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제 마음을 이렇게 잘 아시죠?” “저도 이렇게 살아야겠어요” 우울, 불안, 걱정 등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내밀한 감정들을 절묘하게 그려 내 인스타그램 15만 팔로워의 마음을 울린 작가 윤수훈의 만화가 드디어 책으로 출간되었다.
책에는 자존감이 낮고 생각이 많은 주인공 ‘슌’이 상처투성이 마음에 힘겨워하면서도 스스로를 소중하게 돌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성장담이 담겼다. 이 책은 그동안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만화들을 엄선한 것은 물론, 특별 에세이와 그림일기, 단행본에서 최초 공개하는 만화들을 대거 수록해 소장 가치를 더욱 높였다.
주인공 ‘슌’의 이름을 따 새롭게 만든 단어, ‘슌하다’와 ‘순하다’는 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 ‘순한 것’이 자주 물러진다면 ‘슌한 것’은 쉽게 물러서지 않고, ‘순한 것’이 작은 충돌에도 휘어진다면 ‘슌한 것’은 거대한 풍파에도 함부로 부서지지 않는 부드러운 태도를 가리킨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느라, 겉으로 강한 척하면서 약한 자신을 숨기느라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유독 아픈 날에, 이 책을 펼쳐 보자. 상처가 나를 아프게 할 수는 있어도, 부서지게 할 수는 없음을, 오히려 거친 바람을 타고 유연하게 살아갈 힘이 내게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어릴 적엔 기적을 바라는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나의 현실에서 최대한 먼 곳을 꿈꿔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생각이 조금 달라진 지금은 막연하게 다른 세계를 꿈꾸기보다는 최대한의 내가 되는 것으로 만족한다. 세상의 척도와 큰 상관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내는 최대한의 나 말이다. p42~43
아무도 내 삶의 무게를 대신 져 줄 수 없다. 나를 끝까지 책임질 사람은 결국 나뿐이기에, 부담 속에서도 힘을 내야만 한다. ‘힘내.’ 내가 힘을 내야만 나를 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힘을 내야지. p54~56
동료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걱정된 마음에 다음 날 아침 통화를 하다 눈물이 났다. 통화를 마친 후 생각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점 중 하나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그 감정을 타인의 상황에도 쉽게 투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행복해져야만 한다. 내가 겪은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내 사람들의 행복도 빌어 줄 수 있을 테니. p57~59
만에 날이 따뜻해져 자전거 타고 외출하고 한강에서 산책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직이 되뇌인 말. 그래, 삶을 더 누려야 해. 자주 잊게 되잖아. 내가 가진 것들. 가진 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어. 볕 좋은 날엔 날씨를 누리고, 지금의 젊음과 건강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배움과 성장의 기쁨을 더 누리면서 살자. 내가 이미 가진 것들이잖아? p98~100
삶이 뒤틀렸다고 느낄 때가 있다. 분명히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는 일련의 상황이나 사건 앞에서 무력해질 때, 삶의 어딘가가 뒤틀렸다고 느낀다. 산다는게 하루하루의 숙제를 끝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삶이 역할극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난한 허무였다. 허무한 공기가 폐 속 가득 차오를 때마다 저마다의 삶에 몰입하는 모든 이에게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 넓은 우주에 잠시 점 하나 찍고 가는 존재들일 뿐인데, 이토록 분노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아파할 수 있다니. 실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허무해질 수록 희망을 말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P247~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