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 - 사랑과 결혼 그리고 삶이 던지는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록
박진서 지음 / 앵글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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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서 에세이.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좌절을 겪는다. 불운을 만나고 그 앞에서 속절없이 무릎을 꿇는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시간을 되돌리기를 바라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저자 또한 그랬다. 불임, 예상치 못한 부채, 가난, 남편의 시각장애 그리고 자신의 자율신경 실조증. 이런 연이은 시련의 시작은 ‘결혼’이었기에 그 선택을 후회하고 숨통을 조이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남몰래 애를 끓였다.

하지만 저자는 결혼생활을 끝내는 대신 어느 날부턴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불운을, 그 불운으로 비롯된 고행과 같은 나날을,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폭발과 마음의 소용돌이를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갔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세밀히 말하기 힘들지만 어디에든 털어놓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속내를 풀어헤쳤다.

저자는 남편과 함께하는 삶을 헌신, 희생이나 사랑 같은 말로 덧칠해 꾸미지 않는다. 혹자의 감상처럼 ‘습자지 하나 걸치지 않은 글쓰기’다. 그렇기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자책하고 다시 추스르고 일어서는 현실의 인간, 즉 당신과 나의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각자의 이유로 불행한 우리 모두가 저자의 글에 공명하며 위로받게 된다. 우리 모두가 꿈꾸지만, 늘 무지개처럼 잡을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행복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독자들은 저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어쩌면 저마다의 인생이 던지는 문제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제공>


물 빠진 청바지에 목 늘어난 티셔츠, 낡은 운동화 차림의 내 모습과 윤택해 보이는 그녀들의 모습이 저절로 한 화면에 담겨 떠올랐다. 애써 꾹꾹 누르고 있던 나의 불안한 현실이 우르르 튀어나올까 두려웠다. 그 현실이, 뻥튀기 기계에서 예고 없이 터져 나오는 강냉이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나의 일상을 어지럽힐까 지레 겁을 먹었다.

언제쯤 이런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실제로 많은 걸 체념했고 내려놓았고 또 받아들였다. 잘난 사람들, 가진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는 나대로 당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나 혼자, 비교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 섞이지 않고 오롯이 홀로 생활할 때만 가능한 일종의 불완전한 해탈이었던 모양이다. p44~45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우린 어차피 똑같은 현실 속에 놓여 있었다. 아니, 남편이 나보다 훨씬 더 가혹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 시절을 누구보다 밝고 씩씩하게 보내려고 노력했고,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생각의 전환.

이것은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맨손으로 뒤엎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손바닥을 뒤집듯 쉬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왜 남편처럼 생각할 수 없었을까. 어차피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거라면 남편처럼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속 편할 텐데. 아직 희망과 열정을 가득 품고 사는 이십 대처럼, 소박하고 부족해도 늘 즐겁기만 한 어린아이들처럼. p84~85


스스로를 바보 같다고 질책하며 지난 삶을 후회한 것도 결국엔 남들과 나를 비교했기 때문이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자꾸 그런 마음이 들었을 테다.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나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간다면 이제 한탄을 할 필요도 없겠지.

그래, 내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면 그게 바로 나인 거니까. ‘바보 같은 나’가 아니라 ‘나대로 살아가는 나’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우쳤어야 했다. 태어날 때부터 오직 나에게만 주어진 고유한 감성과 마음, 생각. 그것들이 빚어낸 결과물을 사랑할 수는 없어도 이제는 끌어안을 수 있겠다고 느낀다. 나는 나대로 어쩌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146~147

사랑, 의리, 책임감이라는 말로만은 설명이 부족한 것이 부부의 세계다.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쉽게 끊어낼 수 없는 부부의 인연이란 새삼 놀랍기만 하다. 이런 생각을 거듭할수록 결론은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것. 지금 이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건 때론 목덜미를 단단히 움켜잡힌 듯한 억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도 챙길 사람이 없는 삶인들 과연 행복할까? 인간은 무언가를 주고받는 상호작용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느낀다. 우리는 결국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 누구도 오롯이 혼자서 행복할 수는 없다. p178~179


내가 생각하는 우아함이란 단순히 차림새나 외모, 말투와는 다른 어떤 것이다. 이것도 고요와 같은 맥락일텐데, 이를테면 '겉으로 드러난 고요'라고 스스로에게 일러두곤 한다. 시시각각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색깔을 내보일 수 있는 그런 단단함 혹은 유연함. 품격있는 가난, 진심어린 마음의 표현 애쓰지 않는 행위들, 탐욕스럽지 않은 열망.

아마도 마음속 고요가 무르익을 때쯤이면 내가 추구하는 우아함도 자연스레 드러나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때가 되면 번잡함 속에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여유의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겠지. p211

'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

결혼관련 할 말이 책 열권도 모자란 1인...

그리고보니 싸우는것도 어느새 지쳤는지 큰소리 안나고, 감정소모 안하며 지내온 시간이 꽤 된 듯 하다.

지금은 이러하지만 나또한 치열하게 살아온 30여년이기에 누구보다 공감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3개월만의 초스피드 결혼

생각지도 못 한 토지구입으로 늘어난 빚

낯선도시로의 이사

계획했던 학원 개원 불발

불임

점점 앞이 보이지 않는 남편

그러다 본인까지 병에 걸리고

.

.

.

에공.

어찌할까?...

계속되는 불행앞에

짧은 탄성과 함께

입술을 깨물게 된다.ㅠ.ㅠ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우리 모두와

한 남자를 구원한

마더 테레사 주인공까지...

저 또한, 행복하게 잘 살아내길 응원하겠습니다.

저자의 응원처럼

마음이 시키는데로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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