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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MAYBE - 너와 나의 암호말
양준일.아이스크림 지음 / 모비딕북스 / 2020년 2월
평점 :
가수 양준일의 첫 책이다. 가수로서 활동을 중단한 지 19년, 생각지도 못한 팬들의 소환으로 돌아온 그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며 세상에 내놓은 첫 작품이기도 하다. 책에는 챕터 구분도 순서도 없다. 짤막한 단어를 제목 삼은 90여 개의 토막 글은 앞으로, 뒤로, 혹은 손 가는 대로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무방하다.
글의 주제는 크게 세 가지. 거듭되는 좌절과 실패에도 양준일을 단단하게 지탱해온 그의 생각과 직접 쓴 가사에 담긴 의미 해석, 널리 알려지지 않은 양준일의 개인사와 가족 이야기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양준일...
그를 처음 본건 슈가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TV에 출연하기전 FM라디오를 통해 그의 노래를 듣긴 했지만
이런 노래도 있었구나 정도의 감상...
그런데 슈가맨을 보고 난 후
한달 가까이를 집콕하며
영화도 책도 지루하고 재미없어질 무렵
여기저기 채널 바꾸다 우연히 보게된
팬미팅을 하기까지 여정을 그린 특집방송에 이어
배철수의 잼에 출연한 방송까지 보고 난 후
어느 순간 난 그의 팬이 되어 있었다.
앗! 내가 Queen이라고?
누가 묻지도 않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그의 History를
몰래 보는 듯한 이 쑥쓰러움은 뭐지!ㅋ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며 흑백사진에 대한 동경이 늘 있었는데
그의 이야기와 함께 책에 실려 있는 그의 사진들을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물에 집중할 수 있는 흡입력이 있는 사진들...
사진과 함께 읽어가는 그의 History
출생의 비밀 아닌 비화
미국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며 이미 노래와 춤을 좋아하던 그
한국에서 음반을 내고 방송활동을 하지만 사회의 편견은
그를 오래 무대에 서지 못하게 했고
영어교사, 서빙, 청소를 하며 느꼈을 좌절...
하지만 그에겐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고
열심히 살았어야만 했던 가족이 곁에 있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난
그를 알지 못했다.
그시간을 되돌아보면
결혼과 출산만으로 힘들었을 상황에
시할머님, 시부모님, 결혼 안한 시동생과 함께 살며
하루 다섯번 이상 밥상을 차리고 치우는 일로만으로도 하루해가 짧았던
TV가요프로그램이 있는지도 잊고 지냈던 시절이라
젊은 GD 닮았다는 그의 모습은 전혀 기억에 없다.
그렇다면 어느날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그가 좋아진걸까?
그건 아마도
전혀 다른 눈빛으로
마치 본인이 존 트라볼타 혹은 마이클 잭슨인듯 노래하고 춤을 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뒤늦게 태어난 늦동이 아들을 이야기를 할 땐
진심 행복해하며 해맑게 웃던 그의 모습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그많은 아티스트 중에서 그가 좋아하는 가수의 한사람이
엘튼존이라는 사실에 환호했다.
그래서였어.
내가 양준일이라는 가수를 좋아하는 이유가 분명해진 느낌이었다. ^^;
힘든 나날들을 보내며
현실에 무릎을 끓기도 했지만
'아마도(maybe) 이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내 삶을 받아들인 것처럼.
'MAYBE'라는 단어엔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책을 덮으며 확실한 건
아주 오래 그의 팬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감
자존감이 높아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내 자존감은 믿음에서 나온다. 나 자신이 아닌 내 밖에 있는 존재를 향한 믿음 말이다. 한참 아파하면서 이게 다가 아니라면 나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 자신만 의지하면서 했던 일은 아무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못 믿는게 나 자신이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따로 있고 그것을 찾는 게 내 인생의 목적이다. p155
앞으로
사람의 영혼을 만지면서 살고 싶다.
계산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가족처럼 팬들을 챙기고 싶다.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고 싶다.
이 모든 것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초점을 잃고 싶지 않다.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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