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겨진 쪽지 - 여섯 살 소녀 엘레나가 남기고 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키스 & 브룩 데저리크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딸아이의 미래를 계획하는 대신 남은 날들을 세고 있다.
.
.
.
그래서 우리는 희망하고, 기도하고, 기억한다.
하루하루를 헤아리며 모두 괜찮아질 거라고 말해주는 것이 우리가 할수 있는 전부다.
그 말이 맞기를 바랄 뿐이다.(P. 57)
2009년 화재를 일으킨 <남겨진 쪽지>의 주인공 엘레나다. 고작 6살인 엘레나는 희귀한 소아뇌종양을 앓게 되고, 힘든 투병생활을 견뎌내면서 가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는 작은 천사의 이야기다. 작은 그리고 너무나 어린 엘레나는 투병중 집안 곳곳에 쪽지를 남겨두게 되면서 가족애를 돌아보게 하는 위대한 아이다. 아이를 보낸 엘레나 부모는 아이가 숨겨놓은 쪽지를 보면서 다시한번 엘레나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되돌아보게 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그리고 희망을 나눠주고 싶어서 책을 만들어 출간하게 되는데 출간 즉시 엄청난 부로 팔려 나갔다.
엘레나는 삶의 마지막 9개월 동안 쪽지를 적어 숨겨두었다. 어떤 것은 책꽂이의 책과 책 사이, 어떤 것은 화장대 서랍 귀퉁이, 또 어떤 것은 장식장의 접시들 사이, 아니면 상자에 사진들을 정리할 때 끼워 넣은 듯 사진들 사이에 숨겨져 있거나, 엘레나의 검은 배낭 옆 주머니에서 발견되었다. 엘레나는 가족이 앞으로 계속 살아나가기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 엘레나에겐 죽음이 기다린다는 말을 차마 못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겨진 쪽지 중 마지막으로 읽은 쪽지에 ’아파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6살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죽음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현명한 엘레나는 그렇게 가족에게 쪽지를 남겼다. 엘레나의 아빠는 마지막으로 읽은 그 쪽지를 끝으로 더 발견되는 쪽지를 열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언젠가 엘레나의 재를 뿌린 나무 옆 인형의 집에서 천천히 열어볼 참이다. 엘레나가 남긴 메세지는 그렇게 아직도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내아이는 이제 15개월이다. 내가 하는 말을 정확히 알아 듣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한번씩 아이에게 말한다. " 네가 안 태어났다면 엄마는 지금쯤...~일 것이다." 이런 몹쓸 말들을 내뱉곤 한다. 혼자서 힘들다며 훌쩍거리기도 한다. 엉덩이 발바닥을 탁탁 때려주기도 한다. 만지지 말라는 물건을 만졌을 땐 내 눈에서 차가운 빛이 쏟아내리게 아이를 노려본 적도 있다. 이런 못난 엄마란 이름의 나에게 엘레나는 제대로된 엄마의 자리를 고쳐잡아 주는 것 같다. 정신차려라고 양 손으로 뜨겁게 내 양 뺨을 잡아주는 느낌이다. 아이에게 한심한 소리를 내뱉는 시간에 한번더 쓰다듬어 줘야 한다. 한번더 사랑한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한번더... 소중하게 안아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 시간은 엘레나가 사랑하는 가족과 그토록 보내고 싶은 시간이 아니던가. 어리석은 난 <남겨진 쪽지> 앞에서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엘레나의 엄마, 아빠, 그리고 그레이시에게 남긴 사랑을 담은 쪽지, 분홍색을 좋아하고 하트를 좋아하는 엘레나의 따뜻한 마음은 전 세계의 가족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안타까움 가득한 세상의 가족에게 잠시 다녀간 날개없는 천사가 하는 말. 뇌종양의 진행으로 말도 잃고 오른쪽의 감각을 모두 잃고 입벌리기도 힘든 천사는 기어코 마비가 진행되는 손으로 메세지를 적고야 말았다. 나같은 엄마 혹은 나같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에게 반드시 전해야만 했던 사랑의 이야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