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체조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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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는 본격 문학부터 대중 문학을 아우르는 일본의 대표 작가로, 《남쪽으로 튀어》, 《양들의 테러리스트》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꺼운 작가다. 명실상부 그의 대표작인 ‘공중그네 시리즈’는 어딘가 이상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어쩌다 그의 마수에 걸려버린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특유의 편안한 웃음과 따뜻한 메시지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일본에서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290만 부가 판매되었으며, 국내에서도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수많은 독자가 인생책으로 손꼽은 그 시리즈가 17년 만에 다시 독자들을 찾는다. 그동안 후속편에 대한 거듭되는 요청에도 고사해왔던 오쿠다 히데오가 마음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팬데믹 이후 계속되는 극심한 혼란과 불안을 마주하며 ‘이라부라면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궁금증에서 닥터 이라부의 귀환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초긴장 시대를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에게 적시에 찾아온 반가운 변심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자네 별명이 시청률 귀신이라고 하더군. 뭐, 방송인답고 좋긴 한데, 숫자에 너무 일희일비하다 보면 전체를 놓치게 돼. 무슨 일이든 지상주의는 안 좋아. 힘을 빼는 자세도 필요하지. 그 의사 선생한테 가서 진찰이라도 한번 받아보는 게 어때? 이라부 선생이라고 했나? 여하튼 그 선생이 나오면 묘하게 치유가 되더군.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거겠지. 코로나 우울증의 특효약은 힘을 빼는 걸지도 몰라. 역시 정신과 의사는 달라. 어쩌면 대단한 명의가 아닐까. 하하하!”

사장이 그렇게 말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일단은 기분이 좋아보여서, 게이스케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미야시타는 틱증상이 멈추지 않아 계속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p70

“후쿠모토 씨의 과호흡증후군의 원인. 알아냈어.”

“뭡니까?”

“말하자면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거야, 후쿠모토 씨의 경우는.”

가쓰미는 그 지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노 조절은 최근에 매스컴에서도 자주 듣는 말이긴 하지만, 툭하면 화를 내는 사람들에 대한 상담의 차원에서 쓰이는 말일 터였다.

가쓰미의 의문을 눈치챘는지, 이라부가 “금방 화를 내는 것도 문제지만, 제대로 화를 안 내는 것도 문제거든”이라고 덧붙였다.

“이건 일본 사람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지. 타인의 규칙 위반이나 부도덕한 행동을 봐도 대립을 피하기 위해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렇게 게속 분노가 쌓여서, 결국은 자기 안에서 폭발해버리는 거지. 후쿠모토 씨의 과호흡이나 공황장애는 거기에서 온 거야. 그러니 쉽게 고칠 수 있어. 화를 내면 돼.”

아라부가 황당한 소리를 가볍게 풀어 놓았다. 가쓰미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 p91

“인생에는 승패가 없어. 동물을 보고 배워야 해. 서식지가 확실하게 있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게 생활하잖아? 가령 너구리가 도시로 잘못 들어섰을 경우, 자기는 도시 삶을 극복하고 싶다는 소리를 할까? 올 곳을 잘못 짚었다며 서둘러 돌아가잖아. 도시에서 또 다른 나를 찾자, 그런 발상이 신경증의 근원이야. 앞으로는 너구리가 되어 편하게 살자고. 알겠지?”

그런 말을 듣자, 이번에는 이라부가 너구리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그, 그래도 여러 가지 것을 극복해낸 덕분에 인류는 문명을 손에 넣었을 테고…….”

“어라? 말 좀 하네.”

"그, 그게 맞잖아요. 인류도 처음에는 불을 무서워했을 거예요. 그런데 결국은 그것을 다루게 괬고, 한행지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죠. 그, 그, 그러지 않았다면 인류는 일찌감치 멸종 했을 겁니다."

유야가 말을 더듬으면서도 힘겹게 얘기하자, 아라부가 아이처럼 입을 삐죽 내밀며 "설복 강했네. 분하다-"라고 투덜거렸다. p300~301

"우울한 현대인을 위한 통쾌한 처방"

<공중그네>의 이상하고 유쾌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17년 만에 돌아왔다.

한때는 일본작가의 책을 정말 많이 읽었었는데

한동안 뜸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장편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반가왔던 것처럼

공중그네를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라디오 체조'도 기대를 안고 주문했다.

"타인의 규칙 위반이나 부도덕한 행동을 봐도 대립을 피하기 위해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렇게 게속 분노가 쌓여서, 결국은 자기 안에서 폭발해버리는 거지.

후쿠모토 씨의 과호흡이나 공황장애는 거기에서 온 거야.

그러니 쉽게 고칠 수 있어. 화를 내면 돼.”

조금의 가벼움과 약간의 대충이 필요한 우리에게

닥터 이라부가 편안한 웃음을 선사한다.

내겐 제목이기도 한 '라디오 체조'가 가장 좋았는데

아마도 내 얘기 같아서이기도 한 것 같다.

참는거 누구보다 잘 하던 나였는데

어느날 부터

타인과의 관계가 불편하거나 불합리한 상황이 오면

식은땀과 함께 과호흡이 시작된다.

죽지는 않을꺼라는 걸 알지만

이런 고약한 병을 앓고 있다는게 부끄럽기도 하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거나 사람많은 밀폐된 공연장 등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나 공연관람에 그로인해 브레이크가 걸리니

이를 극복하는데 힘들고 자책도 많았던 것 같다.

이런 내게 저자는 이라부의 말을 빌려

참지말고 '화를 내면 돼'라고 충고한다.

우울함의 특효약은 힘을 빼는 것이라고 말한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급하게 해결할 일이 도처에 있는 것도 아니면서

연말내내 너무 긴장하고 힘을 주고 살았다.

힘을 빼고,

화내고 싶으면 화내고,

하고 싶은 일하며 건강하게 사는 일...

그것이 올한해 내가 꿈꾸는 삶이다.

라디오 체조, 준-비!

탄타라탄, 탄타라탄, 타타타타탄,

탄타라탄, 탄타라탄, 타타타타-

난 라디오 체조는 모르니 국민체조라도 해보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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