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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미술관 - 그림 속 잠들어 있던 역사를 깨우다
김선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평점 :
절대 권력의 표상으로만 여겨져 온 루이 14세는 사실 그의 콤플렉스를 가리기 위해 패션에 힘을 썼고 그 결과, 프랑스를 하이패션의 메카로 만들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괴롭히던 정치 포르노는 결국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진 매개가 되었다. 빅토리아 시대에 등장한 먹지 않고도 사는 ‘금식 소녀들’의 기원은 남성보다 더욱 혹독하고 가혹한 고행을 해야 성자가 될 수 있었던 중세 시대의 굶어 죽은 수녀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에도 먹스타그램이 있었고 이를 그림으로 주문 제작해 명화로 재현하기도 했다.
‘비정상’으로 여겨지던 반 고흐는 정신 병원에 갇혀 새벽녘 창문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그리며 꿈과 불안, 희망과 고통을 「별이 빛나는 밤」에 담아냈다. ‘하얀 금’이라고 불리던 설탕이 그림 속엔 어떤 형태로 남아 존재하는지, 인류 멸망의 날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그리고 그는 왜 「최후의 심판」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는지, 디즈니가 인디언 공주의 신화를 어떻게 환상적인 거짓말로 재포장했는지 등도 모두 역사의 기록으로 남은 명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미술 작품에 잠들어 있던, 혹은 흘려보냈던 역사를 여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서 살펴보는 그림 역사책이다. 과거를 살던 화가들이 자신들의 시대를 살아 숨 쉬듯 생생하게 그림에 담아낸 역사 즉, 어제의 기록을 읽는다.
근대 이전 역사의 구심점이었던 유명한 왕과 왕비, 의식주와 함께 삶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과 사랑이 어떻게 그림 속에서 기억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그림 속에 남은 음식의 역사, 그림 속에 기록된 신앙과 종교, 힘과 권력의 역사가 어떻게 그림에 각인되었는지, 그리고 근대 사회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통해 인간은 어떤 생각과 가치를 지니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를 미술 작품에서 읽어낸다. 그동안 미처 못 보고 있던 시대와 장면이 명화를 보는 순간 또렷하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지나간 역사와 사회를 어떻게 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모습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림이 제작된 당시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을까? 시대는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도 바뀐다. 따라서 그림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시대에 어떤 시각으로 그것을 볼 수 있을까? 교과서가 가르쳐준 진부한 관점이 아니라 자유롭고 개방적인 눈으로 과거 인물들의 행적과 역사적 사건을 바라본다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된다. P10
장 레옹 제롬은 플루타르코스의 이야기에 따라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낭만적인 첫 만남을 묘사한다. 그림 속 클레오파트라는 막 카펫에서 나와 유혹적인 자세로 카이사르 앞에 서 있다. 화려하고 정교한 이집트식 목걸이 아래 드러난 가슴, 허리띠 아래 투명한 베일 같은 치마 사이로 엿보이는 다리가 육감적이다. 옆에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위한 소품으로 그려진 노예가 여왕의 뒤에서 두려운 듯 웅크리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카이사르는 당황한 듯 두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클레오파트라를 올려본다. 화가는 고대의 사건을 상상하면서 젊고 매혹적인 이집트 여왕의 모습을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으로 그려냈다. P95
이런 사진들이 엄청난 개인적 독창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회화, 문학 그리고 무엇보다도 올도이니가 열렬한 팬이었던 연극과 오페라 장면에 영향을 받아 카메라 앞에서 따라 한 것이다. 그녀는 작은 손거울이나 전신용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는사진 초상화를 여럿 만들었다. 이 포즈는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유명한 로커비 비너스와 관련이 있을수도 있다. 그림 속에서 비단 침구에 날씬한 몸을 쭉 뻗은 채 돌아누워 있는 비너스 여신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큐피드에게 거울을 들고 있게 한다. 거울은 비너스와 자기도취에 빠진 올도이니를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매개체다. P145
커피는 소박한 일상의 기호품 이상이었다. 사람들은 커피하우스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철학과 정치를 논하고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켰다. 커피하우스는 현대 민주주의의 산실이기도 했다. 1500년경 메카에 카흐베하네가 생긴다. 카흐베하네는 튀르키예어로 커피를 뜻하는 단어인 '카흐베'와 페르시아어로 집을 뜻하는 '하네'의 합성어로, 커피하우스를 뜻한다. 술을 금지 하는 이슬람 사회에서 커피를 마시며 남자들끼리 교류하는 장소로 발전했으며 여자는 출입이 금지되었다. P171
「정신병원의 복도」는 원근법적으로 펼쳐지는 생 폴드 모솔의 복도를 묘사한다. 밝고 따뜻한 노랑과 오렌지 계열로 채색된 복도의 중경에 작은 인물이 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고흐가 1889년 5월부터 사망하기 직전인 1890년 5월까지 1년간 머물렀던 병동을 그린 것 중 가장 인상적인 그림이다. 반복적인 진동을 일으키며 급격하게 물러나는 원근법은 무언가 조여드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예술가들이 종종 사회가 질병 혹은 비정상이라고 부르는 것에 가까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창의력은 비합리적인 정신의 항해에서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P328
모네는 터너와 대기 오염이 만든 풍경에 대한 관심을 공유했다. 그들은 도시의 흐린 날씨와 안개에 싸인 강 풍경에 흠뻑 빠졌다. 모네는 무엇보다도 안개가 계절에 따라 혹은 하루동안 시시각각 런던을 변화시키는 모습에 매혹되었다. 그는 비오는 날, 안개로 뒤덮인 날, 밝고 화창한 날 등 변화무쌍한 날씨의 대기 효과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그림들을 그렸다. 첫번째 런던 방문 당시 그린 그림들은 모네와 안개와 대기 상태를 묘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작업했음을 보여준다.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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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웨스터민스터 브리지 아래 템스강, 1871, 런던 내셔널 갤러리
미술관에 잠들어 있던 역사를 깨우는
아주 사적인 명화이야기
'사유하는 미술관'을 읽고 있다.
1. 역사의 구심점이었던 유명한 왕과 왕비
2. 의식주와 함께 삶의 핵심 요소인 성과 사랑
3. 그림 속에 차려진 음식의 역사
4. 명화에 기록된 신앙의 시대
5. 은밀히 감춰졌던 힘과 권력의 역사
6. 그림 속에 각인된 근대 사회의 모습
이 책은 위와 같이 여섯가지 키워드로 나뉘어져 있는데
'술탄의 심장을 훔친 하렘의 노예 록셀라나'를 시작으로
러시아 혁명의 시작 '피의 일요일'까지 평소 접하진 못했던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역사를 배울 수 있어 더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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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피사로, 커피를 마시는 농부 소녀, 1881, 시카고미술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는 야생트 리고의 '루이 14세'에 대한 기록도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63세의 나이에도 호화로운 예복아래 들어난 늘씬한 다리가 눈에 먼저 들어와
탄력잃은 내 종아리를 슬쩍 쳐다보게 된다. ^^;
젊은 시절 발레로 다져진 다리라고 하니 조금 늦은 듯 하지만
이제라도 발레에 도전해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커피 좋아하는 아줌마로 카미유 피사로의 '커피를 마시는 농부 소녀'와 폴 세잔의 '커피포트를 가진 여인'도 풍성한 식탁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731/pimg_7623041434380313.jpg)
디에고 벨라스케스, 로커비 비너스, 1947~1651, 런던 내셔널 갤러리
8월 8일 검사결과와 확인과 함께 복원 수술을 고민하고 있기도 하고,
요즘 이웃 도도모님 덕분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비너스 작품들 때문인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로커비 비너스'도 폴더에 찜해 놓았다.
내가 괜찮으면 다 괜찮은거라고... ㅠ.ㅠ
철없는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수술하는 대신 그 비용으로 미술관 투어를 꿈꾼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이 작품을 마주하면 눈물이 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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