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엔젤리너스
이명희 지음 / 네오휴먼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호모 엔젤리너스란? 인류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오부지게 착한 인류를 말한다. 나누고 살 줄 아는 멋진 인간들에게 붙여지는 신인류란 뜻으로 만든 이름이다.

<호모엔젤리너스>서문의 내용이 책읽기에 앞서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당신은 톨스토이인가? 도스토옙스키인가?

굶어 죽어가는 한사람이 있다.
"한 푼만 주십시오, 한푼만 주십시오. "
톨스토이는 생각한다. " 지금 저 사람을 도와주면, 평생 거지 생활을 하게 될 거야. 팔다리 멀쩡한 사람이 왜 저러고 사는가? 지금 돈 한 푼 준다고 생활이 달라지지 않을 테니......"
톨스토이는 그렇게 돈을 주지 않는다. 톨스토이는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고 사유한다. 그는 결과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그리하여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데, 도스토옙스키는 어떠했을까?
거지에게 다가가 자신이 입고 있던 더덕더덕 기운 외투를 멋어 거지에게 걸쳐 주고 얼어붙은 빵 한조각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 내가 주저하는 동안 저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잖아." 이유다.
도스토옙스키는 너무나 가난하다. 생계를 위해 원고를 써야 했던 그는 살고자 하는 마음을 혹은 살리고자 하는 마음을 나눠 준 것이다. 뜨거운 심장으로 그리 행동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처음 그 거지를 마주쳤을때 톨스토이처럼 행동했고 결론지었다. 그렇지만 도스토옙스키 말대로 내가 동전하나 던질 여유조차 없이 그 사람을 지나친다면? 그사람은 죽을지도 모른다. 그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사실 돈 천원을 그 거지에게 준다고 내가 당장 죽는건 아니지 않는가. 그 거지는 돈 천원으로 당장 직장을 구하고 생활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건 아닐테지만, 생계의 문제이니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알아주어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시작된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서문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작게나마 천사가 된 기분이였다. 11명의 천사들이 전하는 사랑이야기. 그들의 나눔은 길거리 빨간 냄비로 내 걸음을 직행하게 만들었다.

요즘 때아닌 혹한기를 맞은 대한민국. 빨간 냄비의 발걸음이 때아닌 고비를 맞이했다고 뉴스에서 들었다. 다들 추운 나머지 옷을 더욱 여미듯 주머니도 열릴 기미를 안 보인다. 주머니에서 돈 꺼내는 그 손동작도 꽁꽁 얼어붙었나보다. 생각해보니 학창시절엔 곧 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돈을 기부하고 ARS전화를 돌리고, 노인정에 봉사도 했는데 이제 아이를 낳은 엄마가 되어서부터 아이 보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런 건 생각도 없었다. 어려운 사람들 돕자는 광고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못 돕는데 내가 아프리카 사람을 어찌 도와?’ 그런 생각으로 내뱉어내곤 했던 말, 그렇다. 나의 도움하나로 사람 목숨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아이 밑으로 돈이 수없이 들어간다는 생각에 남편과 신세한탄을 하던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괜시리 부끄러웠다. 

톨스토이가 나쁜 건 아니다. 옳을수도 있다. 하지만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에게서든 나눔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앞뒤 따지지말고 도스토옙스키가 되는 것도 좋다. 나 하나의 행동으로 사람살린다는 생각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어보자. 여기 <호모엔젤리너스>사람들은 수십억의 부자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나보다도 심장이 더 뜨거운 사람이다. 

나눌 줄 아는 신인류의 발걸음을 기다리지 말고 나도 꿈꿔보자. 이들이 말하는 ’나눔’을 나도 나눠받고...오늘도 정성스레 싼 김밥을 이사온지 1년이나 되었지만 한번 인사나눈 옆집에 나눠주었다. 다음엔 이 김밥을 노인정에 나눠 줄 참이다. 나눔의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는 나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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