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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엄마대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지은심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2년 2월
평점 :
지은심 에세이. 제목은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대사이다.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삶에서 행복을 찾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말이다. 부모님과 선을 둔다고 해서 가족의 관계가 끊어지는 건 아니다. 저자는 가족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오히려 그들을 응원하는 여유를 되찾는다.
<인터넷 알라딘제공>
나만 가족인가? 엄마, 아빠도 가족인데 왜 나만 이해를 해줘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가족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싫은 부분까지도 안고 살아야 하는지 나이가 들수록 의문이었습니다.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닌 우선 회피를 목적으로 조금 떨어져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본가와 넘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서 자취를 시작한 지, 3년이 다 되어갑니다. p7
엄마가 있는 그대로 당당하지 못할 이유도, 걱정할 이유도 전혀 없다. 엄마는 예전 회사를 다녔을 때에도 충분히 멋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줄 아는 멋있는 사람, 주어진 환경 내에서도 행복을 찾을 줄 아는 멋있는 사람. 그런 그녀의 행복을 ‘엄마’라는 역할이 갉아먹은 것 같다. p40
나는 가족 간에도 거리가 필요하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 <미어 마이 프렌즈> 속 고현정의 '엄마는 엄마대로 행복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나문희가 남의 편인 남편과 가족이라는 이유로 묶여 있지 않고 갈라서서 흑맥주 하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울해하는 엄마에게 남 일처럼 말하듯, 엄마의 옛날 취미들을 읊으며 이런저런 해결책을 늘어 놓았다. p45
대화가 없을 뿐, 아빠와 데면데면한 사이는 아니다. 아직도 아빠에게 잘 안기기도 하고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이렇게 큰 덩치로 아빠 무릎에 앉기도 한다. 이런 스킨십이 부녀 사이에 존재하는 소통의 한 가닥 수단이다. 밀도 높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부녀 사이가 남이 되지는 않는다. 잘 맞지 않는 방식은 피하고 잘 맞는 방식으로 소통할 뿐이다. p93
“꽃송이! 여기야!”
비디오테이프 영상의 총 러닝타임이 3시간은 되지만 그중에 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들은 내 애칭이었다. 그 애칭과 함께 지난날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집 안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꽃송이라 불러달라는 막내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꽃송이가 아니라 꽃받침이라며 놀렸던 언니들까지도 다 기억이 났다. p189
엄마...
가만이 불러보는 엄마...
입 밖으로 내어놓는 것 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그 단어 엄마...
'엄마는 엄마대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책리뷰를 잠시 미뤄두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이책은 제목부터 내 마음을 이끌었다.
걱정되는 나쁜 딸과 재미없는 착한 딸 사이에서 고민하며
가족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 자취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딸인 저자의 속깊은 이야기는
'비밀이 많은 딸을 둔 엄마편'에서
'배신자'를 마주한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딱 내가 그랬으니까...
옷과 인형으로 가득찬 꼬맹이 방은
긴 머리카락은 여기저기 뭉쳐 굴러다니는 건 기본
자고난 이불에서 몸만 쏙 빠져나와
산더미 옷무덤속에서 용케 옷을 찾아 입고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차려준 저녁을 먹고는 피곤하다며
다시 침대와 한 몸이었던 아이였는데
저자가 독립하고 처음 엄마가 오셨을때
머리카락 하나 없이 깨끗한 바닥과,
물건들이 칼같이 정돈된 집안을 보자마자
엄마는 반자동으로 '배신자'라 말했다는 것처럼
나도 꼬맹이 집을 처음 갔을 때
쓸고 닦고 각맞춘 정리정돈된 방의 낯선 풍경에 더해
돌돌이 들고 머리카락을 줍줍하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배신자' 했던 기억과 함께
다른집도 우리집과 다르지 않음에 안도하고
크고 작은 위로도 되었던 것 같다.
한동안 안좋았던 아빠와의 사이도 다시 회복되었고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일하고 자신의 집을 꾸미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친구들과 나누는 행복을 알아가는
아이를 응원하는 내 마음처럼
꼬맹이도 엄마는 엄마대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걸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한동안 집에 오지 않는다고 서운하고 허전했던 마음이
조금은 이해도 되고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빌리 조엘의 Honesty 대신
꼬맹이가 좋아하는 비욘세의 Honesty를 들어 봐야지.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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