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함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존재하기를 포기하는것입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세상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 - P231
는다는 의미이고, 그 관계는 편안한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고통스럽고 어려운 것들도 포함합니다.
우리가 성장하는 순간은 바로 이런 어려운 마주함의 순간들입니다. 나보다 강한 상대와 링에서 마주설 때, 나의한계와 정면으로 부딪힐 때, 불편한 진실과 직면할 때 말입니다. 이런 순간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때우리는 조금씩 더 단단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물론, 마주하는 것이 늘 쉽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압도당하고, 때로는 패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결과가 아니라 마주하려는 태도 자체입니다. 그 태도가우리를 살아 있는 존재로 만들어 주니까요.
나라는 존재는 ‘무엇을 피했는가‘가 아니라 ‘무엇과 마주했는가‘로 정의되는 것 같습니다." - P232
누군가에게 한눈에 반한다는 것은, 사실 이미 그의 내면에 특정한 사랑의 원형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의미하는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의 앞을 지나쳐간 수많은 사람가운데서, 그 원형과 가장 가까운 형태를 지닌 누군가를마침내 만나는 순간, 우리가 흔히 ‘운명적 사랑‘이라 부르는 그 감정이 일어나는 것일 테지요. 그렇다면 이것은 표면적으로는 우연한 만남처럼 보일지언정, 실상은 언젠가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의 완성이라 해야 할것입니다. 다만 시간이라는 변수가 있었을 뿐이겠지요.
그러므로 첫사랑만큼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만나고자 한다면, 우리는 기약 없는 시간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미시적인 것들이 쌓여 거시적인 의미를 이루기까지의 그긴시간을 말입니다. 바로 그 시간 속에 우연이라는 이름의신비가 깃들어 있고,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의 은총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P237
"문장에는 쉼표가 꼭 필요합니다. 이유는 리듬 때문입니다. 쉼표 없이 글을 읽다 보면 목이 칼칼해지고 발음도새기 시작합니다. 마치 숨 쉴 틈 없이 달리기를 한 것처럼 말이지요.
가끔 좋은 글을 읽으면서도 왜 이렇게 숨이 차지, 하고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내용은 분명 아름다운데 소리 내어 읽기가 힘듭니다. 그러면 그 아름다움이 반쪽짜리가되어 버립니다. 좋은 요리를 만들어 놓고 맛없게 차려낸것 같달까요.
생각해 보니 쉼표라는 게 그렇게 많지도 않습니다. 마침표보다는 많지만 그래도 적지요. 그러니까 쉼표를 찍을때가 되면 아끼지 말고 찍어야 합니다. 작은 쉼표 하나가삶이라는 목소리를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니까요.
우리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바쁘게 달려가다 보면어느새 숨이 가빠져서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잠깐 멈춰서 쉬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삶의 쉼표인 것 같습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나, 친구와의 - P247
수다나, 창밖을 그냥 바라보는 시간 같은 것들 말입니다. 피아노에서 댐퍼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군요." - P248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정말 소중한 것들을 가려내게 되거든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완벽한 기억력보다는, 진짜 중요한 것만을 기억하는 선별적 기억력이 때로는 더 값질 수 있습니다.
망각은 상실이지만 동시에 선별입니다. 그리고 그 선별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쩌면 완벽한 기억보다는 적절한 망각이, 완전한 소유보다는 상실 가능성이 있는 관계가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P256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완벽한 정리가 아닙니다. 모든 물건이 완벽한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각각의존재에 적절한 자리를 찾아주려는 배려의 마음입니다. 마치 좋은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에 적절한 역할을 부여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듯이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리는 일종의 돌봄입니다. 물건을돌보고, 공간을 돌보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돌보는 행위입니다. 헤어진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잃어버린 것들에게 다시 집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저는 정리를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지금 - P265
하는 일은 단순히 방을 깔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은 우주에 질서를 부여하는 창조적 행위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 마음도 함께 정돈되어 가는 것을느낍니다.
결국, 정리란 물건들에게 집을 주는 일이고, 동시에 우리자신에게도 마음의 집을 만들어 주는 일인 것 같습니다. 모든 존재가 자신만의 주소를 갖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정리가 추구하는 이상향이 아닐까요?
물건에 주소를 부여하는 작은 실천이 우리 삶에 의미를부여하는 큰 철학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리는 결국 존재를 돌보는 일이고, 삶을 사랑하는 방식 중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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