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 보류
(이해인)
불볕더위 속에도
어느 순간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에
˝아, 시원하다!˝
감탄하며 즐거워하지요
시원하게 비 내리는 날에도
습기가 가득하여
˝아 답답하다!˝ 하며
부채를 찾는 적이 있지요.
사람들도 그러해요
까다롭고 별나다고
소문난 사람에게도
의외로 너그러운 구석이 있는가 하면
착하다고만 소문난 사람에게서
뜻밖의 고집과 독선을 발견하고놀랄 때도 있답니다
사물에게도 사람에게도
판단은 보류하고
입을 다무는 게 제일 좋은
삶의 지혜라고
세월이 일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