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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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Blu)》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 ‘코로나 이후’ 첫 에세이. 화려한 뮤지션이자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지만, 현실에서는 낯선 파리에서 홀로 아들을 키우는 싱글 파파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싱글 파파가 된 작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아들의 청소년 시절을 함께하며 가족과 삶에 대해서 생각한 내용을 담은 ‘성장 일기’이다. 처음에 절망에 빠졌던 작가는, 때로는 일상 속의 요리와 가끔은 일상을 벗어난 여행을 통해 조금씩 아들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간다. 특히 두 ‘현실 부자’는 음악과 친구, 미래를 재료로 진지함과 유머라는 양념을 뿌려 맛깔나는 일상의 음식을 하루하루 차려 낸다.

팬데믹은 지나가고, 일상은 다시 돌아왔다. 그 시절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 가족의 모습 속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모습이 겹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아들 방 창문 밖으로 옆 건물 창문이 보인다. 자그마한 식물 같은 게 장식되어 있다. 어슴푸레한 크리스마스의 빛이 그곳에 쏟아지고 있었다.

행복이란 욕심을 내려 놓을 때 비로소 살포시 다가오는 이런 부드러운 빛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네살 먹은 아들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은 없다.

“하루하루는 나름대로 힘든 삶의 연속이지만 때로 하느님은 이렇게 깜짝 선물을 주시기도 한다. 인생의 80퍼센트는 힘들고 18퍼센트 정도는 그저 그런 것 같다. 나머지 2퍼센트를 나는 행복이라고 부른다. 깜짝 놀라게 행복한 것보다 그 정도가 좋다.” p18

“사람은 말이야, 괴롭거나 슬프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땐 지글지글 볶아서 마구마구 먹는 게 좋아. 사람은 배부르면 졸리기 마련인데 말이야, 자고 일어나면 안 좋았던 마음이 싹 다 사라지거든.”

그 말은 내 인생의 교훈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는 나를 돌아보며 이런 말도 했다.

"어쩌면 엄마는 아빠와 이혼할지도 몰라. 근데 무슨일이 있어도 엄마는 너희 곁에 있을거야."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났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하지 않았다.

그때 어머니는 왜 나에게만 괴로운 마음을 털어놓으셨을까.

그건 알 수 없지만, 나는 가족을 위해 요리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어머니한테서 배웠다. p40

“그때 나는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으려면 기대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은 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아빠, 사람에게 기대를 해도 괜찮은 거 같아.’라고 아들은 말했다.” p186

“아빠, 괜찮지? 시시한 소리도 하고,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정말 힘들 때 이 친구들이 내 편을 들어주고, 손을 쓱 내밀어 주기도 하는 거잖아. 인간이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인간다운 삶의 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해. 아니야?”

침묵..... 감동했다.

"아빠처럼 꿈과 목표를 갖고 살아가는 것도 주요하지만, 그런 사람들한테는 돈이나 성공을 위해 찾아오는 야심가들만 모일꺼야. 그 사람들도 웃는 얼굴을 보이겠지만, 아빠느 그사람들과 시시한 이야기는 안 하잖아? 아무말이나 하면서 하룻밤 보내냐고? 안하지? 그런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없어. 물론 살아가는 데 중요한 사람들이니까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에겐 별일 아닌 일에도 함께해 주는 친구들이 많아. p292~293

“우리는 걸으면서 이런저런 추억담으로 꽃을 피웠다. 이런 내용을 쓰면 여러분은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제 반항기 사춘기 아들은 그곳에 없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성장한 온화한 한 청년이 서 있었다.” p392

책리뷰 요청 당시 파리로 떠난다는 그녀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오래전 지독히 가슴앓이 했던 '냉정과 열정사이' blu 쥰세이의 이야기를 쓴 '츠지 히토나리'가 저자라서였을까?

어찌되었건 이 책이 내게 온건 운명이었다.

에쿠니 가오리,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오가와 요코 등 일본작가들의 책에 흠뻑 빠져든 시간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좋아했던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의 책에서 멀어졌던것처럼 하루키를 제외하곤 다른작가들의 신작은 최근에 읽은 기억이 없던차에 츠지 시토나리의 신작소식은 추억소환과 함께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기다렸던것 같다.

아름다운 파리의 하늘 아래

여행과 요리

음악과 수다로 풀어가는

'찐' 가족 서사시!

'파리의 하늘아래,

아들과 함께하는 3000일'

이번책을 읽으면서도 때가 때이니만큼

분명 아빠가 낯선 도시 파리에서 혼자 아들키우는 이야기인데

나또한 아무도 아는 사람없던 지방 한도시에서 두 딸 키울때가 생각나며 왜 자꾸 눈물이 나는건지...ㅠ.ㅠ



불안하고 두려웠을 시간들을 보내고

아무리 바빠도 아들을 위해 정성스레 만들던 음식이야기도 좋았고,

그 아들이 성장하며 반항기 사춘기 소년에서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는 온화한 청년이 되었음에 감동하고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들었던 책이었다.



지금쯤

파리의 하늘 아래서 사랑하는 딸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녀도

건강하게 잘지내다 돌아오기를...

다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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