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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떻게 살래 - 인공지능에 그리는 인간의 무늬 ㅣ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6월
평점 :
‘우리 시대의 지성’, ‘창조의 아이콘’ 이어령. 그가 삶을 마무리하며 천착했던 테마는 인공지능(AI)이다. 2016년 알파고의 등장 이후 영면에 들기까지 저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AI에 대한 원고를 집필하는 데 몰두해왔다. 그 결과물 《너 어떻게 살래》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출간된다. 한국인의 ‘출생의 비밀’과 그 의미를 밝힌 《너 어디에서 왔니》, 젓가락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조명한 《너 누구니》에 이은 책이다.
저자는 이미 60대부터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슬로건을 내걸며 IT 강국의 정신적 기반을 다진 선각자였고, 70대에는 과학과 인문의 세계를 통섭하는 ‘디지로그 선언’으로 우리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던 프런티어였다. 그뿐 아니다. 우리의 IT 기술을 이용해 새 밀레니엄의 첫새벽에 즈믄둥이의 출생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고, 평창의 상공에 드론을 띄워 오륜기를 그리던 초유의 하이테크 연출가이자, 최신 디지털 장비라면 가장 먼저 사용해보는 ‘얼리어댑터’, 여러 IT 기업에 조언을 아끼지 않던 멘토이기도 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아니, 아무 이유도 묻지 맙시다. 이야기를 듣다 잠든 아이도 깨우지 맙시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게 되면 자신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이제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합니다. 천년만년을 이어온 생명줄처럼 이야기줄도 그렇게 이어져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생 일장춘몽이 아닙니다. 인생 일장 한 토막 이야기인 거지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선녀와 신선을 만나 돌아온 나무꾼처럼 믿든 말든 이 세상에서는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옛날이야기를 남기고 가는 거지요. 이것이 지금부터 내가 들려줄 ‘한국인 이야기’ 꼬부랑 열두 고개입니다. p12
AI(인공지능). 그 녀석들이 누군지 나는 잘 안다. 벌써 16년 전부터의 일이다. 대학 강당에서, 네이버 〈지식 프로모션〉에서, 그리고 새천년 행사장에서 수없이 이야기해온 화두다. 더구나 알파고는 내가 특별히 잘 아는 녀석이다. 출생의 비밀까지도 알고 있다. 출생의 비밀, 그건 한국 TV 드라마의 단골 메뉴가 아니냐. 입이 근지러워서라도 못 참는다.
알파고, 언젠다는 한국에도 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일찍, 그것도 내가 은퇴를 결단하자마자 닫아 놓은 문짝을 두드릴 줄이야. 은둔자의 문을 두드린 게다. 조금 전 안드로이드가 내 호주머니 속에서 진동할 때의 그 느낌처럼 말이다. p16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은 용감하고 실전에 강하다. 아이가 알파고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어느 어머니가 신문 톱기사처럼 인류 멸망을 말하겠는가. 아이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도, 그리고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도 내가 농담한 것처럼 말했을 거다.
그렇지. 알파고에 이세돌이 졌다고 해서 간단히 물러날 한국 주부들이 아니지. 암탉이 병아리를 지킬 때 매를 무서워하던가. 한국의 주부들은 매도 무서워 피한다는 그 맹모계인 게다. 문제는 식자우환 지식인들이다. 바로 그 조금 전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하던 내 자신의 모습인 게다. p45
이제 내 이야기는 끝났어. 이젠 내가 물을 차례야. 너희들이 대답해. 어떻게 하겠니. 앞으로 알파고와 사이좋게 지낼래, 아니면 코피 터트리며 싸우면서 이길 거니. 그것도 아니면 모든 걸 알파고의 뜻대로 고분고분 따르면서 그 밑에서 살아갈 거니. 이건 너희들의 선택에 달렸어. 그리고 앞으로 너희들이 엄마 아빠에게 들려줄 이야기야. 공부는 안 하고 밤낮 밥 먹고 게임만 한다고 야단치는 엄마 아빠에게 말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 본 로봇은 일본에서 만든 TV 만화영화의 주인공이었찌. 이름은 아톰, 너희 엄마 아빠한테도 물어보면 알 거야. 그 녀석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힘을 가지고 하늘을 날아다녔어. 별명은 '철완 아톰'이었는데, 철완은 쇠로 된 팔이라는 뜻이고 아톰은 원자라는 뜻이야. 아톰의 원자의 에너지로 무쇠 팔을 휘두르는 로봇인 거지. 몸뚱아리가 센거야. p93
밤하늘을 인간의 눈으로 올려다보면 성좌들이 나타난다. 컴퓨터 0과 1의 수치로 인지하고 표현하는 컴퓨터가 제일 못하는 것이 바로 그 북두칠성 찾기, 패턴 인식이다. 패턴화라는 것은 사물의 특징을 추출하고 표현한다는 뜻으로, 사물을 독립된 부분으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관계있는 사물들끼리 모아 한 의미로 만드는 것이다. 이 마음의 성좌, 의식의 별자리에서 생겨나는 이야기들, 그 신화와 전설이 인간의 지능이요 감정이요 의식이다. 밤하늘에 빛나는 바다와 교신하는 영성이다.p162
인터페이스란 인간(아날로그)과 컴퓨터(디지털)의 접촉면이다. 어려운 이야기 할 것 없다. 찻잔이 뜨거워 만질 수 없을 때 손잡이를 달아주면 해결된다. 쥘 수 없는 뜨거운 잔과 나 사이의 경계를 사라지게 하는 손잡이가 바로 인터페이스다.'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으로 시작하는 옛 유행가의 그 '바다', 또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이별한 아버지와 딸을 이어주는 '책장'이 곧 인터페이스다. p320
그날, ‘알파고’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은 거다. IMF, 리먼 쇼크, 메르스…. 그동안 내 가슴속에서 멍들어 있던 문자들이 한꺼번에 내출혈을 일으킨다. 누가 이 땅을 일러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했는가. 아니다. 우리는 밥을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충격을 먹고 산다. 어제까지 AI라고 하면 ‘조류독감’인 줄 알고 알파고라고 하면 무슨 특목고 이름인 줄 알았던 한국인들이다. 그들이 하루아침에 또 낯선 영문자의 충격파에 휩쓸린다. p360
한국인의 ‘출생의 비밀’과 그 의미를 밝힌 '너 어디에서 왔니',
젓가락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조명한 '너 누구니'에 이은
고 이어령교수의 한국인 시리즈 세번째 책 '너 어떻게 살래'를 읽고 있다.
'우리 시대의 지성'으로 불리웠던 이어령교수...
여러 매체를 통해 최신 디지털 장비라면 가장 먼저 사용해보는 '얼리어댑터'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온국민이 관심과 충격을 안겨준 알파고를 비롯해서
AI에 관련해 풀어주시는 방대한 이야기들은 대단하다고 밖엔 달리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했다.
난, 컴퓨터학원에서 대학생들과 취업준비를 하는 성인들 대상으로
자격증관련 강의를 하는 컴퓨터강사였다.
나역시 주부지만 초등학교부터 아니 그 훨씬 어린아이시절부터
컴퓨터와 휴대폰에 익숙한 젊은 청년들과 달리
디지털 용어부터 어려워하는 주부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쉽지 않았었는데
아이들도 이해해야 한다며 다양한 분야의 관련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풀어주신 덕분에
훗날 다시 강의를 하게 될 때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
AI, 인간, 로봇...
얼마전 읽은 '작별인사' 속 철이를 보면서도
나도 모르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스며 들었었는데
15년전 쓰셨다는 '디지로그'를 진작에 읽었다면
조금은 덜 두려웠을까?!...
본문의 내용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안드로이드 로고에 관련 된 이야기,
페르시아 수학자 마함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에서 유래 되었다는
알고리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던
마치 부록 같던 '샛길'도 기억에 많이 남을 듯 하다.
나는 그 옛날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외쳤다. 그런데 이제는 외칠 필요가 없다. 노래하는 거다.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 융합의 시대에는 '미닫이'라고 이름 붙일 줄 아는 융합의 한국인이, 로봇과 인공지능이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따뜻한 가슴의 인(仁)을 가진 한국인이, 세계 어느 국민보다 넘치는 창의력을 가진 한국인이 세상을 앞서가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6년 《디지로그》에서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두고보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대립하는 두 세계를 균형있게 조화시켜 통합하는 한국인의 디지로그 파워가 미래를 이끌어갈 날이 우리 눈앞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p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