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정직한 시간은 사춘기가 아닐까요? 어른이 되고 나면 우리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갖게 됩니다. 상황에 맞는 말을, 관계에 맞는 표정을, 때로는 자신조차 속이는 연기를 하면서 살아가게 되지요. 그런데사춘기의 아이들은 다릅니다. 좋으면 좋다 하고, 싫으면싫다 하고, 화나면 화를 냅니다. 그 투명한 감정 앞에서어른들은 당황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자기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이제는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이해하는 법을, 부모로서 자식을 기다리는 법을. 그리고 그 모든것이 한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해서 서툴게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나아간다는 것을 말입니다.

글을 쓰면서 펜대를 꽉 쥐게 만들었던 단어는 어머니가하신 ‘미안해‘라는 말이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사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마음이었는지, 당시 저는 온몸으로 받아들 - P196

였습니다. 어머니의 사과를 받아든 그 순간, 제 안의 사춘기는 조용히 끝났습니다. 더는 응석 부릴 필요가 없다는것을, 이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관계라는 것이 결국 서로를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인정하는 일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를 내아이‘가 아닌 ‘그 자신‘으로 바라보는 시선 말입니다. 그런 인정이 있을 때 비로소 아이도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드러낼 용기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 P197

이런 상황들을 생각해 보면 사랑은 단순한 양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사랑은 아이가 느낄 때 비로소 사랑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랑을 전해야 할까. 아빠는 되도록 몸으로 놀아주는 게 좋겠다. 아이와 함께 뒹굴고, 웃고, 신나게 소리 지르는 순간들, 아빠가 ‘아빠‘임을 잠시 내려놓고 친구같은 ‘아이‘가 되어줄 때, 아이들은 진정 행복해한다. 그런 순간이 아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남는다. 아빠가 친구가 되면, 아이는 말이 많아진다. 마음을 열면, 말의 문도 열리는 법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자식들과 논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그런데도 어린 나는 알았다. 자식과의 관계에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주춤하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서툴고 어색하지만, 결코 마음만은 작지 않았던 그사랑을 말이다. - P205

"사람이 나쁜 게 아니구나, 상황이 나빴을 수 있겠구나‘
하는 관점은 사람에 대한 연민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사람을 미워하는 대신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면 그가 나를 향해 웃습니다. 왠지 아랫배가 따뜻해집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움에 목마른 사람들입니다." - P219

이 글에서의 핵심은 ‘눈높이‘라는 개념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같은 높이에서 바라보려는 노력 말입니다. 이는 ‘나‘와
‘너‘라는 존재론적 평등을 의미합니다. 비록 어른과 아이라는 위계가 있지만, 소통의 순간만큼은 동등한 인격체로 만나겠다는 것이죠.

어정쩡한 눈높이를 맞추느라 애쓰는 모습에서 저는 사랑 - P221

의 서툰 완벽함을 봅니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그 어정쩡함이야말로 사랑의 증거입니다. 기계적으로 정확한 것이 아니라, 조금 어색하고 불편해도 상대방에게다가가려는 노력,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본모습인 것 같습니다." - P222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세상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결국, 나라는 존재는 외부의 성취가 아닌, 스스로 내면에 새긴 흔적들로 단단해질수 있는 것일 테니까. 넘어지고 헤맬 때마다 나는 딱 그만큼씩 나 - P229

의 세계를 넓혀가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계속해서 마주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타자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그 마주함의 순간들이 쌓여 우리는 조금씩더 온전한 존재가 되어간다. 복싱이 가르쳐 준 무엇보다 소중한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힘든 티 내지 말고, 등 돌리지 말고, 끝까지 마주하라. 그렇게 사는 사람만이 ‘내일은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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