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 노화와 질병 사이에서 품격을 지키는 법
헨리 마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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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시선으로 삶과 죽음을 성찰한 《참 괜찮은 죽음》의 저자 헨리 마시의 신작. 마지막이 될 이 책을 집필하면서 헨리 마시는 70대가 되어 은퇴를 하고 전립선암 4기 판정을 받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말기 암 환자가 된 의사가 우아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 삶의 끝에서 가장 나다움을 되찾는 여정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이 책을 두고 개빈 프랜시스, 레이첼 클라크, 클레어 챔버스 등 내로라 하는 작가들은 산문의 아름다움과 생각의 힘이 어우러진 책이라고 높이 평했으며 《황금나침반》을 쓴 판타지 문학의 거장 필립 풀먼은 “이 책을 존경한다”고 극찬한 바 있다. 오은 시인은 “몸을 살피기 위해 떠난 배가 생애의 파도를 넘고 넘어 마침내 희망이라는 항구에 도착하는 씩씩한 책”이라고 추천했고, 《마흔에 읽는 니체》를 쓴 장재형 작가는 이 책이 “죽음에 다가갈수록 영원한 삶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고 말한다”며 추천의 글을 썼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는 40년이 넘도록 신경외과 의사로 살았다. 내가 살던 세상은 두려움과 고통, 죽음과 암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의사가 그렇듯, 나도 연민과 초연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했다. 균형을 찾는 것은 때때로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매일 목격하는 일을 직접 겪으면 어떨지 상상해본 적은 없었다. 이 책은 의사로 살아온 내가 어떻게 환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자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겼거나 무시했던 질문들,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질문들이 갑자기 매우 중요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꼭 찾지 못하더라도 더 잘 이해해보려는 나의 노력을 담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p4~5

희망은 의사들이 마음껏 처방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약이다. 생존 가능성이 5퍼센트라고 얘기하는 것은 생존 가능성이 95퍼센트라고 얘기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다. 좋은 의사는 5퍼센트의 가능성에 상응하는 95퍼센트의 사망 확률을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고 낙관적인 5퍼센트를 강조할 것이다. 이것은 판도라의 상자다. 상자 안에 아무리 많은 공포와 병이 있다고 해도 그 안에는 언제나 희망도 함께 존재한다. 희망은 가장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빛이 꺼진다.

희망은 통계적 확률이나 유용성의 문제가 아니다. 희망은 마음의 상태이며 우리 뇌에서 마음의 상태는 곧 신체 상태다. 그리고 우리 뇌는 신체(특히 심장)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정하고 희망적인 태도가 암을 치료한다거나 영원히 살게 해준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인간의 마음은 항상 모든 사건을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려 하지만, 대부분의 질병은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 산물이다. 희망의 유무도 그중 하나다. p16~17

내가 죽고 나면 사람들이 나를 그리워하겠지만 나는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굳게 다짐했다. 곧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울하게 지낸 것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 나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현재 내 삶을 최대한 누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연이은 절망과 불안의 파도가 덮쳐도 나는 다시 일어섰지만, 항상 또 다른 파도가 다가왔다. 내가 자기 연민에 너무 깊이 빠질 때면, 같은 상황에 있는 누군가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들지 자문해보았다. 대답은 언제나 같다.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이런식으로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외부에서 나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지만 노력하여 이 방법을 썼고 그럴때마다 도움이 되었다. p120~121

암을 진단받은 후로 1년이 흘렀다. 완치는 할 수 없지만 치료는 받을 수 있는 환자군에 속하게 되었는데 그런 환자들의 삶은 의사들에 의해 좌우된다. 무기력함을 느끼며 스캔 결과와 피검사 결과에 따라 마음이 요동친다. 하지만 내 나이를 고려할 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암에 걸리지 않았어도 나는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나는 암으로 죽거나 암이 완치된다 해도 아마 치매로 죽게 될 것이다. 두 가지 가능성 중에서는 암으로 죽는 편이 더 낫다. 암으로 죽어야 한다면, 그리고 죽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거라면 그때쯤엔 조력존엄사가 합법화되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p227~228

지난해

저자가 쓴 '참 괜찮은 죽음'을 읽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해보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도 급성췌장염으로 응급실을 오고가며 입원을 앞두고 있던 때라 더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은데

이번 신작 '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는

저자가 신경외과로 살아온 40여년의 삶뒤에

은퇴후 환자가 되고 난 후 ‘인간다움’에 대해 헤아리기 시작하고

의사의 시선에서 환자의 시선으로 바뀌며

죽음을 준비하고, 삶의 끝에서 가장 나다움을 되찾는 여정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항암을 하며 거울앞에선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그려낸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아무래도 감정이입이 되어서이겠지.

누구나 한 살 한살 나이 먹고

늙고 또 어느 순간에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그 죽음의 순간을 매번 목전에 두고 살아가진 않을 것이다.

내게 이런 일이 없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조금씩 두려움과 불안에서 벗어나

나답게 잘 살아가고자 노력중이다.

저자는 암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달리기와 비유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달려야 하는지 생각하면 이내 기진맥진해지지만

좋아하는 것을 생각 하고 평소 하던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목적지에 금방 도달할 것임을...

달리다 힘들면 잠시 쉬어 걸으며 휴식을 취하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라고도 이야기 한다.

'나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현재 내 삶을 최대한 누려야 한다.'는 것을

늘 기억하기로 하자.

암과 내 미래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달리기와 비슷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달려야 하는지 생각하면 기진맥진해지고 당장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지금 다듬고 있는 문장이나 손녀들에게 들려주는 동화의 다음이야기,

내가 만들고 있는 가구의 디자인 등을 생각하다 보면 몇 마일은 금방 지나있다.

하지만 나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무언가를 성취하려하고

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시련을 견디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달리는 도중에 잠시 멈추어 휴식을 취하고 잠시 걷기도 하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법도 배웠기 때문이다.

암에 걸리고 얻은 깨달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p166~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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