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을 읽는 밤, 나 또한 스스로에게 묻는다. 사랑한다고생각하면서도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시간들, 거침없이 치열하게 살고 싶으면서도 한 번도 내 감정의 주인이 되지 못한 아픈 시간들을 곱씹는다. 우리는 언제쯤 자기 욕망의 진짜 주인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내게 문학과 심리학은 ‘내마음에 가까워지는 길‘을 밝혀 주는 마음의 등불이다. 때로는 소중한 사람의 감정을 존중해 주기 위해 거리를 두는 것, 때로는나 자신을 제3의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 거리를 두는 것. 그미묘한 거리 조절의 미학이야말로 심리학과 문학의 이중주가우리에게 들려주는 마음의 하모니다. - P58
나는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도 글을 쓰지않았다. 사랑한다고 믿으면서도 한 번도 사랑하지않았다. 나는 닫힌 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 외에는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에서 - P60
악의 충동은 인류의 집단적인 그림자다.악의 충동과 싸우는 것이 바로 슈퍼에고(초자아)인데,이 슈퍼에고는 때로는 ‘지나친 간섭‘으로 인간의모든 욕망을 가로막지만, 때로는 우리가 달콤한악행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정신을 꽉 붙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 P89
피오나는 정말 ‘기억을 잃은 척‘ 연기한 것일까. 그녀의 알츠하이머는 명백한 사실이었지만, 그녀가 남편을 잊은 척하고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은 어쩌면 발칙한 연기일 수도 있다.중요한 것은 그녀가 상처를 ‘반복‘하는 일을 이제야 멈췄다는것이다. 수십 년 동안 남편을 원망하고, ‘당신이 증오스럽다‘는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그녀가 통쾌한 복수극 한 번 왁자하게 치르고 나서는, 마치 한바탕 씻김굿을 한 듯 트라우마로부터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는 완치될 수 없지만 트라우마는 치유될 수 있다. 우리가 자신의 상처와 진정으로 대면할 수만 있다면. 깜찍한 연기를 해서라도, 한바탕 복수극을해서라도 내 안의 상처를 소중하게 보살필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 P100
당신이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고든 라이트푸트)나는 당신이 가는 그 먼 곳이좋은 곳이기를 빌어요만약비가 오거나 눈이 온다 하더라도안전하고 따뜻하게 지내기를…그리고 어느 땐가당신에게 그 누군가가 필요할 때당신도 알고 있듯이나는언제나거기에 있을 거예요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구스타보 베케르)내게 얼마 남지 않은 삶에서나 그대에게가장 좋은 나날들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우리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대가 나에 대해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알 수 있다면그리고 내 목숨,또 내게 허락될지 모를영원한 삶도 그대 위해 바치겠습니다그대 혼자 있을 때 나에 대해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만 있다면나 그대 위해언제까지나내 사랑 바치겠습니다
서로 사랑하기에(J. 터커)당신과 나 사이어느 한쪽만이 사랑하고 있었다면우리의 사랑은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했을 것입니다.우리가 과연어느 한쪽만이 사랑했었다면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사랑하고 미워하고때로는 힘겨워하며상처로 인해 아파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테네에서 마라톤까지의 소요 시간은 3시간 51분. 좋은 기록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아무튼 나는 혼자서 마라톤 코스를 주파한 것이다. 교통지옥과 상상을 초월하는 더위와 격렬한 갈증을 극복하고. 이만하면 나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을듯하다. 그러나 그런 일은 지금 이 순간 아무래도 좋다. 아무튼더 이상 한 발짝도 달릴 필요가 없다뭐라고 해도 그것이 가장기쁘다.아아, 이제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 - P106
이와 같은 능력(집중력과 지속력)은 고맙게도 재능의 경우와 달라서, 트레이닝에 따라 후천적으로 획득할 수 있고, 그 자질을향상시켜 나갈 수도 있다.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의식을 한 곳에 집중하는 훈련을 계속하면, 집중력과 지속력은 자연히 몸에배게 된다. 이것은 앞서 쓴 근육의 훈련 과정과 비슷하다. 매일쉬지 않고 계속 써나가며 의식을 집중해 일을 하는 것이, 자기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정보를 신체 시스템에 계속해서전하고 확실하게 기억시켜 놓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그 한계치를 끌어올려 간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씩, 그 수치를 살짝 올려간다. 이것은 매일 조깅을 계속함으로써 근육을강화하고 러너로서의 체형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 종류의 작업이다. 자극하고 지속한다. 또 자극하고 지속한다. 물론 이 작업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의 보답은 있다. - P122
말하자면 내 근육은 시동이 걸릴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종류 - P129
인 것이다. 제대로 움직이기까지의 시간이 너무나 더디다. 그 대신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꽤 긴 시간 동안 무리 없이 무난한상태로 계속 움직일 수 있다. 전형적인 ‘장거리형‘ 근육이라고말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니 단거리에는 적합지 않다. 단거리경기라면 내 근육의 엔진이 걸리기 시작할 때쯤에는 레이스는벌써 끝나버렸을 것이다. 이와 같은 근육의 특성은, 전문적인 것은 잘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타고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근육의 특성은 그대로 내 정신적인 특성과결부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생각은 말하자면, 인간의정신은 육체의 특성에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또는 반대로 정신의 특성이 육체의 형성에도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정신과 육체는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며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람에게는 천성적으로 종합적 경향 같은 것이 있어서, 본인이 그것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것으로부터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정도이다. 경향은 어느 정도까지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근본적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그것을 천성이라고 부른다. - P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