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이역입니다 - 그냥 편하게 쉬고 싶은 곳
김원희 지음 / 봄빛서원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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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개의 간이역 이야기를 담았다. 역이 탄생한 배경과 역사, 특징 등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쉽고 흥미롭게 소개한다. 간이역의 여운과 폐역이 주는 거친 아름다움을 잘 묘사하고 있다. 첫 번째 역에서는 낭만과 그리움을, 두 번째 역에서는 편안함을, 세 번째 역에서는 추억의 소중함을, 네 번째 역에서는 일상의 감사를 잔잔하고 따스하게 전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세상에서 70년을 살았습니다.
세상은 나에게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세월이란 봇짐을 싣고 달렸습니다.

새순 같은 곱고 어여뿐 사람이 탔습니다.
푸른 녹음 같은 싱싱한 젊은 사람도 탔습니다.
나는 씽씽 달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지는 너무 짧았습니다.
그들이 내리고
세월의 무게만큼 무거운 사람들만 남았습니다.

나는 덜컹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힘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달려야 했습니다.

인생의 종착역은 정해져 있으니
달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덜컹덜컹,
참 많이도 달렸습니다.

니제, 저만치
길의 끝이 어슴푸레 보이려 합니다.
힘을 내야겠습니다.
p5~6


역사 안에는 ‘느림의 편지통’이라는 이름의 빨간 우체통도 있다. 색다른 점은 편지 투입구가 두 개로 나뉘어 있다는 것. 위칸에 편지를 넣으면 매년 6월 30일에, 아래칸에 넣으면 매년 12월 30일에 함평우체국에서 수거해 주소지로 보내준다.
정말 낭만적이지 않은가? 누가 이런 외진 곳, 머지않아 폐역으로 사라질 존재에 낭만을 남겼을까. 굳이 최백호씨가 아니라도 나는 낭만에 대하여 생각해 봤다.p50~51


돌아오는 길, 오솔길 끄트머리에서 뒤돌아보니 푸른 녹음 뒤에서 살며시 얼굴을 내민 신림역이 보인다. 조심히 잘 가라는 듯, 이제는 어쩌면 못 만날지도 모른다는 듯 확실하지 않은 슬픈 이별을 예상하며 배웅하는 늙은 내 친정엄마의 모습 같아 시린 마음 부여안고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p71


 

 

오랜 블로그 이웃이시자  '할매는 파리 여행으로 부재 중'의 작가

맑고맑은님의  '나는 간이역입니다'의 출간 소식에

축하인사와 함께 바로 주문, 즐겁게 읽고 있다.


그냥 편하게 쉬고 싶은 곳 간이역의 시작은

얼마전 개봉해 관람했던 영화 '기적'이 배경이 된

봉화 양원역으로 한 번쯤 가보고 싶던 곳이라 더 반가웠다.


이외에도 선생님의 블로그를 통해 간간히 만나왔던

간이역에 대한 정겨운 이야기가

역이 생기게된 배경과 역사와 함께

흥미롭고 따뜻하게 전개 된다.


때론 간이역에 다녀오신 후 폐역이 된 곳도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바다가 있는 정동진역처럼 가 본 적 있는 역은

반가운 마음으로 미소지으며 읽었다.


문득 내 젊은 날의 추억의 그곳 

신촌역에서 친구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갔었던

오래 잊고 있던 백마역이 생각났다.

자주 가던 화사랑도...

가을에 가면 참 좋았는데...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혼자 있고 싶을 때

내 마음을 위로받고 싶을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할 용기가 필요할 때

나도 이 책을 벗삼아 책에 소개된 간이역에 가 볼까 한다.


살아보니 인생은 60부터였다는 멋진 작가님!

'나는 간이역입니다' 출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2쇄, 3쇄 소식 연이어 들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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