힌 블루커피잔에 꽂혀

갖고 싶었는데 이 소식을 들은 경이가 블루 버드 머그잔을 선물해 주었고,

리는 분홍색 장미꽃다발과 케이크,

시는 샤넬향수와 꽃차,

선이는 갖고 싶던 블랙윙 연필과 금일봉,

동생들은 금일봉과 자켓을 선물했고,

김씨는 80%세일 소식에 아울렛에 간다는 내게

엄한거 사고 후회하지말고 제대로 된 갖고 싶던걸 사라며

본인의 연차와 세금환급금을 몽땅 투척했다. ^^;

꼬맹인 요즘 유행하는 하얀색 투명안경을

큰아인 생일날 가족모임을 위해 오마카세를 예약했다고 한다.

이렇게 적고나니 생일을 축하해주고

날 챙겨주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잔인한 4월이 다가오지만

날 위해 기도해주고, 응원해 주는 가족들과 이웃들이 있기에

그럼에도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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