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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ㅣ 에세이&
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평점 :
2004년 시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산문과 소설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품세계를 끊임없이 확장해온 박연준이 여덟번째 에세이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을 창비 에세이& 시리즈로 선보인다. 산문 읽는 즐거움을 독자에게 가득 안겨준 탁월한 에세이스트 박연준 시인이 이번에는 그만의 우아한 사색이 담긴 필치로 ‘마음’을 관찰한다.
총 3부로 구성한 이 책은 달력, 편지, 발레, 풍선, 새벽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하나의 명사에서 시작하여 그 단어에 얽힌 추억과 자신만의 정의를 풀어놓으며 흔하디흔한 매일의 반복을 특별한 순간으로 탈바꿈한다. “나에게 있던 흔한 것들이 어느새 ‘유일한 것’으로 달라져 있”(추천사 요조)는 독서의 감각을 선사하는 박연준의 이 글들은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며 더께가 끼어 소란하고도 혼탁해진 마음을 맑게 정화하며 독자에게 질문 하나를 남겨놓을 것이다. 나의 마음은, 또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냐고. 마음에 밑줄을 긋는 이 산뜻하고도 사려깊은 에세이는 읽는 이의 마음을 다정하게 마중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고양이에게 ‘높이’라는 숨숨집이 필요하다면 인간에게는 ‘다락’이라는 은신처가 필요하다.
책을 쓰는 동안 다락에 앉아 있다고 상상했다. 필요해서 그랬다. 세상과 거리를 확보해 세상을 그리워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넓고 매끈한 공간이 아니라 잉여의 공간, 잊힌 공간에 머물고 싶었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을 찾으면서도 창문에 배를 맞대고 살아가는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존재하고 싶었다. 모든 것과 단절되었다는 감각은 꿈꾸기에도 사유하기에도, 세상을 사랑하기에도 좋았다. p7
매 순간 성실히 사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잃어버린 줄도 모른 채 잃어버리는 것은 얼마나 많은가. 물건만이 아니다. 물건을 둘러싼 생각, 기억, 추억을 잃어버렸다. 시, 사람, 기분을 잃어버렸다. 기쁨, 슬픔, 사과해야 할 타이밍, 포옹과 눈빛을 나누어야 마땅했을 인사를 잃어버렸다. 휘파람, 라일락, 고백을 잃어버렸다. 어려움 없이 누리던 모든 ‘첫’, 순수한 호의, 갈망, 몸에 내려앉은 떨림을 잃어버렸다. p18
마음에 가시가 산다. 조금만 돌보지 않아도 안팎을 할퀴어놓고 여기저기 흠집을 낸다. 마음은 실체가 없어 티 나지 않는다. 마음은 많은 것을 몸에 넘긴다. 몸은 두꺼운 피부조직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덩어리여서 티가 난다. 몸을 돌보려는 사람은 마음을 살펴야 하고, 마음을 돌보려는 사람은 몸을 살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p30
요가 수련에 5분 늦었다고 통곡을 하며 돌아온 날, 처음으로 내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강박과 불안,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 잘 때 턱이 아플 정도로 이를 앙다문 자세... 그날부터 지금가지 시시때때로 손을 펴는 연습을 한다. 힘을 풀고 걱정을 지우고 먼 곳을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세상에는 내가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 상황을 통제하려 할수록 겁이 나고, 다른사람에게(작은 거라도) 기대하게 된다. 내가 이리하려 하니 당신도 저리해줘애 하지 않습니까, 이런 마음은 본인을 지치게 하고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다. 시간을 들여 생각한 결과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기대하지 말 것. 바라려며 오직 스스로에게 바랄 것.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통곡하지 말 것. 멀리 보고 '계속' 걸을 것. 삶을 꾸리는 건 나지만, 인생은 나 외의 것으로 채워진다는 걸 알았다. p58~59
가장 좋은 선물은 바란 적 없는데 ‘톡’ 주어지는 선물이다. 아무 날도 아니고 아무 일도 없는데 당신이 내미는 선물이 좋다. 머리 위로 도토리 한개 떨어진 듯 ‘어맛’ 하고 놀라며 받을 수 있는, 가볍게 건너오는 선물이 좋다. 꽃, 쿠키, 피겨, 핸드크림, 책 등이 가벼운 선물로 알맞겠다. 신나는 기분과 즐거운 기분이 합쳐져 ‘작은 환희’를 만들어내는 순간이다. 환희—고요한 마음에 환타를 콜콜콜 부어주는 것 같은 기분! 누군가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적이 있다면, 당신은 그를 좋아하는 것이다. p79
이 글을 쓰는 도중에 깨달은 한가지!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은 잠을 양껏 잘 자는 사람, 자신에게 혹독한 기준을 들이대는 사람(자신과 삶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사람)은 잠을 못 자는 사람, 자신에게 관대하지도 혹독하지도 않은 사람은 잠을 적당히 자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잘 자는 사람은 자신에게, 그리고 자기에게 일어난 크고 작은 일에 관대한 사람이 분명하다. p141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담, 부조리한 세상에서 고근부투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소설을 읽는다. 훌륭한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깊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독서다. 당신을 다 이해할 수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입장에 서보겠다는 다짐이 소설을 계속 읽게 한다. 당장에 이득이 없다고 소설 읽기를 그만둔다면 당신은 빠른 속도로 늙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오솔길은 보지 못하고 대로변으로만 다니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나'를 커다랑게 키우고 싶다면 남의 삶에 개입해 그 사람이 되어봐야 한다. 인생을 여러번 살 수 있는 가장 쉬운 길, 소설에 있다. P180~181
비오는 금요일 오후,
늘 그렇듯 별다방 창가에 앉아 '모월모일'로 좋아진 작가 박연준의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을 읽고 있다.
한동안 내마음을 괴롭히던 숙제 하나를 해결한 탓인지
오늘은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맛있는 빵도 만드시고 요리도 너무 잘하시고 (진짜 큰이모네집 밥이 어떤 식당보다 맛있어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달란트를 가지신 것 같아요."
위의 글은 큰조카가 생일날 보낸 메세지 중 일부로
그냥 하는 인삿말이겠지만 조카들도 제부들도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 좋아서 힘들어도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곤 했는데
올 추석은 아직 넘 덥기도 하고 체력이 예전같지 않아서
청소도 음식장만도 진도가 안나가고 마음의 짐만 더해지고 있었다.
여러날 고민 끝에 식사는 집근처 식당에서 하고
우리집에서 과일과 차를 나누기로 결정하고 동생들에게 의향을 물었는데
시간도 장소도 좋다는 연락이 왔다.
그와중에 김씨는 본인이 한우를 사올테니 다른 거 준비하지말고
고기만 구워먹자고 말해 기암을 토했는데
그럴꺼면 내가 그냥 준비하지 왜 식당을 예약했겠냐고요?!.... ㅠ.ㅠ
무리해서 준비하고 힘들어하는 것보다
말꺼내긴 쉽지 않았지만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 보기로 했던게
이렇게나마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잠 안오는 밤 제목이 턱 목에 걸렸다.
책속에서도 잠을 못 자는 사람을
자신에게 혹독한 기준을 들이대는 사람(자신과 삶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사람)으로 정의했는데
할수만 있다면 그 누구보다 내 자신에게 관대해지고 싶다.
또한 저자는 소설읽기를 어려워하는 내게
'인생을 여러번 살 수 있는 가장 쉬운 길, 소설에 있다.'고 이야기 한다.
다시 읽는 '모순'을 비롯해서 구입하고 진도 안나가는 소설책들이 쌓여가고 있는데
깊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독서이기에 좀 시원해지면 속도를 내 볼까한다.
선물 받는 것도 좋지만 선물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책과 핸드크림, 커피 등이 주로 내가 친구들에게 전하는 선물인데
가장 좋은 선물은 바란 적 없는데 ‘톡’ 주어지는 선물이라고 하니
앞으로 선물을 준비할땐 머리위로 도토리 한개가 떨어지듯 가볍게 받고
신나하고 즐거워할찌 고민해 보는 걸로...
추석선물
그것이 문제로다!.... >.<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짖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봐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 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걷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_ 김사인 화양연화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