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누군가 말했다.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불편한 것뿐이라고.
맞다. 가난의 본질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불편함이다.

부끄러울 정도의 불편함. - P29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돈을 잃으면
대개 명예와 건강도 잃는다. - P32

[속담]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 여러 번 계속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뜻.

이 말은 짝사랑에 빠진 이에게 낭만적인 명분을 주는것 같다. 그 자체로 고귀한 ‘사랑‘이라는 단어에 ‘하면 된다‘ 류의 열정을 덧씌운 듯한 이 오랜 수사는 불행히도 그오랜 기간 동안 행하는 이에겐 자괴감을 당하는 이에겐불쾌함을, 심하게는 공포까지 선사했으리라.
반평생을 짝사랑과 단념에 할애한 내가 감히 단언한다.
사랑은 애초에 찍고 넘기고 하는 성취의 개념이 아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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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숨부터 날숨까지 숨결의 이동에만 오로지 집중하세요. 피네이루가 말한다. 그 모든 지시 사항이 수다르샨크리야 강의에서 들었던 말과똑같고, 그 몇 년 후 안데스 올손에게, 그리고 빔 호프 호흡법 강사인 척맥기에게 배운 것과 똑같다. 나는 이제 그 과정을 잘 알고 있다. 그 요령도 이미 알고 있다.
나는 목구멍을 이완시키고, 아주 깊이 배 속으로 숨을 들이쉰 다음
남김없이 다 내쉰다. 다시 들이쉬고, 반복한다.
피녜이루가 말한다. "끝까지 들이쉬고, 끝까지 내쉬어요. 계속! 계속숨을 쉬어요!" - P280

수천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호흡법이 이름을 달리했을 수도 있고, 다른 시기 다른 문화권에서 여러 이유로 용도변경되고 각색되었을 수도있지만, 결코 실전되지는 않았다. 줄곧 우리 안에 머물며, 다만 누가 엿보고 엿듣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이들 호흡법은 우리의 폐를 확장하고, 몸을 곧게 하고, 혈류를 증가시키며, 마음과 기분을 차분하게 하고, 우리 분자들 속의 전자를 흥분시킬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잠을 더 잘 자고, 더 빨리 달리고, 더 깊이 잠수하고, 더 오래 살고, 더 훌륭하게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호흡법들은 우리가 새로 호흡을 할 때마다 생명의 신비와 마법을조금씩 더 활짝 펼쳐 보인다. - P281

코로 느리고 더 적게 숨쉬기와 최대한 내쉬기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여느 사업 못지않게 큰 사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단순한 접근법이 어느 것 못지않게 훌륭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호흡법은 배터리도 와이파이도 헤드기어도 스마트폰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비용이 들지 않고,
별도의 시간과 노력도 거의 필요 없다. 언제 어디에서든 원하기만 하면할 수 있다. 이 호흡법은 먼 우리 조상들이 25억 년 전 슬러지 속에서 기어 나온 이후 줄곧 실천해 왔고, 우리 호모 종이 수십만 년 동안 코와 입술과 폐만으로 완성해 온 기술이다.
나는 늘 이 호흡법을 스트레칭하듯 한다. 오래 앉아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후 정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다 여분의 힘이 필요할 때면, 여기 헤이트애시버리의 빅토리아풍 낡은 집에 와서, 10년 전 처음 만난 수다르샨 크리야 호흡자들과 함께 덜컹거리는 이 창문 옆에 앉는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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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위로

(이해인)

사랑하는 이를 잃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당신에게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는
이 막막함도 슬픔입니다

함께 슬퍼하는 것 또한
한계가 있음을
모르지 않으면서
어쭙잖은 말로나마
위로하려 했음을 용서하세요

당신은
아주 많이 울어도 괜찮습니다
신과 세상을 한없이
원망해도 괜찮습니다

어느 날 당신이
먼저 마음을 열고
입을 열 그때까지
기다릴게요

지금은 그냥
아무 말 않고
곁에만 있게 허락해주세요
기도가 필요하면
속으로만 할게요
작은 그림자처럼
당신 곁에서
조용히 걱정만 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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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연약함을 한 명이 강하게 만들어보겠다고 아등바등한다고 해서 절대 강해질 수 없다.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두 사람의 믿음이다. 믿음을 져버리고, 관계를 깨버린 누군가 때문에 서러운 마음을 오래 안고 있지 않아도 된다. 누구보다 소중한 당신이 스쳐 지나갈 인연에 많은 눈물을 흘리지않았으면 좋겠다. - P153

스무 살의 설렘도 잊어버렸고, 20대의 패기도 사라진 내가사랑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내 안에서 사라져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친구의 성화에 나가본 몇 번의 소개팅과 엄마의 잔소리에 못 이겨 나가본 - P174

선 자리에서, 상대 이성에게 기분 좋은 떨림을 갖지 못하는나는 이제 사랑에 대한 기능이 소실되었을지도 모른다.

다시는 못할 것 같았던 사랑도 밤사이 쌓인 눈처럼 조용히찾아온다고 한다. 이별에 슬퍼하고 그리움에 아파하다가 잠잠해진 어느 날, 어떤 예고도 없이 불쑥 말랑말랑한 감정이 생긴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찾아오지 않은 것을 보면사랑의 총량을 다 써버린 것 같다.
떠나간 사랑에, 사람에, 아파하느라. - P175

누군가가 아닌 오직 나의 마음을 기준으로 잡고 거리를 설정하면서부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마음을 전부 보여주고가까이 다가간다고 해서 진심으로 가까워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누는 슬픔은 약점이 되고, 기쁨 또한 나누게 되면 질투가 되어 날아온다는 것도 겪었다. 사람 관계 때문에 아파하는 것을 그만하고 싶어서 다짐했었다. 모두에게 같은 기준으로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 P236

많은 사람이 인간관계에서 가슴앓이하고, 상처받고, 넘어지면서 살아간다. 섣불리 마음을 주어서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고 상대를 잘 믿어서 바보 같다는 것도 전혀 아니다. 이제 조금은 벽을 둔 사람으로 살아도 된다. 누구보다 여리고 착해서그동안 맺혀있는 슬픔이 많으니, 굳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슬픔을 더 받을 필요는 없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모두를 가까이 하지 않아도 된다.
적당히 가깝게, 적당히 멀게, 그렇게 당신의 삶을 살아가면된다.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 P237

말이 만든 오해를 겪기도 했고, 말에 의한 아픔을 느껴보기도 했지만,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이유는 나 자신을 믿기 때문이다. 한없이 말을 비꼬아서 듣는 사람에게 맞춰주지 않아도되고, 무례하게 날카로운 말을 하는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내가 신중하게 말을 골라내어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있다. - P260

글과 말은 다르지만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다. 내 생각을표출한다는 것인데, 그게 둘의 가장 매력적인 점이다. 특히 마음이 아프고 불편한 상황일수록 표현하는 것은 꼭 해야 할 일이다. 말이라는 도구를 사용해도 좋고, 글로 써도 좋다. ‘내가이야기를 꺼내서 갖고 있던 생각을 보여주면, 우리 관계가 불편해지지 않을까. 나를 답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지금 내가 한 번 참으면 좋은 관계로 유지되는 데 도움 되지않을까.‘ 이런 걱정 때문에 억지로 참고 넘어가는 것이 진짜좋은 관계로 갈 수 있는 길은 막는 행동이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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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의 친구에게

(이해인)

친구야
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
내가 네 곁에 없는데도
잘 다니고 있니?
건강하니?

밥을 먹다
책을 읽다
길을 걷다
문득 네가 그리워

가만히
눈을 감고 기도한다
네 이름을 불러본다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만 보아 미안하다며
나에게
그림엽서를 보냈던 너

이제는 내게
엽서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
네가 보는 것은
내가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
여행길에서는
엽서 쓰는 부담도
덜어주고 싶거든
너를 만나면서
이렇게 착해진 내 마음
네게도 선물이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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