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눈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에도 미스터리 소설의 명가인 출판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에는 카파 노블스라고 하는 출판사가 50년이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오타쿠 라고 하는 한 분야에 푹 빠져서 살짝 미쳐 보인다고 하는 용어의 생산국인 일본답다.
다양한 메뉴가 그득한 식당보다는 한두가지의 메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식당의
음식맛이 더욱 일품이 아니던가?
우리 나라도 유행을 좇기 보다는 소신을 가진 출판사가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무튼 그 출판사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책이어서 50을 다룬 에피소드들을 묶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일본 작가분들의 책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작가분들이 많이 있었다.
50과 관련된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책으로 묶여 있어 흥미진진했다.
각각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 에피소드에서는 50이 어떤 의미로 제시되었을까
미리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 했다. (푸드코트에 들어서서 무얼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듯)
개인적으로는 도톰한 책을 집중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집중해서 한 호흡에 끝까지 읽어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길지않은 이야기들로 모여 있어 잠깐씩 시간을 내서 읽기에 괜찮았다.
토막살인이랄지 섬칫한 내용도 많고 절묘한 표현으로 내눈 앞이 사건 현장인 듯한
일본소설 특유의 정밀하고 정교한 묘사가 맛을 더한다.
명쾌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마력을 가진 책이다.
인간의 내면, 그리고 욕망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세계에 대한 언급...
내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망라해서 길지 않은 삼십여년 간의 나의 삶...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구상과 반성이 동시에 이루어지게 했다.
이 책을 통해 만난 작가들을 찾아다니며 작가들이 쓴 다른 책들을 읽어보는 도전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는, 아니 한국인들에게는 미야베 미유키가 인기작가인지라
표지에도 역시 도박 눈 이 타이틀의 자리를 거머쥐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책꽂이에 꽂혀 먼지 소복한 우리나라 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이 모인 작품집의
먼지를 탈탈 털어서 한번 읽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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