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쟁이 중년아재 나 홀로 산티아고
이관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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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공기업에서 34년을 일하고 은퇴했다. 오랫동안 꿈꾸어오던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길 떠나는 일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퇴직하고 바로 떠나고 싶었으나 팬데믹 때문에 하늘길이 막혔고, 그다음은 항공권까지 예매했으나 아내의 수술이 발목을 잡았다. 마침내 떠날 준비가 되었을 땐 자신의 지병인 허리 디스크가 악화되었다. 이번에도 미루면 영영 떠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무조건 떠났다.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아지기 전에.

그때부터 그의 일생을 통틀어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 시작된다. 순례길 첫날부터 세 명의 낯선 여성 순례자들과 한방에서 잠을 자고, 피레네 산 중턱 알베르게에서는 16명의 다국적 순례자들 앞에서 서툰 영어로 자기소개를 한다. 처음 만난 순례자들로부터 질문 세례와 아낌없는 격려를 받는다. 그들은 때로 길동무가 되어 함께 걷기도 하고 앞서 걷거나 뒤처져 혼자 걷기도 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정말이지 나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래저래 험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발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떠나지 못한다면, 다시는 도전하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설령 디스크 악화로 완주하지 못하고 중간에 귀국하는 일이 있더라도,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 p6

어쨌든지 해맑은 수다로 무장한 친절한 알베르게 매니저의 마음이 고마워, 준비해간 한국 전통 북마크를 선물했다. 조선시대 왕비 의상 북마크. 책을 읽다 책 사이에 끼워두면 네가 왕비가 되는 것이라고 뻥을 섞어 말해줬더니, 환한 웃음과 함께 너무 좋아했다. (즉흥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이 멘트는 앞으로 자주 사용하게 된다.) p40


까미노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과 만나게 된다.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사람마다 서로 “올라(Hola!)” 또는 “부엔 까미노(Buen Camino!)”라고 인사를 나눈다. 스페인어로 ‘안녕!’ ‘좋은 순례길 되세요!’란 뜻이다. 그리 특별하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인사말은 힘이 들 때마다 묘하게 큰 힘과 위로를 준다.

몸은 고단하지만, 까미노 길을 걸으며 소소한 행복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마도 평소 일상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더군다나 한 달 반이라는 긴 시간을 낯선 타국에서 혼자 보내는 경험은 처음이다 보니 더 그런 것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산티아고 순례길은 힘들지만 소소한 행복이 있고, 그 소소한 행복으로 인해 힘든 순간을 거뜬히 넘길 수 있는 것 같다. p55~56


“요즘 뭐하면서 지내?”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금은 난감하고 쓸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겐 이런 질문에 대한 아주 적절하고 유용한 답변이 준비되어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고 있어.”

이제 순례길도 끝나가고 있으니 한국으로 돌아가면 무어라 대답할 수 있을까. 고작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고 뭔가 큰 깨달음을 얻는다던가, 인생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퇴직 후 삶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루어낸 나는 적어도 산티아고 이전과 이후의 삶이 같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은 들었다. P216~217

설렘과 걱정이 공존하며 시작했던 은근 소심한 중년아재의 나 홀로 46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 제법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가 있었고, 또 전혀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이렇게 특별한 순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P264

얼마전 읽은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꺼야'도 친구가 선물목록에 넣어둘 정도로

이런류의 책을 좋아하는데다가 큰 일(?)을 겪고 나서인지

그 어느때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동경이 커져가고 있는 즈음에 접하게 된

블로그 이웃 KWAN님의 '소심쟁이 중년아재 나 홀로 산티아고'의 출간 소식은

엄청 반가왔고, 축하인사와 함께 바로 예약구매를 하려 했는데

감사하게도 빠른 쾌유를 위한 응원 선물로 보내주신다기에

궁금한 마음을 가득 안고 출간일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조직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가려고 집을 나서던 순간,

그렇게 기다리던 책이 도착했다.

힘있는 필체의 쾌유를 빈다는 응원의 글과 함께 발견한 노란화살표...

왜 또 눈치없이 눈물이 나는건지?!... ㅠ.ㅠ

이 노란 화살표 덕분에 내가 어디를 가야 하는지가 명확했다.

이 노란 화살표 덕분에 내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가 명확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순레자들은 노란 화살표를 따라

자신이 이곳에 온 의미를 되새기며 묵묵히 걷기만 하면 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마다,

순례길의 노란 화살표처럼 갈 길을 알려주는 그런 존재가 나에게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197

예약진료시간보다 한시간도 더 지나 진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떠나기전의 여러가지 일로 뒤로 미루거나 주저 앉을수도 있으셨을텐데

그럼에도 무조건 떠났던 KWAN님에게 마음속으로 나도 박수를 보냈던 것 같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읽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길위에서 만난 다정한 사람들과 위트있는 글들은

딱딱하고 건조한 병원 대기실의 환우들 사이에 앉아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되었다.

퇴원후,

나역시 지인들에게 산타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고 하면 열에 하나가 아닌 열이 다 말린다.

그 몸으로? 그 무릎으로? 그 허리로?... ㅠ.ㅠ

책표지의

'무조건 떠나라

떠나지못할 이유가 더 많아지기전에'라는 문장이 가슴에 콕 박혔다.

언제가될찌 모르겠지만

내 꿈은 여전히 그 길을 걷는 것이다.

KWAN님!

다시 한 번,

출간을 축하드리며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쇄, 3쇄 소식 곧 들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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