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본업인 소설가 외에도 사시사철 음악과 함께하는 애호가, 눈에 들어온 것은 저도 모르게 모아버리고 마는 수집가로도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개인적으로 소장중인 1만 5천여 장의 아날로그 레코드 중 486장의 클래식 레코드를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100여 곡의 명곡에 얽힌 사사로운 에피소드를 따라가다보면 클래식 애호가든 아니든 어느새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하루키 매직을 만나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클래식을 애청하며 창작의 원천이자 오랜 취미생활로 삼아온 작가는 “레코드를 모으는 것이 취미라서 이럭저럭 육십 년 가까이 부지런히 레코드가게를 들락거리고 있다”라고 밝히며 이 책을 시작한다.

최근 들어 컬렉터를 대상으로 발매되는 화려하고 다양한 사양의 LP와 다르게 대부분 “1950년부터 1960년대 중반에 녹음된 새카만 바이닐 디스크”이며, 별다른 체계와 목적 없이 눈에 띄는 대로 사모은 탓에 “통일성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중구난방의 컬렉션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틈날 때마다 한 장 한 장 정성껏 손질하며 턴테이블에 올리고, 지휘자와 연주자뿐 아니라 음반사, 녹음연도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연주의 결에 귀기울이는 모습에서는 클래식 팬으로서의 진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난다.

“오래된 먼지투성이 레코드를 싼값에 데려와 최대한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내게 무엇보다 큰 기쁨이다”라며 아날로그 레코드의 물성을 예찬하는 작가의 태도는 분야를 막론하고 무언가에 애착을 가지고 수집해본 사람들, 나아가 독자 입장에서 그의 소설을 오랫동안 애독해온 사람들에게 색다른 공감대를 형성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한마지로 말해 'LP판은 애정을 가지고 대하면 그만한 반응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렇듯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이 내게는 더할 나위 없다.
재킷 크기가 CD보다 훨씬 크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손에 들고 바라보기에 딱 좋은 크기다. 마음에 드는 레코드 재킷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 안에 있는 음악의 세계에, 또다른 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어쩌면 나는 물건의 형태에 너무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돼버렸으니 별수없다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인생이란 거의 의미 없는 편향의 집적에 지나지 않으니까. p12~13


이 빈 팔중주단 멤버의 재킷 속 베토벤의 얼굴은 꽤나 까다로워 보인다. 왠지 모르게 눈빛이 형형하다. 정말로 눈을 형형히 빛내면서 이런 곡을 슥슥 써내려갔는지도 모르겠다. 천재가 어떤지 나는 잘 모르니까. 그래도 분명 모차르트는 이렇게 무서운 얼굴은 하지 않았겠지. 친근하게 다가가는 곡이라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베토벤 스스로는 그 점이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이런 건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야’ 하듯이. 마치 어쩌다 자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린 본격문학 작가 같다. p86

젊은 시절 처음 말러 교향곡을 듣고 ‘이렇게 뭐가 뭔지 모를 기묘한 음악을 대체 누가 좋아서 듣는담?’ 하고 고개를 갸웃했던 기억이 난다. 소리의 흐름이 잘 파악되지 않았다. 그전까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유의 음악이었으니까. 그러나 듣다보니 완전히 그 소리에 물들어버려서, 지금은 열심히 귀기울이게 되었다. 신기한 일이죠. 시대는 변한다. 감각도 변한다. p129


고백하자면 내가 제일 자주 들은 음반은 요요마가 참여한 클리블랜드SQ의 CD인데, 왜인가 하니 늘 이걸 들으면서 소파에서 낮잠을 잤기 때문이다. 절대 따분한 연주는 아닌데 듣다보면 이상하게 졸음이 쏟아져서 새근새근 곤하게 잠들어버린다. 다른 연주에서는 그런 일이 없는데… 아무튼 그런 이유로 제법 애용했다. 괜찮으면 한번 시험해보시길. p251


내 꿈은 실력 있는 현악사중주단을 개인적으로 고용해서 이 K.421의 연주를 눈앞에서 듣는 것이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느냐면, 옛날(고등학생 시절) 텔레비전 드라마 〈배트맨〉에서 주인공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정장을 입은 현악사중주단이 이 곡을 연주하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멋있다’고 감탄하면서, 나도 나중에 부자가 되면 꼭 저렇게 해봐야지 생각했다. 아쉽게도 아직 그 정도 부자가 되지는 못했다. p317

보스턴 교향악단 음악감독이 되고 해를 거듭할수록 그의 음악은 보다 충실해지고 스케일이 커지고 깊이를 더해갔지만, 지위가 올라감에 따라 당연히 책임도 무거워진다. 많은 사람들을 통솔하는 관리자로서의 의무도 늘어난다. 높은 곳에 오를수록 바람은 거세지는 법이다. 그에 비해 젊은 날의 세이지 씨는 실로 마음 편한 처지였다. 눈앞에 찾아온 기회를 잡고, 그 파도에 올라타고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이 시기 그의 연주는 그런 자유로움과 그곳에서 솟구쳐나오는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하다. p354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좋아하는 작가중의 하나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이 나왔다.

그의 팬이라면 달리기외에도 그의 취미생활중에 하나가

레코드를 수집하고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리라...


지난 무한 사랑 티셔츠 이야기엔 나름 찐팬이라 하면서도

진짜 'T'로만 채워진 책에 살짝 실망감이 느껴진것도 사실인데

이번책은 대부분이 처음보는 앨범이고 모르는 곡들이 대부분인지만

올해부터 클래식음악을 좀더 찾아 듣고 공부하고 싶던 내게

충분히 멋지고 고마운 책이 될 듯 하다.


오만년전,

학교방송국 응시원서에 가장 많은 지휘자와 곡들을 적어

방송국PD로 뽑혔다는 선배님 말씀에

한껏 고무되었던 기억은 추억이 되었고

근간엔 아침 FM라디오의 클래식프로그램외엔

찾아 듣진 않았던 것 같다.


하루키도 젊은 시절 처음 말러 교향곡을 듣고 

'기묘한 음악을 대체 누가 좋아서 듣는담?' 했다고 하는데

예술의 전당에서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의 말러 시리즈를 들으며

졸음을 참았던 순간이 생각나 미소지어지기도 하고

생각만하고 있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은

핑계김에 LP말고 CD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


딴소리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를 영화화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동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가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다.  

수어연기가 인상적이었던 박유림을 비롯해 배우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감사인사를 전할 때 다시 한 번 뒤늦게라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아직 '코다'도 못봤는데...ㅠ.ㅠ

'코다'

'벨파스트'

'킹리차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파워 오브 도그'

'엔칸토'도 다시 봐야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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