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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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에서 음악을 테마로 한 소설 앤솔러지인 『음악소설집(音樂小說集)』을 선보인다. 출퇴근 버스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연주자의 공연장을 찾을 때, 길을 걷다 문득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점점 선명해지며 마음에 와 박힐 때, 우리는 무미건조한 무음의 일상에 리듬과 박자가 실리며 감각이 열리는 풍요로운 순간을 경험해왔다.

훗날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았을 때 유독 그 순간이 또렷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평범한 일상에 덧입혀진 다채로운 음악이 그 순간을 고유한 것으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삶의 테두리를 확장시키는 음악의 힘, 프란츠는 음악이 지닌 그 일상적인 힘에 주목하여 이번 앤솔러지를 기획했다. 어떤 날이 음악과 함께 기억된다는 것은 그 순간이 우리에게 이야기로 남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다섯 명의 소설가는 음악과 함께하는 우리의 일상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냈을까? ‘음악’이라는 테마를 공유하는 것 외에는 자유롭게 써 내려간 다섯 편의 소설에서 우리는 각자의 특유한 스타일만큼이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인물이 처한 상황이 사회적인 조건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데 남다른 감각을 발휘해온 김애란은 「안녕이라 그랬어」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헤어지게 된 연인의 한때를 그려내며 ‘음악’과 ‘생활’이 결합될 때의 오해와 애정, 빗나감과 포개짐의 순간을 민감하게 포착한다.

같은 일을 경험하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가능성의 문이 열릴 수 있음을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담아온 김연수는 「수면 위로」에서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했던 오래전 여름과 연인과 함께했던 지나간 여름을 잇는 공통의 음악을 다루며 ‘해석’에 따라 삶의 진실이 새롭게 펼쳐지는 국면을 한여름 밤의 산책 같은 아름답고 생생한 언어로 묘사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첫수업때 우리는 '외국어 공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에코스에서 자체 개발한 교재의 한 단원이었다. 로즈는 화면에 슬라이드 교재를 띄운 뒤 내게 공식 질문을 던졌다.

너는 외국어 공부를 즐기니?

나는 확신없는 투로 답했다.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

로즈가 별 반응 없이 끄덕이다 어색하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네가 외국어를 배우는 목적은 뭐야?

나는 고민하다 비교적 솔직하게 답했다.

언젠가 이곳을 떠나고 싶어서?

이렇다 할 기술도 자격증도 없는 상태에서 막연히 품은 희망이었다. 나는 정작 가장 중요한 이유인 ‘외국어 공부를 하다보면 아직 내게 어떤 가능성과 기회가 남은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p16~17

그때 그 소리가 들렸어. 피아노 소리. 첫 음과 그다음 음. 그리고 또 이어지는 음들. 내 등 뒤에서 엄마가 피아노를 친 거였어. 거기 피아노는 원래부터 있었지만, 엄마가 피아노를 치는 걸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끔찍한 것을 예상했다가 뜻밖에 듣게 된 피아노 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웠어. p66~67


엄마가 우는 모습을 정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엄마와 나는 즐거울 때는 같이 웃었지만 슬플 때는 서로 모른 척했다. 위로를 해주지 않는 엄마에게 가끔 상처를 받기도 했다. 엄마도 나에게 상처를 받았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엄마의 슬픔을 알아차린 적이 거의 없었다. 엄마는 들키지 않았으니까. 나는 엄마가 실컷 울 수 있도록 가게 밖으로 나왔다. 어렸을 때 나는 눈물샘이 자주 막혔다. 슬픈 일이 생기면 그때의 내 사진을 보았다. 눈이 붓고 눈물샘이 막힌 아기가 된 기분이었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흐르지 않는 아기. 나는 계단에 앉아서 눈을 맞았다. 내 몸을 그대로 통과하는 눈을. 눈이 펑펑 내렸다. 쌓인 눈을 보자 내가 죽은게 어제 일처럼 느껴졌다. p115

익숙하지 않았던 역방향의 움직임에도 얼마 안 가 적응이 되었다. 올바른 진행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해 혼란을 일으키던 뇌가 정보를 수정해서 처리하게 된 모양이었다. 달리는 기차의 역방향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었다. 마치 곁에 있던 것들이 천천히 멀어지는 광경을 한자리에 앉은 채 오랫동안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가까운 숲과 들판, 그리고 먼 산봉우리들은 모두 빗줄기에 감싸여 있었다. p143

가장 친밀했던 존재가 한순간 낯을 바꿔 경멸 섞인 무관심을 드러내자 나는 금세 위축되었다. 무엇을 하든 나를 탓하고 의심했다. 한때 사랑했던 것들과 어떻게 헤어져야 하는지 몰라서였다. 불현듯 이모에게 내가 느낀 상실감을 말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내게 "시간이 흐르면" 하고 시작하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말은 하지 않는 사람보다 기어이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나도 그 말에 의지했지만 그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 시간은 그냥 흘러갈 뿐이고 마음은 여전했다. p195~196


오늘은 집근처 별다방이 아닌 예전 직장 27번출구에 있는 별다방에서

컴퓨터관련자격증 필기시험을 치루고 올 큰 아이를 기다리며

소설책 한 권을 읽고 있다.

음악을 테마로 한 소설이라는 설명에 흥미가 생겨 구입했는데

음악에 대한 각각의 해석도, 죽음에 대한 상념까지

오랜만에 만족할만한 소설집이었던 것 같다.

기차

날씨(비)

그리고

시간

.

.

.

가장 기대를 했던 작품은 은희경 작가의 '웨더링'이었는데

내 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들어 있어 더 몰입하며 읽었다.

잠깐이지만 내가 어떤 음악을 가지고 글을 쓴다면

그 곡은 쇼팽의 녹턴 OP.9 E 플랫이리라 짐작하는데

추억과 그리움만 녹여내도 글 한편쯤은 너끈히 써내려갈수 있다고 믿을만큼

좋아하고 애정하는 곡이다.

공황을 앓으면서 이명이 함께 찾아왔고

그때문인지 소리에 유난히 민감해졌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김씨가 내 사정을 모른채 저녁마다 끌어내는 체중계의 마찰음도 참기 힘들고

카페에서 큰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옆사람들의 목소리도 경우에 따라선

자리를 옮기거나 집에 일찍 돌아오는 핑계가 되곤 한다.


웅장한 클래식곡보단 다정한(?) 잔잔한 곡이 좋다.

문득 책에 언급된 드뷔시에 달빛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달쯤이면 되지 않을까?!..

"PALE BLUE EYES' 등

올드팝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도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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