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서울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동네의 후미진 골목길.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은 가정집들 사이에 평범한 동네 서점 하나가 들어선다. 바로 휴남동 서점. 슬픈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얼굴에 아무런 의욕도 보이지 않는 서점 주인 영주는 처음 몇 달간은 자신이 손님인 듯 일은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책만 읽는다.

그렇게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둘 되찾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소진되고 텅 빈 것만 같았던 내면의 느낌이 서서히 사라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자신이 꽤 건강해졌다는 사실을. 그 순간부터 휴남동 서점은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 된다. 사람이 모이고 감정이 모이고 저마다의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으로.

크고 작은 상처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휴남동 서점이라는 공간을 안식처로 삼아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배려와 친절,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등 우리가 잃어버린 채 살고 있지만 사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가득한 책이다. 출간 즉시 전자책 TOP 10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수많은 독자의 찬사를 받은 소설이 독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마침내 종이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자신을 나무라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잊을 만하면 환청처럼 들려왔다. 뜸해지는가 싶다가도 기억 저 너머에서 한순간에 달려들었다. 이럴 때마다 영주는 조금이라도 무너졌다. 하지만 더는 무너지기 싫어 영주는 떠나온 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마치 떠나온 사람들에 관한 이 세상 모든 이야기를 모으려는 것처럼 굴었다. 영주의 몸 어딘가엔 떠나온 이들이 모여 사는 장소가 있다. 그 장소엔 그들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넘쳐난다. 그들이 떠나온 이유, 떠날 때의 심정, 떠날 때 필요했던 용기, 떠나고 나서의 생활, 시간이 흐르고 나서의 감정 변화, 그들의 행복과 불행과 기쁨과 슬픔. 영주는 원할 때면 언제든 그 장소로 찾아가 그들 곁에 그녀 자신을 눕혔다. 누워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통해 영주를 다독여줬다. p30


“네가 저번에 그랬잖아. 소설 주인공은 다 조금이나마 어긋난 사람들이라서 결국 보통 사람을 대변한다고. 우린 다 어긋나 있어서 서로 부딪치다 보면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그렇다는 건 너도 보통 사람이라는 거잖아.”
지미가 독백처럼 말을 이었다.
“우리가 다 그런 거지. 다 해를 끼치고 살지. 그러다 가끔 좋은 일도 하고.”p103


“하루 중 이 시간만 확보하면 그런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우리 인간은 복잡하게 만들어졌지만 어느 면에선 꽤 단순해. 이런 시간만 있으면 돼. 숨통 트이는 시간. 하루에 10분이라도, 한 시간이라도. 아, 살아 있어서 이런 기분을 맛보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시간.”p195


“바로 그게 수행의 기본자세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존재하기. 지금 민준 씨가 그걸 하고 있는 거예요.”
“수행요?”
“흔히들 현재를 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말이 쉽지 현재에 산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죠? 현재에 산다는 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그 행위에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한다는 걸 말해요. 숨을 쉴 땐 들숨 날숨에만 집중하고, 걸을 땐 걷기에만 집중하고, 달릴 땐 달리기에만.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과거, 미래는 잊고요.”p279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일주일에 한 두번은 온라인서점에서 신간서적을 살핀다.

어느날인가 따뜻한 느낌의 표지의 이 책이 궁금해져서 북카트에 넣어 두었었는데

지난주,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내 마음을 아시는 듯 책을 보내주셔서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집콕하며 잘 읽었다. 


이 책은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으로 밀리의 서재에 공개된 후

많은 독자들의 요구에 의해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그럴만 했네....^^;



서점

커피

영화

사람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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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으며

오래전 꿈꿨던 북카페의 꿈을 살며시 다시 꺼내 놓기 시작했다.


출근후

좋아하는 음악의 볼륨을 올리고

책들과 인사하는 내모습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신이 난다. ^^

잘 로스팅된 커피를 내리며 시작하는 아침...

가끔은 초콜릿 콕콕 박힌 쿠키도 구워야지.

수세미는 동물모양으로도 떠 볼꺼야.

근데 책구성은 어찌하지?

베스트셀러는?!...

그래. 나도 베스트셀러는 배제하는게 좋겠어.

세상엔 너무나 좋은 수많은 책들이 있는 걸...


여기까진 몽글몽글 기분이 좋아졌는데

그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손님으로 만나는 상상을 하는 순간,

꿈은 이내 현실이 되고 한껏 펼쳤던 상상의 나래도

쉬이 접을 수 밖에 없었다. ㅠ.ㅠ


우리동네에도

휴남동 서점같은 동네서점이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커피가 그리울 때 부담없이 찾아가

생각지도 못한 책을 만나기도 하고

책에서 읽은 좋은 이야기를 풀어 놓을 수 있는...


 

“서점에서 일을 하는 동안 전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책에서 배운 것들을 상상 속에서만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거든요.

저는 많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며 조금씩 더 나누고 베풀고자 했어요.

 네, 전 나누고 베풀자고 굳게 다짐해야만 나누고 베풀 수 있는 사람이에요.

원래 태어난 바가 품이 크고 너그럽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요.

이곳에서 생활하며 저는 ‘앞으로도’ 계속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거예요.

책에서 읽은 좋은 이야기들이 책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게 하고 싶어요.

내 삶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도

남에게 들려줄 만한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p34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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