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등본

(신용목)

무너진 그늘이 건너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언젠가는 소금이 설산(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 내는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끝처럼 박혀 있었다

휘어진 몸에다 화살을 걸고 싶은 날은 갔다 모든 모의가 한 잎 석양빛을 거느렸으니

바람에도 지층이 있다면 그들의 화석에는 저녁만이 남을것이다

내 각오는 세월의 추를 끄는 흔들림이 아니었다 초승의 낮달이 그리는 흉터처럼
바람의 목청으로 울다 허리 꺾인 가장(家長)

아버지의 뼈 속에는 바람이 있다 나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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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7-01 0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시가 7월의 첫 장에 올라있네요.
시 마지막 행 마지막 문장이 시인의 시집 제목이 되기도 했지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루피닷 2023-07-01 11:39   좋아요 0 | URL
넵 감사합니다~즐거운 주말되세요~!

모나리자 2023-07-01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부지런하게 올리시는 포스팅 잘 보고 있습니다.
7월에도 책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세요. 루피닷님.^^

루피닷 2023-07-01 11:4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모나리자님~
모나리자님도 7월 화이팅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