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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지음 / 달 / 2019년 9월
평점 :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제목만으로도 여전히 우리를 설레게 하는 여행산문집 삼부작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병률 시인이, 5년 만에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를 펴냈다. 이번 산문집에서 그는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대신, 새로운 곳을 향한 사색을 시작한다. 작가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것이자, 그리고 깊이 아는 대상인 바로 '혼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인으로서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일, 여행자로서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일, 그렇게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동안 '혼자'에 주파수를 맞추어온 그가 써내려간 혼자의 자세와 단상은 세상에 점점이 흩어진 수많은 혼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작가가 써내려간 담담한 문장과 예민하게 포착한 장면, 그리고 특유의 시선을 담은 사진을 통해 '나만 할 수 있는 일,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알라딘 제공]
오늘밤도 시간이 나에게 의미심장하게 말을 건다. 오늘밤도 성장을 하겠냐고. 아니면 그저 그냥 지나가겠냐고.
인생의 파도를 만드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보통의 사람은 남이 만든 파도에 몸을 싣지만, 특별한 사람은 내가 만든 파도에 다른 많은 사람들을 태운다. p16
어떻게 혼자일 수 있겠는가. 어떻게 혼자 산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돌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식물은 나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겠지만 내가 식물에게 말을 걸면 되니까. 내가 말을 걸지 않으면 그들은 한 번 태어난 세상에서 영원히 시들어 죽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내 세계에 수많은 식물을 들여놓듯 나에게 늘 적당한 위험 요소를 선물하면서 ‘나’를 살고 싶다. p272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그후
지난달 출간된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
일찌감치 예약주문을 해놓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기다렸고
저자의 싸인이 든 양장본 책을 받았을 때
선물을 받은 듯 참 행복했다.
내가 좋아하는 빗방울과 그림자 사진들...
낯선 곳에서 만난 나와는 다른 사람들...
오랜만에 다시 읽는 저자의 글도 좋았지만
무심한듯한 사진들도 마음에 든다.
은희경작가의 책을 읽으면서도
느낀거지만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글들은
그 세대만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있어
더 빠져드는 듯 하다.
사춘기시절 마음 붙일 곳 없을 때
늦은밤 외로움을 함께 했던 FM라디오...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내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가 너무 좋아
나도 한때는 라디오방송 PD가 되고 싶기도 했었는데...
아직 무릎 괜찮을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내게는 아직 껌딱지 꼬맹이와
한끼라도 굶으면 큰일나는 조선시대 남자 김씨가 있기에
혼자 떠나는 여행은
조금 더 멀리 꿈 꿀 수 있을 것 같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일이다.
'나'만 할 수 있는 일...
'나'만 가질 수 있는 것...
오롯이
'나'로 살아가기...
가벼운 금연
이상희
하루에 세 번 크게 숨을 쉴 것
맑은 강과 큰 산이 있다는 곳을 향해
머리를 둘 것
머리를 두고 누워
좋은 결심을 떠올려 볼 것
시간의 묵직한 테가 이마에 얹힐 때까지
해질 때까지
매일 한 번은 최후를 생각해 둘 것. p44
어떻게 혼자일 수 있겠는가. 어떻게 혼자 산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돌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식물은 나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겠지만 내가 식물에게 말을 걸면 되니까. 내가 말을 걸지 않으면 그들은 한 번 태어난 세상에서 영원히 시들어 죽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내 세계에 수많은 식물을 들여놓듯 나에게 늘 적당한 위험 요소를 선물하면서 ‘나’를 살고 싶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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