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한 식탁 - 내일은 더 맛있게 차려줄게
토토 지음 / 청림Life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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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보살펴야 하는 건 아이만이 아니라는 걸.” 출산한 아내를 위해 밥을 차리며 생각한 ‘남편 됨’에 관하여. 국제구호개발NGO에서 아동권리활동가로 일하던 저자는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며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했다. 출산과 동시에 육아휴직을 결심하게 된 것은 어쩌면 ‘밥’ 때문이었다. 임신으로 10개월 동안 고생하고 어렵게 아이를 출산했는데, 육아마저 아내에게만 맡길 수 없었던 까닭이다.

부부는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닌 육아 성평등을 선택했고, 아내가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 남편은 아내를 위한 식탁을 차렸다. 산후조리 음식의 정석인 소고기미역국부터 버섯들깨순두부, 대파육개장, 고등어구이, 시금치토마토프리타타, 맷돌호박수프, 양배추스테이크까지 산모를 위한 건강식으로 100일의 산욕기를 채웠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 독박육아와 가부장제, 우리 사회가 산모를 대하는 태도에 관해 고민하게 되었다. ‘기혼 남성이 요리와 육아를 하며 생각한 것들’을 담아낸 《아내를 위한 식탁》은 그렇게 탄생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기묘해서 한번 발길을 멈추면 다시 길을 내는 게 어려워진다. 가족도 친구도 심지어 언제든 열려 있는 식당조차 마음의 길이 끊기니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그게 너무 당혹스러워 때론 서글프기도 하지만 별 수 없다. 시절이 가버린 것이다. ‘제철’의 뜻은 알맞은 시절이다. 알맞은 시절에 태어난 과일과 채소, 생선은 그래서 약이 되나 보다. 아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니 올해는 끊긴 길을 새로이 내고 싶었다. 봄이 우수수 꽃을 떨어뜨리기 전에 나는 아내에게 도다리쑥국을 선물처럼 요리해주고 싶었다. p73~74


주변을 둘러봐도 남편이 아내의 몸조리를 해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 친정 엄마나 시어머니가 아니면 산모는 미역국 끓일 시간조차 나지 않는다. 울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느라 산모가 기진맥진한 사이, 남편들은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마도 일을 하고 있을 거다. 밤새 아이를 안아주다가 아이 분유와 기저귀 값을 벌기 위해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일을 하고 있을 거다. 회사에서 집에서 고생하는 아빠들을 책망할 마음은 없다. 다만 나는 궁금할 뿐이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왜 아빠들은 일하고 있어야 할까. p135


문득 밤마다 그림을 그리던 맛탕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리 피곤해도 펜을 놓지 않고, 그만 쉬라고 해도 아내는 꼭 하루에 한 장씩 그림을 그렸다. 처음엔 아내가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다. 아마도 아내는 스스로를 지키려고 했던 게 아닐까. 애석하게도 나로부터. 6개월 육아휴직은 해도, 경력단절은 단 한 번도 고려해보지 않은 기혼 남성인 나로부터 아내는 자신의 경력을 지키고자 혼자 분투했던 것이다. 성평등 한 척하며 살았지만 나는 사회가 주는 혜택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굳이 양보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내에게까지 양보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을 나는 육아휴직을 하며 겨우 깨달았다. p199~200

아이가 귀해졌다면서 세상은 아이들을 환대한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세상은 마치 아이들이 저절로 크길 원하는 것 같다. 남편도 기업도 사회도 여성의 독박육아와 경력단절이 아니면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걸 분명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쯤 되면 거의 묵인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여자 혼자만 참고 조용하면 되니까. 그러면 육아하는 여자를 제외한 모두가 행복하니까. 진심으로 묻고 싶어졌다. 왜 우리는 육아가 지옥이 될 때까지 내버려둔 걸까.p222


먼 훗날, 우리가 함께 지금을 돌아봤을 때도 그랬으면 좋겠다. 어느 드라마처럼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의 우리에게 연락하고 싶다. 힘들고 지칠 때가 많겠지만 앞으론 더 어려운 순간들을 만나겠지만, 그때마다 부디 서로를 조금만 더 이해하고 지금을 소중하게 생각해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꽃냄새를 맡아보겠다며 마꼬는 일어서서 우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이의 걸음걸음마다 불안과 기적이 교대로 피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지만 빌려 산 줄 알았던 누군가의 삶이 점점 내 것이 돼가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행복이 나를 향해 아장아장 걸어왔다. p252



아내를 위한 식탁


결혼하고 강산이 세번이나 바뀌는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김씨가 나를 위해 식탁을 차려준 적이 있었을까?!.... @.@


그 긴 시간동안 내 기억속의 김씨의 요리는 딱 한 번

연안부두에서 손수 사온 꽃게로 만든 꽃게탕이었는데

하필 그때 외국에서 몇년만에 한국을 찾은 선배를 만나는 중으로

아빠를 대신해 된장이며 고추가루가 있는 위치를 묻던 큰 딸이

아무래도 엄마가 얼른 오는게 좋겠다며 가출(?)을 시도했고

어쩔수없이 일행을 뒤로 하고 집에 돌아온 난,

초토화된 씽크대와 맹맹한 꽃게탕을 심폐소생해 저녁을 먹었던

아주 슬픈 어느날의 식탁이 생각났다. ㅠ.ㅠ


이 책은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아내가

출산후 2주후면 멀쩡해지리라 믿었지만

청소는 그렇다치더라도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전혀 상상하지 못 한

초보 아빠의 아내를 위한 식탁에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하루 세 끼,

하루 세 번의 즐거움을 미역국으로만 채우고 싶진 않았던 저자는

인터넷과 유튜브의 도움을 받아 산모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고려해 식단을 짜고

음식을 먹으며 즐겁고 건강에도 좋은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아내의 권유로 SNS 올리기 시작한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분명 이 책은 아내를 대신해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와 아내를 돌보는 30대 가장의

아내를 위한 식탁에 관련된 이야기지만

꽤 여러꼭지에서 가슴이 먹먹해지며 얘써 눈물을 삼켜야했는데

책을 읽는동안 내가 겪었던 객지에서의 꼬맹이 출산과

힘들었던 독박육아로 인한 산후우울의 시간이 떠올라서였던 것 같다.  


이 책은 잘 간직했다가 훗날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때

예비사위에게 건네면 너무 속보일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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