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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언어들 - 나를 숨 쉬게 하는
김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한민국 대표 작사가 김이나가 일상의 언어들에서 포착한 마음의 풍경. 매 순간 결핍과 고독감에 흔들리는 '보통의 우리들'을 위한 책. <보통의 언어들>은 김이나 작가가 그간 대중과 긴밀히 소통해온 경험을 살려 우리가 삶에서 맞부딪히는 복잡한 감정과 관계의 고민에 대한 해법을 일상의 단어 속에서 탐색한다.
그녀는 작사가로서의 예민한 안테나를 살려 우리가 자주 표현하는 감정의 단어들을 수집하고, 그 단어들이 다 품어내지 못한 마음의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평범한 단어들 속에 깃들인 특별한 가치를 찾고 삶의 지향점을 풀어가는 김이나의 글은 쳇바퀴 같은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확장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내 지난날들엔 비굴하고 비참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모르긴 몰라도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시선도 많았을 것이다. 중요한 건, 빛나는 재능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게 ‘살아남기’라는 것이다. 금 밖으로 나가면 게임이 끝나는 동그라미 안에서 변두리로 밀려나 휘청거리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고, 아마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올 것이다. 그때 볼품없이 두 팔을 휘저어가며 다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것, 그 멋없는 순간 스스로 겸연쩍어 선 밖으로 나가떨어진다면 잠깐은 폼 날지언정 더 이상 플레이어가 될 순 없다. 기억하자. 오래 살아남는 시간 속에 잠깐씩 비참하고 볼품없는 순간들은 추한 것이 아니란 걸. 아무도 영원히 근사한 채로 버텨낼 수는 없단 걸. p191~192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자존심이 꺾이지 않으려 버티는 막대기 같은 거라면, 자존감은 꺾이고 말고부터 자유로운 유연한 무엇이다. 자존심은 지켜지고 말고의 주체가 외부에 있지만 자존감은 철저히 내부에 존재한다. 그래서 다른 누가 아닌 스스로를 기특히 여기는 순간은 자존감 통장에 차곡차곡 쌓인다. 선행에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욕망이 부록처럼 딸려온다. 어릴 때 칭찬에 길들여졌을 수많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내성이고, 특별히 나쁠 것도 없는 점이기도 하다. 허나 선행이 누군가의 칭찬과 거래되는 순간 자존감 통장에는 쌓일 것이 없다. 나의 대견함을 ‘알아주는’ 주체를 타인에게 넘겨버릇하는 게 위험한 이유다. p200~201
보통의 언어들...
요즘 즐겨보는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가 팬텀싱어3이다.
프로듀서중에 한 명인 김이나 작사가의 책이 지난달 출간되어
북카트에 넣어두었다가 월급받은 기념으로 몇권의 책과 함께
내게주는 선물로 구입했다.
평소에 지켜본 김이나 작가는 말을 참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똑소리나게...
어떻게 저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싶게
아주 시기 적절한 말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곤 했는데
이미 히트된 곡들로 글도 잘쓴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하고 있었지만
장문의 책으로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관계
감정
자존감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논할 수 없는 단어들이지만
작가의 기억들을 소환해 조근조근 섬세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원치않은 코로나라는 외부의 자극으로
내가 서있는 자리가 위협받고
관계에 오점을 남기며
감정이 일렁이고
자존감이 곤두박질 치던 한주일...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리만큼
세상은 아무것도 바뀐게 없었고
오히려 날 걱정하고 위로해주었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시간속에
그래도 성실하게 일해왔다는게
인정받은 것 같은 날이기도 했던...
한결같이 완벽할 수 없다면
저자의 말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는 것'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아보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
우리, 마음껏 실망하자. 그리고 자유롭게 도란거리자. p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