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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다가, 뭉클 -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10월
평점 :
37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지닌 유튜브 채널 ‘이기주의 스케치’의 주인공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이기주의 에세이. 일상의 순간순간을 담아 그린 100여 점의 그림과 함께 작가 특유의 따스함이 담긴 글은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그림 그리다가 뭉클함을 느끼는 신기한 경험을 누구나 마주할 수 있음을 이 책은 가만히 전하고 있다.
어떤 그림을 그릴까 소재를 찾는 것부터 구도 잡기, 선 긋기, 색칠하기까지 그림을 그리는 과정 하나하나마다 인생의 이야기가 배여 있다. 구도를 잡는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색을 칠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인생 또한 자기만의 단계를 밟아나가야 함을 알려주고, 실수한 선을 지우기보다는 그냥 놔두는 용기가 인생에서도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준다.
그림과 인생이 만나는 순간 우리의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을 『그리다가, 뭉클』은 가능하게 해 준다. 그림은 인생과 참 닮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그림과 글은 마음을 부지런히 쓰는 일이다. 그래서 정신 건강에 딱 좋은 운동법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그리려면 마음이 움직여야 하고 글을 쓰기 위해 의미를 찾게 게되면서 마음을 뒤적거려야 하기 때문이다. 육체의 건강만큼 정신 건강도 잘 챙기려면 더 그리고 더 쓰는 쪽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림이나 글이나 무용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꽤나 유용한 지혜일지도 모른다. p5~6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는 일이 삶의 허기를 달래거나 공허한 마음을 채우는 길이라는 걸 나는 요즘 코끝에서 경험한다. 그림이 그렇게 허기를 달래고 마음을 채웠으니까. 그림 그리는 한두 시간의 집중이 공허와 허기를 달랜 경험은 언뜻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분명했다. 그간 속이 상해 생긴 '마음 염증'이 어느 느정도 치유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살아 있으니 감기처럼 언제라도 다시 찾아올 공허와 허기이고 이 때문에 '마음 염증'을 또 앓겠지만 두통이나 열이 날 때 '타이레놀'을 먹는 것처럼 적어도 그림이 그 순간의 고통을 가라않혀 줄 상비약이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p78
대충 사진을 찍고 집에 와서 이 그림을 그리며 생각했다. ‘실수한 선을 지울 필요는 없더라.’ 오늘 하루의 마음처럼 삐죽 튀어나간 선이 그림을 좀 더 풍성하고 살아있게 한다. 실수한 선이 다음 선을 그을 때 길잡이가 되어주면서 오히려 반듯해진다. 지우고 다시 선을 긋는다고 더 나은 선을 그을 확률은 그다지 크지 않다. 지우개 똥으로 지저분해지고 종이만 너덜너덜해질 뿐이다. 그러니 실수한 선을 그대로 놔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림 속 수많은 선에서 실수한 선은 찾기도 힘들 테니까. 어쩌면 인생도 이런 선 수백 개가 엎치고 덮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내 인생이 결국 아름다운 거라고 그림 그리면서 배운다. 오늘의 실수한 선을 지우지 않는다. 내일 그어질 선은 좀더 곧게 그어질 거니까. 인생 참 그림 같아서 재미있다. p134~135
햇빛이 밝은 날을 그리려면 그림자를 진하게 그린다. 창문을 통해 빛이 드리워져 꽤 느낌 있는 카페를 그리고 싶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머릿속에 그림자를 어떻게 그려야 할까 생각하는 거다. ‘밝음’을 그려야 할 때 ‘어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역설이지만 써먹을 지혜다. 그림이란게 인생을 많이 닮았다. 지금 깊은 어둠속에 있다면 어쩌면 밝게 빛나는 내가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헤어나올수 없는 어둠이 칠흑 같을지라도 결국은 더 밝은 나를 완성해줄거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이쯤은 견딜 수 있을 것만 같다. p218
봄, 여름, 가을, 겨울...
출근길과 퇴근길 그리고 주말...
저자의 일상을 담아 그린 100여 점의 그림과 함께
인생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기주 작가의 신작
'그리다가, 뭉클'을 읽고 있다.
문득
그림을 처음 시작하던 그때가 생각났다.
다니던 직장에 직장인들을 위한 미술수업이 저녁에 개설되었다.
도로시의 옆구리를 찔러 같이 수강하게 되었고
다시 강의를 시작하며 사정이 있을때마다 수강와 휴강을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다.
햇수로만 치면 어느새 7년차...
연필드로잉을 시작으로 색연필, 아크릴화, 수채화, 오일파스텔까지...
그림이 안는다고 매일 푸념아닌 푸념을 하지만
하나, 둘 늘어가는 스케치북 숫자만큼 알게 모르게
내그림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거겠지?!... ㅠ.ㅠ
가끔은 너무 늦게 그림을 시작한게 아닐까 하는 내게
저자는 여든 살에 그리는 그림은 그 누구의 그림보다 스며드는 이야기가 많고
깊은 생의 이야기가 묵직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며
그림은 나이로 그리는 거라고 이야기 한다.
왠지 책에서 만난 저자는 섬세하고 따뜻한 사람일것 같다.
세밀함이 느껴지는 펜드로잉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처럼
물맛이 느껴지는 수채화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그림은 정겨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만년필과 수채화롤 그린
'일본 나고야의 골목길'이었다.
그리고보니,
아직 만년필로는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다.
핑계김에 만년필 구입! ^^;
마음의 염증(?)이 치유되는 그림그리기...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하길 잘했다고 응원해 주는 듯한 책이었다.
'그리다가, 뭉클'
여든이 훨씬 넘은 나이에 그림을 배워보려고 한다는 어르신의 글을 읽었다.
거기엔 멋쩍음이 배어 있었다.
은퇴를 하고 이 나이에 그림에 노욕을 부린다는 어르신도 계셨다.
한결같이 나이를 탓하거나 나이를 겸연쩍어 하셨다.
그때마다 그림 그리기 딱 좋은 나이라고 댓글을 달아 드렸다.
여든 살에 그리는 그림은 그 누구의 그림보다도 스며든 이야기가 훨씬 많으니까.
깊은 생의 이야기가 묵직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니까.
세상을 보는 눈은 누구보다 절절하니까.
이때 그리는 그림은 훨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림은 정말 나이로 그리는 거다.
그림은 정말 시간이 그리는 거다. p268~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