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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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의《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이중섭 백년의 신화》, 《내가 사랑한 미술관》, 《윤형근》 등 블록버스터 전시를 기획했던 큐레이터 김인혜가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정리한 『살롱 드 경성』을 펴냈다. 2021년부터『조선일보』에 연재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동명의 칼럼을 수정, 보완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구본웅,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나혜석, 이쾌대, 이인성, 이성자, 장욱진, 권진규, 문신 등 주요 미술가 30여 명과 문인들의 우정과 사랑, 작품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혼란의 개화기와 암흑의 일제강점기를 거쳐, 전쟁과 분단이라는 가혹한 시대를 뚫고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던 그들의 생애는 슬프도록 찬란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박수근은 1965년 5월 작고했는데, 같은 해 10월 유작전이 열렸다. 유작전이 열린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고 전시회에 갔다가 박수근의 작품 앞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감동을 받은 이가 있었다. 바로 소설가 박완서였다. 그녀는 주체할 수 없는 심정을 안고서, 박수근과의 인연을 소재로 한 소설『나목』을 썼다. 그리고 이 소설이 1970년『여성동아』현상 공모에 당선되면서, 주부로 살아가던 박완서는 소설가로 등단하게 된다. 나이 39세가 될 때까지 주부였던 사람이 이런 훌륭한 소설을 썼을 리 없다며, 잡지사에서 집으로 찾아가 진짜 박완서가 쓴 것인지 증명해 보이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p83~84

시골 출신의 한국인 화가가 이런 일에 일생을 걸겠다고 결심한 것은 분명 무모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평생 알아주는 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그림으로는 도저히 돈을 벌 수 없다는 현실을 감내할 만큼, 유영국은 이 일이 가치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김기순은 유영국의 그런 태도에 이끌렸다. 그림이 대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사람이 하나뿐인 인생을 걸고 이토록 열심히 매진하는 일에는 가치를 둘 수 있다는 확신이다. “만약 그렇게 열심히 해서 만들어놓은 것이 바가지라 하더래두요, 그건 그냥 아무렇게나 취급하는 건 아니죠.” 김기순의 말이다. p147~149

변월룡이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서 한인 학교를 졸업하자, 그의 재능을 아낀 동네 한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그를 스베르들롭스크(현 예카테린부르크)로 유학을 보냈다. 예로부터 한인들은 어딜 가나 교육열을 불태웠고, 똑똑한 아이가 있으면 동네 사람들이 힘을 모아 그를 키워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이 변월룡을 타슈켄트로의 강제이주에서 제외시켰다. 변월룡은 1937년 강제이주가 시작되기 딱 한 달 전에 유학을 떠났고, 그 덕분에 이 위기의 순간을 모면했다. 물론 그의 다른 가족들은 모두 타슈켄트로 강제이주를 당했고, 변월룡 가족의 정신적 지주였던 매형은 지식이라는 이유로 이주되기 전 처형당했다. p231~232

혼돈의 시대, 어둠울 뚫고 빛을 발했던 예술가들을 재조명하다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살롱 드 경성'

'장욱진 회고전'을 예매하며 읽고 가려고 부랴부랴 구입한 책인데

결국 회고전을 다녀와서야 다 읽은 책이다. ^^;

'순서가 바뀌면 어떠랴~'

인상적이었고 발걸음을 멈추게 한 작품들을

작가의 시선에 따라 다시 보고 설명을 들으니 작품이 다시 보이는 마법...

장욱진, <공기놀이>, 1938, 캔버스에 유채

장욱진이 학창시절 <전국학생미전>에 출품하여 최고상을 받았다는 공기놀이


장욱진, <까치>, 1958, 캔버스에 유채

“숫돌에 몸을 가는 것 같은 소모”는 그의 삶뿐 아니라 작품에 철저하게 녹아 있다. 1958년에 그린〈까치〉라는 작품을 보자. 이중섭에게는 ‘황소’가 화가의 자화상과 같은 것이었다면, 장욱진에게는 ‘까치’가 그러했다. 장욱진은 마을 주변을 낮게 날며 세상 사람을 관찰하는 이 작고 영리한 새를 좋아했다. 그림 속 까치는 그믐날 깜깜한 밤에 홀로 나무 위에 앉아 있다. 일견 조형적으로 단순하고 귀여운 작품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자그마한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가는 화면 전체를 밤의 어둠으로 새까맣게 뒤덮은 다음, 매우 가느다란 도구로 수천수만 번의 손놀림을 통해 검은변 물감을 ‘긁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앙증맞은 까치 한 마리를 남기기 위해, 도대체 화가는 얼마나 여러 번 화면을 긁고 또 긁었을까. 모두가 잠든 새벽에 작업하길 좋아했던 그는 이 작은 화면을 긁느라 얼마나 많은 새벽을 홀로 지냈을까. 작가의 철저한 고독과 치열한 내면세계가 전해져 내게 이 그림은 도무지 귀엽지가 않고, 도리어 아프고 처절해 보인다.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 나는 내 몸과 마음과 모든 것을 죽는 날까지 그림을 위해 다 써버려야겠다. 내가 오로지 확실하게 알고 믿는 것은 이것뿐이다.” p288~289

이번 장욱진회고전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 '까치'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더 좋았던....

석파정미술관에서 작품을 처음 접하고

경기도 미술관 이건희컬렉션에서 다시 만나 비록 마그네틱으로나마 갖게된 유영국의 붉은 산

책에 실린 푸른 산도 갖고 싶다. ^^;


제주도미술관 '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라티오'에서 처음 마주한 변월룡의 작품들...

변월룡은 <닥터 지바고>의 저자인 러시아 문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초상화를 비롯해서

최승희 등 북한에서 만난 예술가들의 초상을 많이 남겼다고 하는데

말하지 않고 입안에 머물어도 그리움으로 눈물나게 하는 작품 '어머니' 앞에 오래 머물러있던 기억이 난다.

책에 실린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모습을 옹기와 함께 그려낸 작품이었는데

위의 작품과는 얼굴모습이 좀 다르게 다가왔다.

그동안 그리 친하지 못했던

우리나라 화가들에서 대해 좀 더 알게된 책으로 오지호 화가의 작품이 더 좋아졌다.

내취향이랄까?!... ^^;

곁에 두고 오래오래 함께할 생각이다.

집에 돌아가면

가을빛으로 물들었을 삼청동

현대미술관에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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