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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현재 진행 중 - 운 좋으면 120살까지
김원희 지음 / 부크크(bookk) / 2024년 9월
평점 :
내 손에 들어온 것을, 남에게 뺏기고 싶지 않은, 남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은 노심, 아니면 자신의 소유권에 대한 긍지랄까? 늙으면 마음이 하늘처럼 넓어질거라 생각하면 오해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늙으면 이상하게 더 욕심이 많아진다. 내것을 움켜쥐고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앞에서 엉거주춤 언제 끝나나 기다리고 계시던 젊은 할머니가 마침내 다가가 뭐하고 말씀하신다. 조금 후 먼저 할머니가 일어나셨다. p52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취미도 전혀 달라서, 취미에 맞춰서 시간을 보내느라 이틀에 한 번꼴로 얼굴을 보는 날도 더러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잘 지낸다. 어쩌다가 서로가 얼굴 붉힐 일이, 정말 어쩌다가 일어나도, 절대 서로 간에 방 빼~!라는 말은 안한다.
방빼~라고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방을 빼야 하는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p73
예전이나 지금이나 삶의 방식이 조금씩 달라졌을 뿐, 노년, 인생의 끝자락의 그 물리적인 현상은 같다. 단, 내가 그 시간에 능동적이냐 수동적이냐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나를 어떻게 대한다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동적인 마음 자세로 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역시, 뒤늦게 깨달은 것이지만, 마음 무장에는 독서가 최고다. 수많은 상처 입은 자들의 상처 치유의 처방전이 글 속에 있기 때문이다. p110
생각해보니, 40살까지 방탕한 생활을 했다고 해서 그대로 인생이 끝난 것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120살이라면 아직도 80년이 남았는데, 그때 시작해도 괜찮다. 그러나 인생이란 게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120살이 평균 수명이 된다 해도 그것이 나에게도 해달되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은 오늘을 평화롭게, 할 수 있는 한 성실히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p119~120
오랜 이웃이시자 작가이신 맑고맑은님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전작 할매는 파리여행으로 부재중,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었지 뭐야, 나는 간이역입니다 등
모든 책들이 다 좋았고 작가님의 필력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번책이 가장 좋았다.
밀린 레포트도 써야하고 병원과 우체국도 가야하고
내일 정수기 설치가 있어 싱크대도 치워야 하지만
책이 궁금해 별다방 구석자리에 자리잡고 앉아
이미 블로그를 통해 알고 있던 내용이 꽤 있는데도
혼자 웃다가, 또 울었다가 아마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면
저 아줌마 사연있는 아줌마(?)인줄 알았을 것 같다.
눈을 꿈뻑거리며 참다가 코를 훌쩍이다가 급기야
마지막 '실버타운보다는 요양병원'을 읽다가는
에공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ㅠ.ㅠ
아이들이 떠나고 김씨와 둘이 남아 한동안 힘든시간을 보냈다.
점점 예민해지고 큰소리에 가슴이 떨리는 나와
점점 귀가 안들린다며 TV며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는 김씨...
타목시펜 부작용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며 아침이 힘든 나와
일찍자고 일찍일어나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하는 김씨와의 생활이
쉽지 많은 않지만 서로간의 측은지심으로 예전만큼은 많이 싸우지않고
비교적 잘 지내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꼬맹이오면 서로 편들어 달라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탓에
꼬맹인 '정말 잘 지내는것 맞지?!...'하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출근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은 진심이다.
1부 노인의 나라
2부 이상한 세상
3부 운 좋으면 120살까지
여행을 좋아하고,
같은 직업을 가진 또 인생의 선배로 맑고맑은님이 덤덤히 들려주시는 이야기들...
예쁜 핑크색 바탕의 표지그림도 따님이 직접그리시고
작가님이 편집하여 출간하신 책이라고 하는데
나처럼 할머니는 맞지만 한편으론 할머니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예비할머니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알려주시는 듯 했다.
맑고맑은님!
늘 그렇듯 이번책도 너무 좋았습니다.
출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120살까지 이웃으로 여행얘기 많이 들려주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