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문화의 주된 기능 중 하나는 젊은이들을 책임감 있고자각 있는 어른이 되게 돕는 것이다. 성숙이라는 것은 무엇보다도상황에 맞게 자기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어른이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의 본성을 절제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뜻이다. 우리는 화장실에 가는 법을 배운다. 화가 나더라도 서로 때리지 않는 법을 배운다.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공감과 자제와 성찰을 배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년가량이 걸린다.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린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끝내 해낸다. 소년은 남자가 된다. 심지어 신사가 된다. 그 소년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다. 다만 더는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을 뿐이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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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함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존재하기를 포기하는것입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세상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 - P231

는다는 의미이고, 그 관계는 편안한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고통스럽고 어려운 것들도 포함합니다.

우리가 성장하는 순간은 바로 이런 어려운 마주함의 순간들입니다. 나보다 강한 상대와 링에서 마주설 때, 나의한계와 정면으로 부딪힐 때, 불편한 진실과 직면할 때 말입니다. 이런 순간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때우리는 조금씩 더 단단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물론, 마주하는 것이 늘 쉽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압도당하고, 때로는 패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결과가 아니라 마주하려는 태도 자체입니다. 그 태도가우리를 살아 있는 존재로 만들어 주니까요.

나라는 존재는 ‘무엇을 피했는가‘가 아니라
‘무엇과 마주했는가‘로 정의되는 것 같습니다." - P232

누군가에게 한눈에 반한다는 것은, 사실 이미 그의 내면에 특정한 사랑의 원형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의미하는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의 앞을 지나쳐간 수많은 사람가운데서, 그 원형과 가장 가까운 형태를 지닌 누군가를마침내 만나는 순간, 우리가 흔히 ‘운명적 사랑‘이라 부르는 그 감정이 일어나는 것일 테지요. 그렇다면 이것은 표면적으로는 우연한 만남처럼 보일지언정, 실상은 언젠가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의 완성이라 해야 할것입니다. 다만 시간이라는 변수가 있었을 뿐이겠지요.

그러므로 첫사랑만큼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만나고자 한다면, 우리는 기약 없는 시간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미시적인 것들이 쌓여 거시적인 의미를 이루기까지의 그긴시간을 말입니다. 바로 그 시간 속에 우연이라는 이름의신비가 깃들어 있고,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의 은총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P237

"문장에는 쉼표가 꼭 필요합니다. 이유는 리듬 때문입니다. 쉼표 없이 글을 읽다 보면 목이 칼칼해지고 발음도새기 시작합니다. 마치 숨 쉴 틈 없이 달리기를 한 것처럼 말이지요.

가끔 좋은 글을 읽으면서도 왜 이렇게 숨이 차지, 하고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내용은 분명 아름다운데 소리 내어 읽기가 힘듭니다. 그러면 그 아름다움이 반쪽짜리가되어 버립니다. 좋은 요리를 만들어 놓고 맛없게 차려낸것 같달까요.

생각해 보니 쉼표라는 게 그렇게 많지도 않습니다. 마침표보다는 많지만 그래도 적지요. 그러니까 쉼표를 찍을때가 되면 아끼지 말고 찍어야 합니다. 작은 쉼표 하나가삶이라는 목소리를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니까요.

우리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바쁘게 달려가다 보면어느새 숨이 가빠져서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잠깐 멈춰서 쉬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삶의 쉼표인 것 같습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나, 친구와의 - P247

수다나, 창밖을 그냥 바라보는 시간 같은 것들 말입니다.
피아노에서 댐퍼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군요." - P248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정말 소중한 것들을 가려내게 되거든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완벽한 기억력보다는, 진짜 중요한 것만을 기억하는 선별적 기억력이 때로는 더 값질 수 있습니다.

망각은 상실이지만 동시에 선별입니다. 그리고 그 선별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쩌면 완벽한 기억보다는 적절한 망각이, 완전한 소유보다는 상실 가능성이 있는 관계가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P256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완벽한 정리가 아닙니다. 모든 물건이 완벽한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각각의존재에 적절한 자리를 찾아주려는 배려의 마음입니다.
마치 좋은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에 적절한 역할을 부여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듯이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리는 일종의 돌봄입니다. 물건을돌보고, 공간을 돌보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돌보는 행위입니다. 헤어진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잃어버린 것들에게 다시 집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저는 정리를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지금 - P265

하는 일은 단순히 방을 깔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은 우주에 질서를 부여하는 창조적 행위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 마음도 함께 정돈되어 가는 것을느낍니다.

결국, 정리란 물건들에게 집을 주는 일이고, 동시에 우리자신에게도 마음의 집을 만들어 주는 일인 것 같습니다.
모든 존재가 자신만의 주소를 갖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정리가 추구하는 이상향이 아닐까요?

물건에 주소를 부여하는 작은 실천이 우리 삶에 의미를부여하는 큰 철학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리는 결국 존재를 돌보는 일이고, 삶을 사랑하는 방식 중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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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목표는 남자들에게 힘쓰는 직업을 되돌려주는 것이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다. 앞으로 가장 많이 성장할직업 대부분에선 여자가 압도적이다.20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기술을 요구하는 직업에 더 많은 소녀와 여자들이 들어가게 하는 지금까지의 노력은 칭찬할 만하고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자가 지배하는 일자리에, 내가 HEAL (건강, 교육, 행정문해력)이라 부르는 일자리에 남자를 더 많이 투입하는 것이 훨씬 - P54

더 중요하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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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정직한 시간은 사춘기가 아닐까요? 어른이 되고 나면 우리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갖게 됩니다. 상황에 맞는 말을, 관계에 맞는 표정을, 때로는 자신조차 속이는 연기를 하면서 살아가게 되지요. 그런데사춘기의 아이들은 다릅니다. 좋으면 좋다 하고, 싫으면싫다 하고, 화나면 화를 냅니다. 그 투명한 감정 앞에서어른들은 당황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자기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이제는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이해하는 법을, 부모로서 자식을 기다리는 법을. 그리고 그 모든것이 한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해서 서툴게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나아간다는 것을 말입니다.

글을 쓰면서 펜대를 꽉 쥐게 만들었던 단어는 어머니가하신 ‘미안해‘라는 말이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사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마음이었는지, 당시 저는 온몸으로 받아들 - P196

였습니다. 어머니의 사과를 받아든 그 순간, 제 안의 사춘기는 조용히 끝났습니다. 더는 응석 부릴 필요가 없다는것을, 이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관계라는 것이 결국 서로를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인정하는 일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를 내아이‘가 아닌 ‘그 자신‘으로 바라보는 시선 말입니다. 그런 인정이 있을 때 비로소 아이도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드러낼 용기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 P197

이런 상황들을 생각해 보면 사랑은 단순한 양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사랑은 아이가 느낄 때 비로소 사랑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랑을 전해야 할까. 아빠는 되도록 몸으로 놀아주는 게 좋겠다. 아이와 함께 뒹굴고, 웃고, 신나게 소리 지르는 순간들, 아빠가 ‘아빠‘임을 잠시 내려놓고 친구같은 ‘아이‘가 되어줄 때, 아이들은 진정 행복해한다. 그런 순간이 아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남는다. 아빠가 친구가 되면, 아이는 말이 많아진다. 마음을 열면, 말의 문도 열리는 법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자식들과 논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그런데도 어린 나는 알았다. 자식과의 관계에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주춤하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서툴고 어색하지만, 결코 마음만은 작지 않았던 그사랑을 말이다. - P205

"사람이 나쁜 게 아니구나, 상황이 나빴을 수 있겠구나‘
하는 관점은 사람에 대한 연민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사람을 미워하는 대신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면 그가 나를 향해 웃습니다. 왠지 아랫배가 따뜻해집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움에 목마른 사람들입니다." - P219

이 글에서의 핵심은 ‘눈높이‘라는 개념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같은 높이에서 바라보려는 노력 말입니다. 이는 ‘나‘와
‘너‘라는 존재론적 평등을 의미합니다. 비록 어른과 아이라는 위계가 있지만, 소통의 순간만큼은 동등한 인격체로 만나겠다는 것이죠.

어정쩡한 눈높이를 맞추느라 애쓰는 모습에서 저는 사랑 - P221

의 서툰 완벽함을 봅니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그 어정쩡함이야말로 사랑의 증거입니다. 기계적으로 정확한 것이 아니라, 조금 어색하고 불편해도 상대방에게다가가려는 노력,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본모습인 것 같습니다." - P222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세상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결국, 나라는 존재는 외부의 성취가 아닌, 스스로 내면에 새긴 흔적들로 단단해질수 있는 것일 테니까. 넘어지고 헤맬 때마다 나는 딱 그만큼씩 나 - P229

의 세계를 넓혀가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계속해서 마주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타자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그 마주함의 순간들이 쌓여 우리는 조금씩더 온전한 존재가 되어간다. 복싱이 가르쳐 준 무엇보다 소중한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힘든 티 내지 말고, 등 돌리지 말고, 끝까지 마주하라. 그렇게 사는 사람만이 ‘내일은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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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가 권리라면 존재는 책임이다. 소유는 가볍고 존재는 무겁다. 소유는 교환과 폐기가 자유롭지만, 존재는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운명의 자기결정권을 가진다. 나는 이 아이가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때까지 보호하고 양육할 존재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그 엄중한 사실을 분만실에서가 아니라,
아이가 나를 ‘아빠‘라고 부른 그 순간에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한 인식의 대전환은 순식간이었다. - P147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는 타자의 언어를 통해서만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빠‘라는 부름이 저를 비로소 아버지로 만들었듯이, 우리는 누군가가 부르는 그 이름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까요. 존재한다는 것은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 P150

바람에 날리는 빵봉지처럼 가볍게, 그러면서 단순하고 명료하게그저 살아가는 것. 각박한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첨예한 논리가 아닌, 이런 소소한 만남과 따뜻한 교감이 아닐까 싶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긴 여정을 이루는 것이 인생이라면, 나는그 길을 조금 더 걸어보고 싶다.

오늘 나는 햇살 같은 사람들을 만났다.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마음에는 벌써 봄이 온 듯하다.
그러고 보면 내게도 참 운수 좋은 날이다. - P157

여기서 우리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다음에‘라는 말 속에는 지금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마음이 있고, ‘사랑해‘라는 말 속에는 지금에 완전히 빠져들려는 마음이 있다. 하나는 관계를 미루고, 다른 하나는 관계를 생생하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다음‘이 없는 것들이다. 지금 여기에 온전히존재하는 것들, 미뤄질 수 없는 것들,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만 빛나는 것들 말이다.

사랑은 우리에게 현재라는 시간을 선물한다. 유예할 수 없는 지금, 미룰 수 없는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갈 용기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다음‘이라는 말은 성립될 수 없는것이다. - P160

어쩌면 지금도 내 삶의 많은 순간이 이런 식으로 엇갈리며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건네는 미소, 말, 행동 속에 담긴진심이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러니 당당히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거절당하더라도,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나의 진심을 세상에 내보이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진정내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태도가 아닐까. 결과보다는 과정에 성공보다는 시도에 의미를 두며 아무것도 되지 못할지언정, 적어도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두 팔을 뻗어보는 무모하지만 아름다운사람이 되어 봐야 하지 않을까. - P164

인생을 하루에 비유한다면, 지금 저는 정오의 태양 아래를 막 지나고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던 대낮의 강렬한 빛이 서서히 기울고, 이제는 조금 부드러운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기울어짐이 꼭 쓸쓸하지만은 않습니다. 해 질 무렵, 노을을머금은 능선은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물듭니다.
그것은 아침의 가능성도, 정오의 절정도 아닌, 오직 저녁만이 지닐 수 있는 깊이와 따뜻함입니다. 나이 듦이란,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요. 덜어내고, 내려놓으면서도 오히려 더 충만해지는 상태겠지요.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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