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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평점 :
"이 책들은 네가 살았을 수도 있는 모든 삶으로 들어가는 입구야." 더 이상 자신의 하찮고 지질한 삶을 견딜 수 없었던 주인공 노라 시드가 죽기로 결심한 것은 밤 11시 22분. 그가 눈을 뜬 곳은 삶과 죽음 사이의 미스터리한 공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시간은 자정에서 멈춰 있다. 도서관 사서 엘름 부인의 안내로 노라는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살았을 수도 있는 또 다른 삶을 살아보며, 가장 완벽한 삶을 찾는 모험을 시작한다.
2020년 8월 출간 이후 영국에서만 7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영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미국에서도 아마존, 《뉴욕타임스》 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평단과 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SNS로도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작가의 팬들답게 #midnightlibrary로 독서 경험을 나누고 있는 전 세계 독자들과 함께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제공>
죽기로 결심하기 19년 전, 노라 시드는 베드퍼드에 있는 헤이즐딘 스쿨의 아늑하고 작은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노라는 낮은 테이블 앞에 앉아 체스판을 응시했다.
“얘, 노라, 미래가 걱정되는 건 당연해.” 도서관 사서인 엘름 부인이 햇빛을 받은 서리처럼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러고는 첫수를 두었다. 흰 폰이 일렬로 반듯하게 늘어선 줄을 나이트가 훌쩍 뛰어넘었다. “물론 시험이 걱정될 거야. 하지만 넌 원하는 건 뭐든 될 수 있어, 노라. 그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봐. 얼마나 신나니.”
“네. 그러네요.”
“넌 앞날이 창창해.”
“창창하죠.”
“뭐든 할 수 있고, 어디서든 살 수 있어. 덜 춥고 덜 축축한 곳에서 말이야.”p9
“정말 유감입니다.”
노라는 익숙한 슬픔을 느꼈다. 요새 복용하는 항우울제 덕분에 눈물이 나지 않을 뿐이었다.
“맙소사.”
노라는 숨을 죽인 채 밴크로프트 대로의 비에 젖고 금이 간 석판 위로 발을 내디뎠다. 연석 옆, 빗물에 번들거리는 아스팔트 도로에 가여운 연갈색 털북숭이 동물이 누워 있었다. 머리는 보도 옆에 살짝 닿았고, 보이지 않는 새를 쫓아 달려가는 중인 듯이 네 다리는 모두 뒤쪽으로 향했다.
“아, 볼츠. 안 돼. 맙소사.”
노라는 자신의 반려묘를 보며 동정과 절망을 느껴야 마땅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다른 감정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통이라고는 전혀 없이, 미동도 하지 않는 볼테르의 평화로운 표정을 보고 있으니 어두운 마음 한구석에서 외면할 수 없는 감정이 우러나왔다.
질투였다. p18
와인을 마시고 나니 또렷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이번 삶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녀가 둔 모든 수는 실수였고, 모든 결정은 재앙이었으며, 매일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에서 한 걸음씩 멀어졌다.
수영 선수. 뮤지션. 철학가. 배우자. 여행가. 빙하학자.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
그중 어느 것도 되지 못했다.
심지어 ‘고양이 주인’이라는 역할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혹은 ‘일주일에 한 시간짜리 피아노 레슨 선생님’도. 혹은 ‘대화가 가능한 인간’도.
약이 효과가 없었다.
노라는 와인을 다 비웠다. 남김없이.
“보고 싶다.” 그녀는 마치 사랑했던 사람들의 영혼이 자신과 함께 있다는 듯이 허공에 대고 말했다.
그러고는 오빠에게 전화했다. 조가 전화를 받지 않자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사랑해, 오빠. 그냥 그 말을 하고 싶었어. 오빠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 이건 다 나 때문이야. 내 오빠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사랑해. 잘 있어.”
다시 비가 내리자 노라는 블라인드를 걷고 창문에 떨어지는 빗 방울을 바라보았다.
이제 11시 22분이었다.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했다. 노라는 내일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펜과 종이를 꺼냈다.
죽기에 딱 좋은 때였다. p39~40
“삶과 죽음 사이에는 도서관이 있단다.” 그녀가 말했다. “그 도서관에는 서가가 끝없이 이어져 있어. 거기 꽂힌 책에는 네가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살아볼 기회가 담겨 있지. 네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지 볼 수 있는 기회인 거야…….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하나라도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
“그러니까 제가 죽은 건가요?” 노라가 물었다.
엘름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잘 들으렴. 여긴 삶과 죽음의 중간 지대야.” 그러고는 통로를 따라 저쪽을 슬쩍 가리켰다. “죽음은 밖에 있단다.”
“그럼 전 거기로 가야겠네요. 전 죽고 싶거든요.” 노라는 걸음을 뗐다.
하지만 엘름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다고 죽을 수는 없어.”
“왜죠?”p49
“여기 있는 책들, 이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전부 너의 다른 삶이야. 이 책만 제외하고. 이 도서관은 네 도서관이거든. 널 위해 존재하지. 사람의 삶에는 무수히 많은 결말이 있어. 이 서가에 있는 책들은 모두 네 삶이고, 같은 시간에 시작해. 바로 지금, 4월 28일 화요일 자정에. 하지만 이 자정의 가능성이 모두 똑같지는 않아. 비슷한 삶들도 있지만 아주 다르기도 해.”
“말도 안 돼요. 이것만 제외하고요? 이 책만?” 노라는 회색 책을 엘름 부인 쪽으로 내밀었다.
엘름 부인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래. 그 책만 제외야. 그건 네가 한 글자도 쓰지 않고서 쓴 책이지.”
“네?”
“네 모든 문제의 근원과 해답이 담겨 있는 책이란다.”
“이게 무슨 책인데요?”
“《후회의 책》이야.” p53~54
노라는 늘 자기 자신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녀가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각자 자신만의 불안을 갖고 있던 부모님은 노라의 이런 생각을 더욱 부추켰다.
지금 이순간, 노라는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인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 봤다. 자신이 저지를 모든 실수와 몸의 모든 흔적, 이루지 못한 모든 꿈 혹은 자신이 느끼는 모든 고통, 꾹꾹 눌러 둔 성욕과 욕망까지.
이 모두를 받아들이는 걸 상상해 봤다. 자연을 받아들이듯이 멍하니 바다오리나 수면위로 뛰어 오르는 고래를 받아들이듯이.
자신을 자연의 멋지면서도 기이한 피조물로 바라보는 상상을 했다. 그저 지각 능력이 있고, 최선을 다하는 동물로.
그러면서 자유롭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했다. p207
점점 더워지고 밖에 나가기가 망서려지던 어느날
당분간 집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책과 함께 하는 북캉스를 계획했다.
도서관까지 오가는 길도 넘 덥고
핑계김에 북카트에 넣어둔 책중에서
일단 다섯권을 골라 보기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베스트셀러에 오래 자리잡고 있는 책중에 하나였는데
소설이 잘 읽혀지지 않는 요즘인지라 선뜻 구입하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 이럴때 긴~템포로 읽어보자! ^^
백신접종을 앞두고 오만가지 걱정이 머릿속을 장악하지만
잠시 걱정을 내려두고 책속을 유영하며
내가 살았을수도 있는 모든 삶애 대한 탐험을 시작했다.
"모든 삶에는 수백만 개의 결정이 수반된단다.
중요한 결정도 있고, 사소한 결정도 있어.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할때마다 결과는 달라며,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생기고,
이는 더 많은 변화로 이어지지....". p364
나도 할 수 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 다른 결정을 하고 싶은 시점들이 있다.
재수를 안했다면?
아니 재수할때 진짜 열심히 공부해서 부모님이 바라시던 의사가 되었다면?!...ㅠ.ㅠ
결혼을 안하고 혼자 살았다면?
아니 결혼은 했어도 쌀집아들말고 빵집아들을 만났다면?!...^^;
중간 살짝 지루한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찌질하고 감추고 싶은 과거가 내게도 있었음을...
그럼에도 살아야하는 더많은 이유들을 기억해내며
지금의 삶에 진심으로 감사하게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