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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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고상하고 우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부수며, 40만 독자를 쉽고 재미있는 미술의 세계로 안내했던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의 저자 조원재가 인문×예술 교양서 『삶은 예술로 빛난다』로 돌아왔다. 약 3년 만의 신작이다. 전작이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예술을 매개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예술로부터 진정 얻어야 하는 것은 예술 지식이 아닌, 삶의 지혜라고 말한다. 매일 반복되는 지겨운 삶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비밀은 무엇인지, 우리가 노력 없이도 가질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은 무엇인지,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등에 대해 탐색해 나간다. 획일화된 기준으로 쓸모와 효용가치로만 판단되는 사회,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 오직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삶을 예술로 빛나게 할 27번의 지적 여정에 독자를 초대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일기일회라는 말이 있다. 평생에 이뤄지는 단 한 번의 만남, 단 한 번뿐인 일. 이 말은 차 마시는 행위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다도에서 쓰인다. 어제도 차를 마셨고 엊그제 역시 차를 마셨지만. 차를 마시는 지금 이 순간은 평생에 단 한 번 일어나는 일임을 가슴에 새겨 차 한 모금을 아주 새롭게 음미한다는 마음의 자세다. 이것은 다름 아닌 한 인간이 지닌 지성의 문제로, 누군가가 가르쳐주고 알려준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이 내면에 지닌 지성으로 해내는 일이다. 우리의 일상이, 삶이 아무리 매일 반복되더라도 매 순간은 진실로 새로운 순간이다. 우리가 지성을 발휘해 그 진실을 매일 매 순간 의식하려 노력한다면, 무미건조하게 여기던 것들이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전혀 다른 의미로, 전혀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평범한 삶 속에 듣도 보도 못한 색과 형과 향을 지닌 꽃이 피어날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삶에 예술이 피어날지 모른다. p31

흥미로운 건 이 번데기 과정을 미술가라 불리는 사람들만 경험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이 이 과정 속에 있다. 운동을 하든, 노래를 부르든, 발명을 하든, 사업을 하든, 장사를 하든, 요리를 하든, 글을 쓰든, 춤을 추든, 말을 하든, 삶에서 무엇을 선택하든 이 과정은 진행 중이다. 인간은 모두 자신에게 무지한 백지상태로 태어난다. 누군가는 삶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영영 자신에 대해 정확히 모를 수도 있다. 다른 누군가는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스스로 번데기가 되기를 선택한다. 그 번데기 속에서 누군가는 자기만의 해답을 발견해 껍질을 찢고 나와 나비가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실패하기도 한다. 물론, 거듭된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다면 끝내 나비가 될 수도 있다. 애벌레가 번데기 껍질을 까고 나와 나비가 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는 온전히 애벌레의 선택과 노력에 달렸다. 지금 우리는 그 과정 어디쯤에 있을까? p94

나태함은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 ‘일’을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일을 하지 않을 뿐 숨은 쉬고 있다. 살아 있는 것이다. 그 어떤 외부 압력에 속박되지 않고 순수하게 숨 쉬며 살아 있는 상태를 온전히 누리는 시간을 보내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 사회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의 여백’을 스스로 허락하는 마음.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나태함이지 않을까?

우리는 나태할 때 비로소 예술적으로 살 수 있다. 삶에서 ‘아무 할 일이 없는’ 시간의 공터를 스스로 허락하고 만들어야 비로소 내가 숨 쉬고 살아 있음을 체감할 수 있고, 예술을 할 수 있다. 그렇다. 예술을 할 수 있다. 감각하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예술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 내 앞에 산적해 있는 일에 몸과 마음이 치이다 보면 나태함이 낄 자리가 사라진다. 나태함이 없으면 몸도, 머리도, 마음도 자유롭게 흐느적거리며 유희하기 어려워진다. 물고기처럼 이리저리 자유롭게 헤엄칠 수 없게 된다. 몸과 머리와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버려 창의성이 싹틀 틈이 막혀 버린다. 딱딱한 영혼에서 생각은, 느낌은, 영감은, 깨달음은, 창작은, 예술은 나오지 못한다.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춤이든, 말이든, 표정이든, 표현이든 어떠한 방식의 예술도 나오지 못한다. p110~111

'지금 이 순간 진정 하고 싶은 것. 그것을 하자.' 그 마음의 소리. 그 진심.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터져 나왔던 그 소리. 그 소리는 사진에, 책에 실컷 빠지게 했다. 그동안 잠재해 있던 미술의 맛에 푹 빠지게 했고, 일본을 거쳐 유럽까지 직접 미술작품을 보러 가게 만들었다. 그 진심의 발로에서 나온 모든 행위에서 생성된 체험들. 그 체험들 속에서 나는 사색했다. 그냥 증발시켜 버리지 않고 있는 힘껏 겨안았다. 서로 들러 붙어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찐득찐득해질 때까지. 그렇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조금이나마 가진 잠재적 가능성이 무엇인지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p297~300

빈센트 반 고흐. 그의 일탈의 전모를 접하게 되었을 때, 나는 그와 어떤 동질감을 느꼈다. 굳건한 동지애가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분명 그와 나 말고 다른 누군가도 현재 이런 자발적 일탈을 선택하고 체험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일상의 관성에서 튕겨져 나가기로 결정하는 것. 나는 그것을 ‘건강한 방황’이라 말하고 싶다. 그 일탈, 그 방황의 여정은 타인이 보기에는 불안정해 보일지도 모른다. 먹고사는 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불필요한 행위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일탈을, 그 방황을 행하고 있는 자신은 그 길의 끝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더욱 또렷이 마주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삶의 길 위에서 그 일탈은 진정 자신이 원하는 길을 또렷이 알고, 택하고, 행하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p302~304

'방구석 미술관'으로 이름을 알린 조원재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아프기도 했고, 읽어야 할 책들이 산처럼 압박으로 다가오는 요즈음인지라

책을 구입해야하나 참아야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천천히 읽더라도 사두자!' 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책으로 전작엔 독자들이 친근하게 미술작품과 친해지게 만들었다면 이번엔 예술을 매개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어느때보단 나 자신으로 살아가길 간절히 바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더 마음에 와 닿았던 책

'삶은 예술로 빛난다'




얼마전, 미술관에서 권진규의 자소상을 만났다. 머리와 어깨만이 드러나 있는 극도로 단순한 흉상 조각이었따. 형태가 단출하고 크기가 왜해 하려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부터 느껴진다. 그 단출하고 왜소한 조각에서 기이하게 발산되는 완고한 기운이. 나는 그 기운에 끌려 자소상에 다가간다. 그리고 어느 누구의 지시나 안내 없이 육감과 직감이 이끄는 대로 자소상의 에너지가 응결되어 있다고 감지되는 미간에 시선의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보기를 결정한다. 권진규가 그야말로 혼을 담아 빚어 놓은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미간을 뚫어지게 관찰하고 또 바라본다.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그가 이 미간에 에너지를 응축해 발산해 내기위해 자소상 전체를 만들었음을 직감한다. p44~46

나또한 이 작품 권진규의 '자소상' 앞에 오래 서있었던 기억이 났다.

초행길,

새로 생긴 전철노선을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착한 경기도미술관

창밖에 폭우가 내리고 있고

생경한 미술관 풍경에 더해 이 작품은 외딴섬에 혼자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던 날

강렬하게 이끌어 오래도록 앞에 세워두었던 것 같다.

책을 읽다보니

추석 앞두고 매해 명절때면 반복되는 불안과 스트레스에 힘들어 하는

날 온전히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천성이 쉬는걸 잘 못하는 내가

나태함과 생전 수술후 처음 느끼는 피곤함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하고 긴한숨과 함께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요즘 일상...

'지금 이 순간 진정 하고 싶은 것. 그것을 하자.'

.

.

.

'하기 싫은 것, 못하겠는 건 솔직히 못하겠다고 말하자.'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유로와진것 같다.

추석지나고 떠날 여행...

부산, 대구 그리고 제주...

특히 제주여행은 둘레길 걷기와 함께 가보고 싶던 미술관에 들릴 예정이라

더 기대중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차피 잘 지나갈 추석연휴

미리 걱정하지 않는걸로...


"당신에게 예술이 (당신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진정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진정으로 울리는 소리를 들을 줄 알고,

그 소리를 따라 행한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명백히 예술입니다.

그렇게 당신에게 예술이 '당신 자신'이 되길 바랍니다.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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